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갈 것이라 믿기에
아무도 모른다.
내가 먼저 말을 꺼내지 않으면 누구도 모른다.
내게 그런 큰 아픔이 있다는 사실을.
10년째 조울증 약을 복용하고 있다는 것을.
누군가 말했다.
“다은 님은 밝아서 사랑받고 자랐을 거라 생각했어요.”
물론 부모님이 나에게 사랑을 주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밝은 모습 뒤에 감춰진 아픔과 눈물을 사람들은 모른다.
속으로는 다 뭉그러졌는데,
도저히 버틸 수가 없는데
애써 밝은 척하는 건데
사람들은 왜 모를까.
괜찮은 척하면, 다 괜찮은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누군가는 말한다.
“그렇게 힘들면 말하지 그랬어.”
힘들다고 말하면, 뭐가 달라질까?
적어도 듣는 척이라도 해줄까?
진심으로 이해해주긴 할까?
그저 ‘척’이 아닌, 진심으로 이해하려고 할까?
말을 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주지도 않았으면서,
차마 그런 말을 꺼낼 수조차 없는 분위기인데
나더러 어떻게 말을 하란 거지.
내 마음은 굳게 닫혀가고
혼자 삼켜내는 날들이 늘어간다.
이불을 뒤엎고 숨죽여 우는 날들이 늘어간다.
이게 맞는 걸까?
이렇게 사는 게 맞는 걸까?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메아리친다.
너무 힘들고, 이제는 그만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고
누군가 “많이 힘들지. 그동안 고생 많았어”하면
그 자리에 주저앉아 울어버릴 것만 같다.
이렇게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기분이 밑바닥을 치고,
끊임없이 땅구덩이를 파고 내려가지만
결국 그 끝에서 나를 마주한다.
나를 더 깊게 들여다본다.
지금 느끼는 내 감정을 하나씩 하나씩 꺼내본다.
다른 사람이 아닌,
내가 먼저 나를 위로해준다.
“할 만큼 했어. 괜찮아.
알아주는 사람 없더라도 괜찮아.
힘들면 울어도 돼.
맘껏 울고 일어나자.
그러면 돼“
다시 한 번
용기를 내서 말해본다.
“나 사실 많이 힘들어.
요즘 몸도 아프고,
매일 울면서 출근하고,
그동안 진짜 겨우 하루하루 버텼어“
입술을 꾹 다물고, 겨우 참아내며 꺼낸 말이었는데,
“다은아, 진짜 많이 힘들었구나"
그 한마디에, 참아왔던 울음이 터져 나왔다.
돌아오는 위로의 말들.
다시 한 번
일으켜 세워주는 말들.
“충분히 잘 할 수 있을 거야.”
“항상 응원하고 있을게.“
“너무 애쓰지 말고, 조금만 힘내보자.”
다시 일어서 본다.
도망치지 않고
슬픔을 마주해본다.
여전히 버겁지만,
이젠 아프지 않은 척을 하지 않기로 했다.
조금씩, 조금씩
초대하지 않은 손님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가고 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제발 좀 나가달라고 애원했었지만
이제는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 손님은 평생 내 곁에 있을거란 걸.
그렇게 나는
초대하지 않은 손님과의 동행을
아주 조금씩, 내 방식대로 받아들이는 중이다.
사진 출처 : Unsplash, Photo by Thomas Beck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