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고민이 아닌 모든 허리들의 고민이었다.
며칠 전, 전 회사의 동료들을 만났다. 6개월을 다녔던 스타트업에서 잠시 같이 일했던 동료들인데, 기간은 짧았지만 서로 통하는 점이 많아서 빠르게 친해진 멤버들이다. 내가 이직을 한 지 5개월이 지났기에 오랜만에 보는 친구들이었다.
그들의 주 관심사는 나의 이직 생활이었다. 원하던 회사로 이직한 나의 이직 라이프를 굉장히 궁금해했다. 난 아직까지는 만족스러운 나의 이직 후기를 이야기해줬고, 우리는 술을 한두 잔 마시며 일에 대한 서로의 고민을 하나둘씩 털어놨다.
그중 한 주제는 '그 많은 중간 연차의 직장인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였다. 모든 회사의 구조는 많은 팀원에 팀장 한 명이 존재한다. 또 많은 팀장 중 소수만이 승진을 한다. 그 많은 팀원 중 한 명이 팀장이 되는 것이라면 그 많은 동료들은 다 어디로 가는 것일까.
더 좋은 조건을 찾아 이직을 하거나(이직을 한다 해도 더 이상 승진을 못할 수도 있고), 빠르게 본인의 일을 찾아 떠나거나. 이 둘 중 하나겠지. 30대 중반을 향해가는 나와 비슷한 또래의 지인들만 봐도 이 두 부류로 나뉜다.
다음 날, 그때 만났던 동료 중 한 명이 어제 우리의 술자리 주제와 똑같다며 위 칼럼을 공유했다. 난 칼럼을 보고 '나뿐만 아니라 회사의 허리 연차인 많은 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하는구나' 하며 이름 모를 모든 허리들에게 동질감을 느꼈다.
요즘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고민을 하며 미래에 대한 방향을 잡아보고 있다. 단순히 퇴사의 문제가 아닌 내가 앞으로 어떤 일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
불과 일 년 전 내 옆에서 같이 근무를 하고 있던 동료는 양양의 인기 많은 에어비앤비 사장님이 되었고, 일반 회사에 다니던 친구는 미래를 보장받지 못할 것을 예견해 공기업으로 이직을 했다. 마케터로 일하던 대학 동기는 일을 관두고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는 소식을 불과 어제 들었다.
모두가 회사에서는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본인의 일을 찾거나 안전한 곳을 찾아가고 있다. 난 지금은 만족스러운 회사를 다니고는 있지만, 생각 없이 쳇바퀴 도는 일상에 적응하며 사는 '새앙쥐레이스'를 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생각한다.
언젠간 회사가 아닌 내가 독립적으로 일을 해야 할 때가 분명 올 것이다. 그때를 대비하려면 지금 내가 하는 일에 대해 전문성을 더 기르고, 일 뿐만 아니라 내가 부가적으로 하고 있는 것들도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준비하는 사람에게 기회가 오듯이. 언젠가 나에게도 기회가 온다면 (어떤 기회일지는 모르지만) 아주 멋있게 낚아 채 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