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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구매 사회

국뽕체육회 08. 아이들이 운동을 평생 구매해야 하지 않기를

by 이대택



이제 우리는 돈을 내고 운동을 사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운동을 배우는 것부터 시작해서 더 잘하기 위해 코칭까지 받기도 하니까요. 다치면 전문적 병원과 치료도 필요하고요. 운동을 사야 한다고 말하니 좀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이미 우리가 그러고 있음을 모르는 바는 아닙니다.



물론 당연히 내야 하는 것으로도 생각하지만, 20년, 또는 40년 전이었다면 우리는 지금처럼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운동을 배운다는 것은 선수이거나 특별한 경우이거나 또는 굳이 돈을 내지 않고도 이래저래 아름아름 배웠죠. 물론 배우고 싶어도 쉽게 배우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고요.



여하튼 이제는 사회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교습소도 많아졌고 종목도 다양하고 지도자도 충분합니다. 돈만 있으면요.



아마도 이런 사회적 풍경은 더 가속화될 것이 분명합니다. 앞으로 20년 또는 40년 후에는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경우로 돈을 내고 운동을 배우고 해야 할 것입니다. 그때가 되면 지금이 그리울 수도 있겠죠.



안타까운 것은 우리 아이들인데, 아마도 아이들이 컸을 때는 운동은 돈이 있어야만 할 수 있는 것이 될지도 모릅니다.






운동을 팔고 사는 것이 말이 되는 이유



너무 간단합니다. 장비도 사야 하고 옷도 사야 하니까요. 당연히 운동장이나 수영장 또는 시설 이용료도 들어가고요.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어떤 때는 돈마저도 무의미할 때도 있죠. 돈이 있어도 운동장을 빌리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니까요.



운동에 돈이 들어가는 이유는 배워야 하기 때문입니다. 예전 같았으면 그냥 아는 사람들끼리 서로 가르쳐 주고 배우고 했지만 요즘 세상에 어찌 그게 가능할까요. 자칫 의 상할 수도 있고요. 그래서 많이 다치기도 하고, 저를 포함해 주위에 많은 분들은 젊을 때 잘못 배운 이유로 고질적인 근골격계 질환 하나쯤은 훈장으로 가지고 있을 정도입니다.



운동에 돈이 들어가는 이유는 해가 갈수록 운동과 스포츠가 더 많은 장비와 용품을 사용하도록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맨몸 운동이나 최소한의 장비를 사용하는 운동보다는 뭐라도 사용하고 소비하는 스포츠가 대세이기도 하고요. 실제로 장비빨과 옷빨은 사람들이 운동과 스포츠를 즐기는, 매우 중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뭐 운동은 그럭저럭 해도 장비만큼은 못 밀린다 이거죠. 장비 탓은 덤이자 허세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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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내는 것을 넘어 빠르게 비싸지는 운동



운동에 일정 비용을 지출하는 것은 정당하고 합리적일 것입니다. 다만 운동이 비싸지는 것은 조금 경계해야 할 것이고요. 운동이 비싸지는 이유는 단지 장비나 용품 또는 하드웨어 때문만은 아닙니다. 소프트웨어도 있고 지도자나 코치와 같은 전문성의 가치도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과학적 장비와 기술을 이용해 운동을 처방하고 분석하고 서비스하기도 합니다.



사실 이런 피트니스와 스포츠 산업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없었던 것입니다. 운동과 스포츠 전문가는 선수에게나 필요했고 제한된 공간과 시간에서만 이용할 수 있었죠. 이제는 평범한 동호인들도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이 되었습니다. 피트니스와 스포츠 산업 마켓의 진화와 확장은 이제 누가 뭐래도 블루오션임이 확실합니다.






스포츠 산업을 희망적으로만 보지 않아야 하는 이유



그것이 하드웨어든 전문성과 같은 가치이든 운동과 스포츠에 돈을 내는 것을 뭐라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제공자와 공급자, 소비자 관점에서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고요.



다만 이면이 존재하는지는 잠시 살펴야 할 것입니다. 혹시 운동과 스포츠 산업이 비용적 측면에서 발전하는 사이 운동이 소외되거나, 운동으로부터 소외되는 사람은 없는지 말이죠.



운동과 스포츠 접근성은 다양한 요인에 의해 결정됩니다. 그 한 요인은 비용일 것이고, 때론 비용을 넘어 상품과 고급화라는 거대한 사회심리적 벽일 수도 있습니다.



혹시 운동과 스포츠의 산업화와 전문성이, 상품화가, 규격화가, 고급화가 운동을 사람으로부터 멀어지게 하지 않는지 경계해야 할 것입니다.






운동이 싸고 쉬워야 할 이유



사회가 진화하고 발전할수록 운동은 더 싸고,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제 신조입니다. 제가 공부하고 연구하고, 시민운동 하는 이유이기도 하죠. 운동이 비싸질 수 있지만, 동시에 싼 운동이 늘 안전망으로 사회와 문화 저변에 깔려 있어야 합니다.



운동과 스포츠를 몸으로 또는 사회적으로 잘 모르는 사람이나, 혹시 모를 늦은 운동 입문자의 절실함을 헤아리고 넘어설 수 없는 높은 벽을 세우지 않아야 합니다.



우리 아이들의 체육 시간이 유명무실합니다. 별것 아닌 것처럼 생각할 수 있지만, 운동을 사야 하는 사회, 운동이 비싸지는 사회에서, 운동을 모르는 아이들은 결국 모든 비용과 수단을 동원해서 운동을 평생 구매해야만 할 것입니다. 운동을 싸고 쉽게 만들어줘야 하는 이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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