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다을 Dec 21. 2020

결혼 이야기, 10대부터 보기를.

<결혼 이야기>  -영화를 통해 행복한 내일을 건설하기를 바라며 1-


<결혼 이야기>는 '한' 부부가 서서히 갈라지며 독립된 개개인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라고 볼 수 있어. 이 영화? 안 봐도 좋지만, 봐서 나쁠 건 없어. 짧은 시간을 투자해 건실하고 안정적인 미래를 그리고 싶다면, 투자해 봐. 오빠가 길을 터줄게.


#0 <열림 말>


나도 알아. 고등학생한테 결혼에 대한 영화를 소개하다니. 오빠는 대체 뭔 생각이냐고 생각할 만도 해. 이해해. 정당한 의문이야. 네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남자 친구를 만나 결혼까지 하려면 한참이나 있어야 되지. 이 영화는 지금의 네게는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영화로 보일 거야. 근데 모르는 게 있어. 그래서 오빠가 이 영화를 추천하는 거라는 점을. <결혼 이야기>는 결혼의 어두운 면을 묘사하고 있지만, 우리는 그 어두운 면을 통해 앞으로의 밝음을 찾을 수 있다는 거. 그러니 이 영화가 좋은 영화라는 거야. 지금 꼭 봐야 되고. 숙고의 시간은 길면 길수록 좋으니까.


오빠가 기억하기로 너는 나중에 결혼을 하고 싶은 생각이 딱히 없다고 했는데 그치? 네 친구들도 그렇다고 했고. 요즘 중고등학생들이 다 비혼 주의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너희 학교 친구들은 그런다고 했지? 


아, 이 영화를 보고 결혼하지 말아야겠다. 그렇게 '다짐'하게 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오히려 이 영화를 통해서 어떠한 남자를 찾고, 어떠한 여자로 살아야 좋은지 고민하는 시간이 생겼으면 좋겠어. 그러한 고민조차 안 하고 무턱대고 남자를 만나고, 생각 없이 결혼하는 사람이 너무 많으니까. 인륜지대사 중 하나인 혼인이 한낱 의례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단 말이지.


이 영화 소개글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오빠가 보기에 <결혼 이야기>의 핵심 주제라고 생각하는 것들을 뒤집어서 이야기해봤어. 영화 내용만 고스란히 소개하면 재미없잖아. 그래서 <결혼 이야기>에 나오는 찰리와 니콜은, 오빠의 이야기에서 '찰뤼'와 '뤼콜'로 바뀌었다는 거. 잊지 말아 줘.


#1 <뤼콜을 '뤼콜'로 대해주는 찰뤼>


한 부부가 있어. 찰뤼와 뤼콜 부부지. 찰뤼는 결혼 전부터 뤼콜을 각별하게 대했어. '각별'하다는 건, 뤼콜이 하는 말이면 무엇이든 들어줬다는 거야. 이건 단순히 무슨 말이든 다 따랐다는 뜻이 아니야. 찰뤼는 뤼콜의 의견에 경청했다는 말이지. 찰뤼는 뤼콜과 결혼할 때 흔쾌히 약속했어. 나중에 뤼콜이 살았던 서울에서 살겠다고. 찰뤼는 뤼콜과의 약속을 잊지 않았어. 그렇게 이 부부는 결혼 2주년 되는 해에 서울로 이사를 갔지. 찰뤼 입장에서는 이사가 힘이 들었지만, 그러면 어때. 아파트 값이 비싸면 또 어떻고. 사랑하는 아내, 뤼콜과의 약속이 중요한데.  찰뤼는 뤼콜을 있는 그대로 대해줬어. 뤼콜이 머리를 짧게 자르든 기르든 개의치 않았지. 그에겐 긴 생머리에 아리따운 아내보다 '뤼콜' 본인이 원하는 삶이 더 중요했으니까. 


<결혼 이야기>는 달라. 니콜은 찰리에게 “여기서도 살기로 약속했던 거 까먹었어?”라고 묻지. 찰리는 니콜과 결혼할 때 니콜의 고향에서도 살기로 약속했거든. 하지만 찰리는 안 지켰지. 이것도 니콜은 정말 서운하게 했어. 니콜의 입장은 생각도 안 했으니까. 니콜은 찰리에게 많은 부분을 '침해'당해왔어. 단발을 한 니콜에게 찰리는 말하지. “머리 잘랐어? 난 긴 머리가 좋은데...” 찰리는 그렇게 은연중에 본인의 가치관을 니콜에게 투영하고 있었던 거라고 볼 수 있지. 그래서 니콜은 말해.  “근데 낮 잊혀 갔고 (......) 내가 살아난 게 아니라 찰리에게 생기를 더해 줬던 거죠.” 생각해 봐. 누군가 네게 점퍼가 싫으니 코트만 입고 다니라고 한다면, 얼마나 싫겠니. 춥기도 춥지만, 기분이 정말 안 좋겠지. 나의 자유를 침해하는 거잖아. <결혼 이야기>를 보며 이런 점을 주목해서 봤으면 좋겠어. 니콜에게 자유가 있는지. 이 영화를 찬찬히 보면 니콜이 조금씩 자기 자신이 돼가는 모습을 찾을 수 있어. 니콜. 본인이 원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되지.


