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핏에는 하루하루 진행하는 종목들이 바뀌는데 그걸 와드(*WOD, Workout of The Day)라고 칭한다. 매일 다른 와드를 하는 게 크로스핏의 매력이다. 매일 다르기에 지루할 틈이 없고, 와드를 마치고 나면 온 몸의 힘이 풀리고 땀이 쏙 빠진다. 그 개운한 기분! 힘들고 시원하면서 오늘도 해냈다는 성취감을 느끼게 해주는 크로스핏.
내가 처음 크로스핏을 등록한 2년 전보다 수강생들이 많이 늘었다. 그래서 팀으로 진행하는 와드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사실 난 팀 와드가 정말 부담스럽다. 와드를 시작하면 내 몸 하나 가누기도 힘든데 맞춰가야 하는 파트너가 있다는 것이 정말 부담이다. 힘들어도 멈출 수 없는 분위기. 거기에 기록에 욕심이 있는 분과 같이 하게 되면 정말 고역이다.
또 팀 와드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 회사 근처에서 점심시간에 크로스핏을 할 때였다. 점심시간에는 사람이 없어서 늘 혼자 했는데, 어느 날 5년 이상 크로스핏을 한 고수가 나와 같이 하게 되었다. 마침 그날은 팀 와드였고, 나는 급이 맞지 않아 혼자 하겠다고 했지만 코치와 그분은 빡세게 해야 빠르게 실력이 는다며 같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 강제로 그 분과 팀 와드를 했는데, 그날의 고통스러운 기억을 잊을 수 없다.
기록에 목숨을 걸던 내 파트너는 내가 지쳐 갈 때마다 옆에서 격려인지 욕인지 모를 뉘앙스의 말을 던지며 계속하라고 강요했고, 나는 '살려달라, 오후에도 일을 해야 한다.'라고 말했으나 장난으로 받아들인 그들은 깔깔대고 웃었다. 그냥 쓰러져 버릴까도 생각했지만 그러기는 싫어서 꾸역꾸역 와드를 마쳤다. 다시 한번 생각해도 열 받는다. 회사로 돌아가서 일은 커녕 회복하는데 오후 시간을 다 허비했고, 그다음부터 팀 와드가 있을 땐 크로핏에 나가지 않았다. 또 팀 와드를 하면서 부상당한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내가 크로스핏을 하는 이유는 처음에는 강해지고 싶은 목적이었지만, 부상에서 회복하고 다시 시작하는 지금은 내가 할 수 있는 적당한 선에서 꾸준히 하는 것이 목표다. 그래서 무게에는 욕심을 내고 있지 않다. 대부분 크로스핏 하는 분들은 무게와 기록에 대한 욕심이 있다. 파트너마다 다르지만 팀 와드를 할 때 내가 지칠 때 진심으로 격려해주는 분이 있는가 하면, 약간 멸시의 눈빛을 주는 분도 분명 있다. 난 그냥 적당히 즐기면서 하고 싶은데 말이야.
좀 전에 오늘 와드를 알게 됐는데 또 팀 와드다. 부담스러운 금요일 저녁 운동이 되겠구나. 크로스핏을 오래오래 하고 싶은데 과연 내가 팀 와드에 대한 트라우마와 부담을 극복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