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빨리 찾아온 무더위에 창문을 조금 열고 잠자리에 들면 익숙한 여름 향이 콧속 안을 가득 메운다. 짙은 초록이 담긴 향기. 그 순간 내 머릿속엔 빠르게 여러 사람들이 스쳐 지나간다.
이제는 과거에 묶인 사람들. 이제는 끝나버린 사랑들. 여름처럼 뜨겁게 사랑하던 때가 내게도 있었다. 이제는 그 사실마저도 무척이나 새삼스러워진다. 술을 마시면 취기에 보고 싶은 얼굴이 하나 둘쯤은 있곤 했는데 이제는 누군가를 떠올리려 할수록 희미해져만 간다.
사람은 누군가를 마음속에 품고 있지 않을 때보다 품고 있을 때 더 빛나 보인다 하던데. 어쩌면 나는 지금 빛이 바래 버린 건지도 모르겠다. 당신은 어떤 계절을 보내고 있나요. 아직도 슬픈 노래를 들으면 가슴이 저려오고 날 선 바람에 눈물을 훔치는 겨울, 그 어디쯤에 머물러 있나요? 아니면 나처럼 그리워할 누군가도 없는 텅 빈 여름을 보내고 있나요?
어느 계절에 머물러 있든 과거에 대한 기억을 기울여 보면 사계절을 온전히 쏟고픈 한 사람을 인생에서 만난다는 건 참 행운이지 않을까 싶네요. 그런 사랑이 내게도 또다시 올까요? 그런 사랑을 또다시 하고 싶은 건 단지 나의 욕심이 과한 걸까요? 어느 여름밤에 작게 읊조리는 대답 없는 물음들. 당신은 어떤 계절을 보내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