슬럼프를 극복하는 달리기
이직한 지 4개월 하고 보름 정도가 됐다. 요즘 두 번째 슬럼프가 찾아오는 중이다. 곧 들이닥칠 느낌이 든다. 잘 적응하나 싶다가도 새로운 것들이 나오고, 겨우 쳐냈다 싶으면 새로운 일들이 생긴다. 아직도 모르는 것 투성이다. 열심히는 하는 것 같은데 성과는 안나는 기분. 일하다 가끔 두 눈을 질끈 감을 때가 있다.
약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사회초년생 시절 첫 회사인 광고대행사에서는 정말 호되게 일을 했다. 지금 돌아보면 정말 추억 한가득이지만, 지금 그렇게 일을 하라고 하면 할 수 있을까. 매일 야근, 철야를 반복하고 주말 출근을 할 때도 잦았다. 인천에서 압구정까지 왕복 4시간 출퇴근을 버티면서. 지하철에서 허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을 때도 여러번 있다.
이렇게 힘든 시절 나를 버티게 해 준 건 달리기였다. 그 당시엔 정말 많이 달렸다. 달리기가 좋아서라기 보다 힘든 하루에 끝에 꼭 달리기를 해야 피로가 풀리고 성취감이 생겼다. 야근을 하고 집에 오면 밤 11시를 훌쩍 넘었고, 새벽에 집에 도착할 때도 꼭 달리기를 했다.
누가 보면 야밤에 무슨 짓이냐고 했겠지만 난 너무 좋았다. 땀을 쫙 쏟아내면 하루의 마무리를 잘 보낸 느낌이었다. 정신적, 체력적으로 힘든 시기를 극복할 수 있던 것은 달리기 덕분이라 할 수 있다.
요즘 슬럼프가 슬그머니 다가오고 있음을 직감한다. 생각해보니 부상으로 크로스핏을 못하게 되면서 활력이 없어진 것 같다. 거기에 더해 업무도 잘 안 풀리니 스트레스는 더 심했던 것 같고. 운동 마니아는 아니지만 난 역시 운동으로 땀을 빼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성격이라는 걸 이번에 더욱 실감했다.
당장 크로스핏을 할 수 없으니 5월에 들어서면서부터 달리기를 꾸준히 해보기로 다짐했다. 퇴근하고 저녁에는 귀차니즘이 극대화되니 되도록이면 아침에 뛰고 있다. 긴 시간, 거리는 아니지만 일단 꾸준히 해보자는 마음가짐을 가졌다.
일단 확실히 활력이 생겼다. 매가리(?)가 생겼다고 해야 되나. 아침에 땀을 쭉 빼면 그렇게 상쾌할 수 없다. 얼마 되진 않았지만 확실히 출근길 내 기분도 상쾌해졌다. 모레부터는 다시 크로스핏도 시작한다. 자존감 높던 그 시절로 돌아가자.
이제 정신이 좀 돌아왔으니 업무에 있어서도 자신감을 가질 때다. 인생에 '도전'을 하기 위해 스타트업을 과감히 선택한 만큼 좌절하지 말고 부딪히면서 성장해보자.
내가 언제까지 꾸준히 달릴 수 있을지 정말 궁금하다. 꾸준히 하자. 짧고 길게! 포기하지 않을 거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