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가던 마트에서 토마토가 눈에 들어왔다.
마트에 들어가는 순간 눈앞에 토마토 더미가 보였다. 토마토, 내가 진짜 좋아하던 과일인데 생각해보니 먹은 지가 꽤 됐다. 요즘 날이 너무 더워서 상큼한 무언가가 땡기기도 했고, 어렸을 적 엄마가 해준 설탕 토마토가 문득 기억이 나 토마토 한 팩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술집에서 먹는 간단한 토마토 안주나 샐러드를 먹을 때 위에 몇 개 얹어져 있는 방울토마토는 가끔 먹었어도 토마토를 사서 먹은 기억은 거의 없다. 어릴 적엔 토마토를 갈아서 주스를 해먹거나 설탕을 솔솔 뿌린 설탕 토마토를 자주 먹었다. 지금처럼 다양한 군것질 거리가 없어서 그랬는지 엄마가 엄청 자주 만들어줬던 기억이 있다. 설탕 토마토를 한창 먹다가 설탕 국물이 생기면 숟가락으로 호로록 먹던 그 장면이 떠오른다. 딱 이 모습에 대한 묘사가 내가 좋아하는 정보화(글리) 작가님의 <계절의 맛>이라는 책에 나와있다.
한여름 찌는 듯한 더위에 여름방학이 찾아오면 엄마는 이따금 설탕 토마토를 만들어주곤 했다. 냉장고에 미리 넣어둬 차가워진 토마토를 도톰하게 썰어 넣고 그 위에 황설탕을 골고루 뿌려주면 끝이다. 토마토를 뒤적뒤적 섞을 때마다 설탕 알갱이가 스테인리스 볼에 서그럭 서그륵 부딪힌다. 그 소리가 꼭 모래알 같이 느껴졌다.
"잘 저어서 먹어."
엄마가 건네준 토마토를 선풍기 앞에 가져다 두고 동생들과 둘러앉아 각자 숟가락으로 토마토를 떠먹었다. 스테인리스 볼에 담긴 토마토는 포크가 아닌 숟가락으로 떠먹어야 제맛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토마토 과즙에 서탕이 충분히 녹아 달짝지근한 국물이 생긴다. 단단한 토마토가 설탕과 만나 부드러워지는 그 식감이 좋았다. 달달한 토마토 국물까지 호로록 마시면 이 달콤함으로 한여름 더위쯤은 당당히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푸른 녹음이 지고 푹푹 찌는 더운 공기가 밀도 있게 느껴지는 날이면 선풍기 바람을 쐬며 먹는 설탕 토마토를 떠올린다. 아무리 생각해도 달짝지근한 설탕 토마토와 여름은 가장 잘 어울리는 간식이 아닐까.
- 정보화 작가 <계절의 맛> P.128
마치 내가 어릴 적 설탕 토마토를 먹는 모습을 같다 붙인 듯 생생한 묘사다. 예전엔 그렇게 많이 그리고 자주 먹었는데 왜 그 맛을 잊고 살았을까.
자주 가던 마트에서 오늘따라 토마토에 눈길이 갔던 건 군것질을 많이 하는 요즘 몸을 챙기라는 신호였는지, 예전 그 추억의 맛을 느껴보라고 한 것인지. 일단 토마토를 샀으니 오늘 밤은 선풍기 앞에서 냉장고에 넣어둔 시원한 설탕 토마토를 먹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