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에게 배우는 게 더 많으니까요.
4년 전 두 번째 회사를 다닐 때였다. 그 당시 과장님은 사소한 일에도 본인 옆자리의 의자로 호출을 했다. 그리고는 마치 본인의 의견이 답인 듯 피드백을 주었다. 그중에는 맞춤법에 관련된 것도 있었는데, 나는 항상 맞춤법 검사기를 돌린다. 그리고 내가 썼던 것이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본인의 의견을 끝까지 우겼고, 내가 한마디를 하려 하면 항상 얼굴을 붉히며 나를 쏘아붙였다.
그녀의 옆에 호출을 당해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OO 씨가 연차가 낮아서 그런가 본데', '경험이 없어서 그런가 본데'였다.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고 어이가 없다. 그렇게 그분은 나와 같이 일한 지 일 년도 되지 않아 타 부서, 팀원과의 불화로 회사에서 내쳐졌다. 그녀가 나간 이후로 연차를 들먹이며 나를 하대한 사람은 없었고 그렇게 2년을 더 일하고 퇴사를 했다.
낮은 연차로 무시당했던 이후로 약간의 트라우마가 계속 남아있었다. 트라우마라 하기보다 기분 나쁜 기억 정도? 스트레스 잘 받지 않는 성격인데, 지금 생각하면 그 당시에는 정말 힘들었나 보다. 그래서 수평적인 구조와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동경하며 스타트업으로 이직을 했다.
역시 스타트업! 맥북을 쓰고 넓은 라운지가 있고, 서서 일을 할 수도! 그리고 무엇보다 대부분이 2030의 젊은 직원들. 주도적으로 일하는 분위기! 너무 좋았다. 그리고 그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나이가 어려도 팀장이 될 수 있었다는 것이었다.
우리 팀의 팀장님은 연차는 나보다 조금 높았겠지만, 나이로는 나보다 한살 어렸다. 꽤 규모가 있던 스타트업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어린 팀장이 있다니. 처음에는 일을 잘할지에 대해 의구심이 들었는데, 같이 일을 해보면서 정말 놀랐다. 왜냐? 일을 너무 잘해서
내 나이에 팀장이 되어 리더로서 팀원들을 이끈다? 언젠간 팀장이 될 거라는 상상은 했지만 지금 나이에 팀장이 된다는 건 상상해보지 않은 일이었다. 나보다 어린 그녀는 정말 열정적으로 일했고, 팀원들을 잘 챙기고 가장 중요한 성과까지 잘 내었다. 연차? 나이? 다 필요 없고 연차가 낮아도 나이가 어려도 분명히 그들에게 배울 점이 한가득 하다는 것을 스타트업을 다니며 느꼈다.
지금 나는 스타트업을 떠나 또 다른 회사에 와있고, 얼마 전 나보다 연차가 낮은 팀원이 합류했다. 일을 꼼꼼하게 참 잘한다. 사람마다 일을 잘한다는 기준은 다르지만 내 기준에선 그렇다. 이야기하다 보면 나에겐 없는 경험,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는 입사하고 나에게 많이 배우고 있다고 하지만 나도 그에게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그리고 다른 팀원은 이른 나이부터 사업을 했던 터라 사업에 대해선 나보다 경험과 아는 것이 훨씬 많다. 가끔 이야기를 해보면 '나이도 어린데 벌써부터 대단하다..'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일에 대한 경력이 높아질수록 점점 더 느낀다. 상사에게도 배워야지만 연차가 낮은 동료에게도 꼭 배울 점이 넘쳐난다는 것. 나보다 연차가 낮든 나이가 어리든 절대 무시하지 말자. 잘 살펴보면 그들에게 배우는 점이 더 많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마음에 들지 않는 부하 직원이 있다면 주의 깊게 한번 살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