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여러 관계를 맺다 보면 시간의 흐름에 맞게, 세월의 퇴색에 맞게 가까웠다가 멀어지는 관계들이 있다. 하물며 평생을, 영원을 약속했던 관계들도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바스러지기도 한다.
그런 관계들의 공통점은 딱 하나다. 내가 그들을 생각한 것보다 그들이 나를 생각한 게 적었을 뿐이다. 가끔은 이렇게 심플하게 생각하는 것이 사는 데 더 도움이 된다. 나 혼자 이러니 저러니 생각해 봤자 머리만 아플 뿐이다. 물론, 그런 게 글을 쓰는 데엔 더 좋을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친구 사이든, 연인 사이든 내가 무언갈 구걸하는 관계는 기분이 그리 썩 좋지 않다. 정확히 말하자면 기분이 더럽다. 그런 관계를 굳이 왜 애를 써가며 유지하는지 묻는다면 마땅히 할 말이 없다. 인간관계는 맞지 않는다고 해서 쉽게 두 동강 내듯이 잘라버릴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렇다면 왜 세상 모든 사람들이 인간관계에 그 많은 고민을 하고, 골치를 썩히겠는가.
누군가와 깊은 관계를 맺으며 쌓는 익숙함이, 유대감이, 편안함이 어색함을 공유하는 새로운 관계들보다 훨씬 중요한 나로서는 오랫동안 내 곁을 지키고 있는 지금 사람들이 너무나도 소중하다.
그래서인지 나는 그들을 대할 때 더 엄격해지고 단호해졌는지도 모른다. 그들의 의중을 더 살피고, 실망을 하지 않게 깍듯이 배려를 한다. 그들이 나한테도 그렇게 대해주길 바라면서 말이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나이기를 바라는 건 나의 욕심이기에 이제는 내려놓는 법을 배우는 중이다. 약속을 취소해도, 약간의 무례를 범해도 용서를 구한다면 너그러이 포용할 줄 아는 그런 사람 말이다.
그럼에도 만남을 구걸하게 만드는 관계는 여전히 갖다 버려야 할 관계가 맞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