그럼, 또 찰뤼와 뤼콜 부부 이야기를 볼까? 뤼콜이 아이를 낳았어. 그녀의 몸엔 그 시간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있지. 그래도 찰뤼는 그녀를 한결 같이 사랑해. 그녀의 외면이 어떻든,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니까. 그에게는 뤼콜. 그녀가 있다는 것. 세상 누구보다 사랑하는 아내가 있다는 것. 그게 중요하니까. 겉모습이 어떻든, 뤼콜이 지니고 있는 가치는 변함이 없으니까. 


<결혼 이야기> 속 찰리는 달라. 니콜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알 수 있지. 니콜이 찰리와 갈라서기 위해 변호사 노라를 찾아갔을 때, 노라는 이렇게 말해. “근데 남자들은 여자한테 열을 올렸다가도 자식을 낳고 엄마가 되면 우리한테 싫증을 내죠.” 누군가는 결혼 후에 이렇게 찬밥 신세가 돼. 아내를 이렇게 대하는 남자도 있겠지만, 모두가 그런 건 아니라고 생각해. 다만, 이런 사람이 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겠다. 그러니 이렇지 않은 남자를 찾아야지. <결혼 이야기> 같은 영화를 찍지 않을 남자. 시간이 지나도 한결같은 남자. 어떻게 하면 찾을 수 있을까. 그러한 고민을 해보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 오빠 주위 사람들은 이 영화가 아주 현실적인 영화라고 해. 결혼을 하면 흔히 겪는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다고. 오빤 이 영화를 보면서 결혼이 '이렇게 힘들다'는 점에 중심을 두지 않았어. 어떻게 했으면 니콜이 편했을까. 찰리가 어떻게 바뀌었다면 니콜이 찰리와 갈라설 결심을 하지 않았을까. 그런 데에 중점을 두고 봤지. 그렇게 '실용적'인 관점에서 이 <결혼 이야기>를 보니 미혼인 오빠에게 이 영화가 '직접적'인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는 없더라도 오빠의 내일에 '직접적'으로 관여할 수는 있더라고.  


니콜의 말을 곰곰이 생각해보면 좋겠다.


“난 찰리가 꼭 안아주며 응원해 주길 바랐어요. ‘당신만의 세계도 누리면 좋겠어.’라고요. 그랬다면, 이혼까지는 안 했겠죠.”

(이미지 출처: 다음)


#2 <한 번 즈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남자>


'찰뤼'는 '뤼콜'의 마음을 잘 알아준대. 그래서 '단 한 번'의 실수도 하지 않으려고 얼마나 철두철미한지. 본인의 마음을 아주 잘 잡는대. 바깥에 나가서 허튼 짓은 절대 하지 않아. 그게 아내 뤼콜에게 큰 피해를 입힌다는 것을 아니까. 찰뤼는 '한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지키고 싶어 해. 다른 사람이 뤼콜과 찰뤼가 만든 울타리에 발을 디디는 것을 원치 않지. 그래서 항상 경계해. 혹시나 본인이 다른 사람에게 '술'에 취해 울타리를 열어주지 않을까 해서. 그는 본인에겐 '한 번'이라도 누군가에겐 짧은 고통이 아니라는 것을 아니까.  


결혼 생활에 있어서 제일 중요한 게 뭘까. 그건 신뢰 아닐까 싶어. 상대를 믿지 못하면 더 이상 만남이 지속되기 어렵지. 이 <결혼 이야기> 속 찰리는 그 사실을 모르고 있어. 그는 동료 소피아와 불륜을 저질렀어. 술에 취해서. 찰리는 어쩌다 실수한 거라고 생각하지. 술에 취해 그랬으니, 이해해야 된다는 식으로 니콜에게 말해. 하지만 니콜에게는 그게 작은 상처가 아니었어. 변호사 노라와 상담을 받을 때, 니콜은 이 이야기를 꺼내면서 아주 크게 울지. 얼마나 그녀 마음 안에서 크게 남아 있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야.


<결혼 이야기>에서 묘사된 찰리의 언행들이 딱히 주의할 만한 게 아니라고 봤을 수도 있어. '그냥 찰리라는 사람이 말하네.'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 근데 오빤 조금 다르게 보이더라. 이를테면, 니콜이 아들과 같이 있을 때. 니콜이 아들에게 하는 행동들. 찰리는 그런 행동들이 안 좋다고 여겨. 그래서 니콜에게 하지 말라고 하지. 찰리의 언행을 잘 봤으면 좋겠어. 예컨대 아들이 물고기를 대하며 물어보는 장면. 그런 거. 다 알려주면 생각할 기회가 없으니, 여긴 넘어갈게.


