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버티지 않기로

나를 위한 삶에 한 걸음씩

by 다은

버티는 삶에서, 살아내는 삶으로


가슴속에는 늘 사직서를 품고 다녔지만

버텨야 한다고 스스로를 다그쳤다.


도망치면 실패자일 거라 여겼고,

견디고 견디면 언젠가는 괜찮아질 줄 알았다.


오늘도, 그저 버텼다.

지친 몸을 이끌고 출근해,

상사의 눈치를 보면서도 애써 웃었다.


인원 보고, 임원실 정리, 찻잔 세팅 같은

잡다한 일을 하며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은 마음을 꾹 삼켰다.


내일도 버틸 수 있을까 걱정됐지만

다들 잘만 하니까, 나도 버텨야 한다고 생각했다.




누구를 위한 끈기였을까


그러다 문득,

‘나는 무엇을 위해 이렇게까지 버티고 있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고 싶은 걸 하려면 돈을 모아야 하고,

그래서 일을 하는 건데

정작 돈을 버느라 내가 하고 싶은 걸 하지 못하는 현실.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할까.


“본인의 행복과 불행은,
누구보다 본인이 잘 알 거다.
스스로 불행을 느낀다면
끈기를 따져가며 버틸 필요가 있을까?
누구를 위한 끈기일까?“

- 서울의 3년 이하 퇴사자의 가게들


누구를 위한 끈기일까…

그 문장을 읽고,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


행복해지고 싶어서,

나중에 하고 싶은 걸 하려고 일하는 건데

지금 이 순간이 불행하다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만둘까, 말까.

고민하고 또 고민하고, 수없이 마음을 되묻다가

결국, 퇴사를 결심했다.




내가 나를 지키기 위해


회사에 퇴사 의사를 전하고 나니

마음이 조금은 편해졌지만,

그동안 워낙 바쁘게 달려왔던 탓에

몸과 마음은 여전히 지쳐 있었다.


허탈한 마음을 달래고 싶어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러다 문장 하나가 마음을 붙잡았다.


“걱정만 하다가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은 되고 싶지 않았다”


문장을 노트에 옮겨 적으며 다짐했다.

’나도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이 되고 싶진 않아.

당장 할 수 있는 작은 일부터 시작하자.‘


불안한 감정을 꾹꾹 눌러두지 않고

글로 적어 내려 가는 순간, 마음 한편이 조금은 가벼워졌다.


조금씩, 조금씩

마음이란 창에 햇빛이 비추기 시작했다.




내가 원하는 삶을 향해


누군가는 남편이 있으니까

쉽게 그만둘 수 있었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퇴사 이후의 불확실함보다

퇴사하지 않았을 때의 불행이 훨씬 더 무거웠다.

나는,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


내가 원하는 삶과 지금의 삶 사이엔

깊고 넓은 간격이 있었다.


매일 마감에 쫓기고,

지친 몸으로 퇴근해 겨우 하루를 끝내는 일상 말고,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사람들과 깊은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꿈꿨다.


모든 에너지를 쏟고 터덜터덜 돌아온 밤,

잠들기 전 나다운 시간을 잠깐이라도 가지는 게

내 유일한 위로였다.


퇴사를 한 달 앞둔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천천히 그려보고 있다.


남들의 시선이나 조언이 아닌,

진짜 내가 좋아하는 것,

무엇을 할 때 행복한지에 대해 귀 기울인다.


행복하기 위해서.

최소한 불행한 삶은 살지 않기 위해서.




속도가 아니라 방향


요즘 자주 떠오르는 문장이 있다.

‘중요한 건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남들보다 느린 걸음이더라도 조급해하지 않으려 한다.

조금 돌아가더라도

좀 더 나답게 살아갈 수 있는 길을 찾고 싶다.


그만둔다고 해서 삶이 단숨에 바뀌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삶을

매일 조금씩 그려나가다 보면

언젠가는,

분명히 바라왔던 모습에 가까워져 있을 거라고 믿는다.


나는 더 이상 견디지 않고,

살아내기로 했다.


억지로 참으며 버티는 삶이 아니라,

스스로의 삶을 선택하고 이끌어가는 태도를 지니기로 했다.


여전히 불안하고, 여전히 힘들지만

그 안에서 의미를 찾으며 살아가려 한다.


오늘도 무사히 살아냈다.

아직 멀었지만, 분명히 가고 있다.

나를 위한 삶에,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조금 느리더라도 괜찮다.

이제는 버티지 않기로 했다.


누군가가

”퇴사하고 이제 뭐 하려고 그래?“

묻는다면,


”뭐든, 뭐든 할 거야.“

라고 당당히 말할 것이다.


나는 결국,

내가 원하는 삶을 만들어 낼 사람이라는 걸 아니까.



사진 출처 : Unsplash, Photo by K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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