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우중 캠핑

비가 내려서 짜증나다가도 비가 내려서 좋다.

by 홍대발

한글날이 껴있는 연휴에 캠핑을 가기로 정해두고, 바쁘게 정신없이 살다 보니 어느덧 그날이 다가왔다. 캠핑 하루 전 날까지 비가 왔는데 일기예보를 보니 다행히 당일에는 오전에만 비가 오고 멈춘다고 되어 있었다.


걱정은 잠시 내려뒀는데 캠핑장으로 출발하려는 찰나,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비가 내렸다 그쳤다, 하늘이 맑았다 흐렸다를 반복했다.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일단 캠핑장으로 출발. 다행히 근교 캠핑장이어서 30분밖에 걸리지 않았고, 도착했을 때도 비가 오지 않아서 빠르게 피칭을 시작했다. 아니나 다를까 타프를 반쯤 쳤을 때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것도 굵은 빗줄기였다.


'치던걸 마저 쳐야 돼? 아님 차로 피신해야 돼?' 고민하다가 결국 비를 맞으며 우여곡절 끝에 타프를 쳤다. 그 이후로도 비는 내렸다 멈췄다를 반복하며 우리를 괴롭혔다.



비를 맞아 찝찝했지만 후다닥 세팅을 마치고 우리는 다시 캠핑을 즐기기 시작했다.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어서인지 캠핑장에 우리 빼고는 아무도 없었다. 조용한 캠핑장에 우리만 덩그러니 있는데 뭔가 묘했다.


자주 오던 캠핑장이고 항상 붐비고 시끄러운 곳이었는데 고요한 게 아주 색다른 풍경. 거기에 타프 위로는 툭툭 빗소리가 들리고, 추워진 날씨에 낮부터 킨 화로의 불은 감성을 한껏 끌어올렸다.


비 오는 타프 아래에서 활활 타오르는 불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평온해졌다. 고민거리나 힘들었던 것 복잡했던 머리가 정화되는 기분. ‘이래서 캠핑을 계속 오는 거지. 그렇지’



빗소리를 듣고 있자니 가장 기억에 남는 캠핑이 떠올랐다. 아내와 둘이 태안으로 다녀왔던 2박 3일의 캠핑인데 그때 이튿날에 비가 엄청 많이 내렸다. 캠핑 중 비 오는 경험이 처음이었던 우리는 텐트에 비가 새지 않을까, 짐에 비가 맞지 않을까 전전긍긍했다.


비가 너무 많이 내려서 어느 순간 반 포기상태로 의자에 앉아서 눈을 감고 있었는데, 어이고! 그 순간이 너무 좋았다. 숲으로 둘러 싸여있는 그곳에서 캠핑 의자에 기대 빗소리를 한참 들었던 그 기억이 생생하다. 그 이후로 우중캠에 빠지면 헤어 나오지 못한다는 찐 캠퍼들의 말을 이해하게 됐다.



나도 캠핑에 입문한 지 벌써 3년 차가 됐다. 우리가 캠핑에 빠질 줄은 생각도 못했다. 피칭할 땐 너무 귀찮고 수고스럽지만 그 이후에 여유롭고 즐거운 감정들 때문에 캠핑을 계속 다니게 된다. 아마 내가 텐트를 치지 못하는 나이가 될 때까지 쭉 캠핑을 다니지 않을까.


오랜만에 다녀온 우중캠. 처음엔 비를 맞아 사알짝 짜증도 났지만, 금세 우중캠의 매력에 다시금 흠뻑 빠졌다. 빗소리에 생각 정리도 하고, 불멍하며 아내와 대화도 많이 나눴던 이번 캠핑.


우중캠의 빗물에 요즘 하고 있는 잡생각들을 모두 흘려보냈다. 리프레쉬 제대로- 푹 쉬었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삶의 강풍이 오면 잠시 쉬어도 좋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