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만날 때 그 사람이 내게 좋은 사람인지 별로인 사람인지 구별하는 가장 강력한 질문은 딱 하나다. 바로 "그 사람으로 인해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가? 아닌가?"라는 질문이다.
연애를 시작할 때 보통 사람들은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들여다보자. 연애를 시작하면 아마 대부분은 상대방에게 더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을 크게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 같은 경우엔 평소보다 더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곤 했었다.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따로 거짓말을 하고 싶진 않았기 때문이다. 지각을 했다는 말을 들려주기 싫어 아침 일찍 일어났고, 건강에 신경을 쓰는 만큼 꾸준히 운동을 했으며, 지적인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마음에 평소보다 더 열심히 책을 읽곤 했다.
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엔 이런 대사가 나온다. "You make me want to be a better man." 해석을 하자면 "당신은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게 만들어요."라는 뜻이다. 좋은 사람은 내가 더 좋은 사람으로 되고 싶게끔 끊임없이 영향을 준다. 내가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하게끔 만들어 준다. 그것이 나는 '사랑'에서 찾아볼 수 있는 제일 큰 시너지 효과라고 생각한다.
최근 나는 어떤 사람을 만나면서 왠지 모르게 자꾸 나 자신이 망가져가는 느낌을 받았다. 툭 터놓고 얘기하자면 나도 그 사람에게 어떤 끌림이 있었기 때문에 그 사람과 연락을 하고 만난 것이 맞을 것이다. 하지만 그 사람과 대화를 나누면 나눌수록 '이건 왠지 아니다'라는 생각을 나는 좀처럼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한순간도 흔들린 적도 없다고 말한다면 거짓말일 거다. 그러나 모든 도의적인 책임을 무릅쓰고서라도 그 사람을 만날 만큼 나는 용감하지 아니, 무모하지 않았다.
단순한 이성적 끌림으로 만남을 지속한다면 사람이 동물이랑 다를 바가 뭐가 있을까? 무엇보다 그 사람을 만나는 나의 모습이 스스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그 만남이 과연 가치 있는 만남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걸까?
나는 충동적인 행동이 무조건 나쁘다고는 말하고 싶지 않다. 다만 나의 충동적인 행동으로 인해 한 사람이라도 피해를 입는다면 그건 나쁜 거고, 무책임한 게 확실하다고 말하고 싶다. 정직하고 바르게 사는 것이 과연 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된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아마 섣불리 맞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일을 통해 나는 적어도 나만큼은 그렇게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무엇보다 나 스스로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은 마음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다소 고된 일일지라도 내 신의를 내 손으로 져버리는 일은 하지 말자. 그게 결국은 나를 위한 일이라는 걸 잘 아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