누군가와 만나는 데에 있어서 무엇을 중시해야 되는지 생각해보면 좋겠어. 돈일까? 상대가 돈이 많으면 다 좋을까? 아니면 외모일까? 상대가 잘 생겼다면 다 좋을까? 이런 고민을 지금부터, 꾸준히 해나가면 좋겠다. 또 이 영화를 보면서 생각해봤으면 해. 왜 찰리와 니콜. 이 부부는 갈라섰는지. 그 이유가 무엇인지. 그 이유를 고칠 수는 없었는지. 그렇다면 이어서 물음표를 던져야지. 고칠 수 없다면 대체 무엇 때문인지. 얼마나 그 고통이 심하기에 그러한지.  


#3 <'결혼하지 마세요'가 아니라>


<결혼 이야기>는 결론적으로 '결혼하지 마세요'가 아니라, 결혼을 할 때 우리가 고려해야 되는 게 무엇인지 어떤 면에서 조심해야 되는지 등을 배울 수 있는 장이라고 봤어. 지금 당장은 친구들처럼 비혼을 생각할지 몰라도, 나이가 들어 혼기가 되면 아무래도 마음이 지금처럼 한결같기는 힘들 거거든. 그때 고민한다면 조급해서 되려 곧은 생각을 못할 가능성도 많다고 오빤 생각해. 그러니 이 영화를 단순히 치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영화가 때로는 누군가의 삶을 살아보게 하는 장이 되기도 하니까. 


처음에 <결혼 이야기>가 막 시작할 때, 오빤 씁쓸한 감정이 들었어. 한날한시에 결혼식을 올리고 부부가 된 남녀가 이렇게 갈라지다니. 서로 그토록 사랑했는데 이제는 갈라서려고 '노력'하고 있다니. 결혼이란 뭔지. 이런 생각이 들더라. 요즘 사회가 결혼을 안 하기로 마음먹곤 하잖아. 결혼은 꼭 할 필요가 없다고. 아마도 이러한 사람을 많이 볼 수 있어서 그런 것 같아. 그만큼 결혼은 현실이라 그런 게 아닐까 싶어. <결혼 이야기>가 영화상까지 받은 것을 보면 말이지. 그런데 말이야. 이런 의문도 들더라. <결혼 이야기>에서 니콜이 변호사를 통해 '노력'하지 않었다면 찰리와 갈라설 수 있었을까? 마음 편히 찰리와 헤어지겠다고 하면 순순히 계획대로 풀렸을까?  


<결혼 이야기>는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넘어서 '한' 인간으로서 자립할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좋은지. 낭만을 넘어서 현실을 직시하고 살아가는 게 어떤 건지. 무엇을 갖추고 살아야 되는지 등을 고민하게 해 준다고 오빤 생각해. 이 영화는 한 부부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그들은 결국 남남이었으니까. 본인의 길을 가는 게 중요했던 거야. 각자의 인생을 살아가는 것.


#0 <맺음말>


맺음말의 번호는 0이야. 이 #0이 뜻하는 바가 뭔지 생각해보겠니? 이건 말이야. <결혼 이야기>를 보고 네가 직접 생각해보면 좋겠다는 뜻이야. 오빠의 #1, #2, #3 이야기는 참고만 하고 생각은 네가 직접 펼치면 좋겠다는. 


최근에 한 50대 아주머니와 얘기를 나눴어. 그러다 남편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지. 그분은 눈물이 담긴 미소를 지으며 말씀하셨어. 여자로 살면 남자에게 많은 것을 포기하게 된다고. 본인은 그렇게 포기하고 살게 됐다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오빠는 이 <결혼 이야기>를 추천해드렸는데, 보셨으려나 모르겠다. 그분의 이야기가 이 영화가 너무나 닮아서. 쏙 빼닮아서 보시다가 눈물을 왈칵 쏟아내셨을지도 모르겠다.


앞서 간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앞으로의 삶을 계획했으면 좋겠다. 결혼을 하든 안 하든 중요한 건 판단의 주체는 남이 아니라 네가 해야 된다는 것이지. 결혼이 어울리는 사람이 있고 안 어울리는 사람이 있는데, 남들이 '하지 말라'라고 해서 안 하면, 그건 스스로에게 손해니까. 결혼을 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좋은 남자를 보는 눈이 있어야 되고, 그 기틀은 연애든 독서든 어디서든 찾아 배워야 좋겠지. 그 방편 중 하나가 이런 영화였으면 좋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