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를 꼽는 단 한 가지 이유를 대라면
어떤 운동이 좋으냐고 사람들은 묻습니다. 골프를 치는 사람들은 평생 할 수 있는 운동이라며 골프를 예찬합니다. 수영하는 사람들은 수영만큼 좋은 운동 없다고 하죠. 마라톤을 하시는 분들은 마라톤을 최고로 꼽습니다. 어떤 운동인들 누가 나쁘다고 하겠습니까. 모든 운동은 그 자체로 재미있고 효과적이며, 탄탄한 근육과 건강한 몸매는 덤이라면 덤입니다. 혼자 하는 운동이 아니라면 사회관계를 형성시키는데도 그만입니다. 운동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습니다. 약간의 신체적 장애를 가졌더라도 운동이 주는 이득은 차별을 두지 않습니다.
그런데 운동은 크던 작던 소위 말하는 육체적인 ‘힘듦’을 요구합니다. 주변에 편히 쉽게 할 수 있는 운동은 아마 거의 없을 것입니다. 운동이 재미있기까지는 일정 시간이 소요됩니다. 운동을 배워야 하고 그나마 남들 따라 할 수 있을 정도까지 하려면 훈련하고 연마해야 합니다.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는 스포츠 종목도 꽤 많습니다. 운동은 시간을 따로 내야 하기도 하죠. 야외에서 해야 하는 운동이라면 주말과 같은 시간을 따로 내야 하기도 합니다. 요즘 야외로 나가 여가활동 겸해서 하는 운동과 스포츠가 많아졌죠. 대부분의 이런 스포츠는 비싼 장비를 요구합니다. 장비가 많기도 하고요. 당연히 비용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람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움직입니다. 아주 간단히는 눈을 깜빡거리는 것부터 손가락 움직이는 것, 빨고 씹는 것, 목구멍으로 넘기는 것 등등 말이죠. 동물로서 인간은 다른 동물과 마찬가지로 이동능력을 가집니다. 태어나서부터 기거나 걷거나 뛰죠. 인간이 다른 유사한 동물과 같이 사지를 가진 이유도 근본적으로는 이동을 위한 것이니까요. 물론 지구 상에서 거의 유일하게 두발로만 걷는 동물은 인간뿐입니다.
운동은 다양한 인간의 동작을 요구합니다. 던지고, 매달리고, 휘돌고, 점프하고, 들고, 당기고, 밀고 등등, 우리가 동사로 표현할 수 있는 모든 동작을 인간은 거의 다 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인간의 육체는 다양한 활동을 가능하게 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죠. 참 신기하지 않나요? 그런데 이 동작들 중에서 인간이 사지를 이용해 평생 가장 많이 할 수 있는 동작은 무엇일까요? 아마도 두 다리를 이용한 이동이란 움직임일 것입니다.
종종 사람들은 저에게 어떤 운동이 좋으냐고 묻곤 합니다. 저는 단연코 걷기라고 말합니다. 이유는 이미 말씀드렸습니다.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배울 필요도 없습니다. 익숙한 행위입니다. 시간을 따로 내야 한다면 그 마저도 가장 효율적입니다. 비용이 따로 들지 않습니다. 그리 힘들지 않습니다. 장비도 필요치 않습니다. 다른 많은 운동의 단점을 얘기하지 않았었는데, 운동은 때론 자연적인 동작에서 벗어나기도 합니다. 특히 도구와 장비를 사용하는 운동들은 부자연스러운 동작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많이 다칩니다. 운동은 격렬합니다. 남들과 부딪히기도 하니까요.
인간이 지구에서 수행한 가장 오래된 익숙한 동작이 바로 걷기입니다. 인간이 두발로 걷게 된 것을 인간이 되기 위한 과정과 결과로 인류학자들은 해석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역설적이게도 걷기는 에너지를 가장 적게 사용하는 동작 중의 하나입니다. 너무 익숙하기에 에너지 사용량에 있어 아주 경제적입니다. 이쯤 되면, 걷기가 다이어트에 그리 좋은 운동이 아니지 않으냐 반문하시겠죠. 네 그렇습니다. 걷기는 다이어트를 위해서는 최고의 운동이 아닙니다. 그러나 인간이 가진 가장 오래된 동작이고 인간이 인간답게 되는 동작이라 말씀드릴 수 있죠. 혹시 누군가 제일 좋은 운동 하나만 꼽으라면 저는 걷기를 그 어떤 운동보다 앞서 생각하지 못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