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쓰다

구걸하는 관계

by 최다은

살면서 여러 관계를 맺다 보면 시간의 흐름에 맞게, 세월의 퇴색에 맞게 가까웠다가 멀어지는 관계들이 있다. 하물며 평생을, 영원을 약속했던 관계들도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바스러지기도 한다.

그런 관계들의 공통점은 딱 하나다. 내가 그들을 생각한 것보다 그들이 나를 생각한 게 적었을 뿐이다. ​가끔은 이렇게 심플하게 생각하는 것이 사는 데 더 도움이 된다. 나 혼자 이러니 저러니 생각해 봤자 머리만 아플 뿐이다. 물론, 그런 게 글을 쓰는 데엔 더 좋을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친구 사이든, 연인 사이든 내가 무언갈 구걸하는 관계는 기분이 그리 썩 좋지 않다. 정확히 말하자면 기분이 더럽다. ​그런 관계를 굳이 왜 애를 써가며 유지하는지 묻는다면 마땅히 할 말이 없다. 인간관계는 맞지 않는다고 해서 쉽게 두 동강 내듯이 잘라버릴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렇다면 왜 세상 모든 사람들이 인간관계에 그 많은 고민을 하고, 골치를 썩히겠는가​.




누군가와 깊은 관계를 맺으며 쌓는 익숙함이, 유대감이, 편안함이​ 어색함을 공유하는 새로운 관계들보다 훨씬 중요한 나로서는 오랫동안 내 곁을 지키고 있는 지금 사람들이 너무나도 소중하다.

그래서인지 나는 그들을 대할 때 더 엄격해지고 단호해졌는지도 모른다.​ 그들의 의중을 더 살피고, 실망을 하지 않게 깍듯이 배려를 한다. 그들이 나한테도 그렇게 대해주길 바라면서 말이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나이기를 바라는 건 나의 욕심이기에 이제는 내려놓는 법을 배우는 중이다. ​약속을 취소해도, 약간의 무례를 범해도 용서를 구한다면 너그러이 포용할 줄 아는 그런 사람 말이다.


그럼에도 만남을 구걸하게 만드는 관계는 여전히 갖다 버려야 할 관계가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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