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에 어떤 사람 때문에 마음고생을 할 일이 좀 있었다. 그것 때문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전에 앓았던 위궤양 증상이 도져서 병원에 가 보름 치의 약도 타 왔다. 그런 내가 친구에게 물었다. “내가 멘탈을 키우는 게 빠를까? 아니면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게 빠를까?” 나의 물음에 친구는 “너의 인생엔 좋은 사람이 꼭 나타날 거야”라고 말했다. 친구의 대답은 평소에도 내가 원하는, 내 마음속에 품고 있는 희망이자 소망과 다름없었다.
그런데 나는 아직도 모르겠다. 나랑 맞는 좋은 사람이 이 세상에 과연 존재하긴 하는 걸까. 내가 너무 까다롭게 구는 건가. 도무지 모르겠다.
잘 되고 싶은 사람이 있었다. 그래서 거의 최근까지는 유튜브를 잘 보지 않는 내가 연애에 관한 유튜브만 엄청 본 것 같다. 누군가의 애간장을 간절히 녹일 수 있는. 빠져나올 수 없는 매력을 가진 사람의 특징 같은 그런 거. 그걸 보고 깨달은 한 가지는 내가 상대를 덜 좋아하면 거기서 나온 구질구질한 방법들을 쓰지 않고도 아주 손쉽게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거였다.
덜 웃고, 덜 다가가고, 덜 연락하고, 덜 관심 가지고. 역설적이게도 사귀기 전 대부분의 남자들은 본인들에게 관심을 덜 주면 더 끌려온다. 그리고 거기서 깨달은 또 한 가지는 나는 거기서 묘사하는, 흔히 사람들이 말하는 ‘나쁜 여자’가 못 된다는 거였다.
상대방 마음을 재고, 따지고, 밀고, 당기고 하는 것들. 나는 한 번 이 사람이다 싶으면 그런 것들에 시간을 쏟는 걸 아까워하는 편이다. 어렸을 땐 나도 멋모르고 끼 좀 부려봤다지만. 이제는 사람 마음을 헷갈리게 하고, 관계에 긴장감을 감돌게 하고 하는 것들에 ‘굳이?’하며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그야말로 시간이 아깝다.
어찌 됐든 그 유튜브들을 보면서 나는 ‘왜 저런 사람이 못 되는 걸까?’, ‘나도 저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란 생각에 한동안 빠져있었던 것 같다. 지금은 아니지만. 그런 나를 일깨워준 건 순전히 동생의 말 한마디 때문이었다. 엄마의 생일을 맞아 동생 여자 친구가 사 온 꽃을 보며 "역시 사람은 마음씨가 예쁜 사람을 만나야 돼"라고 했던 동생의 그 말 한마디.
그 한 마디에 나는 오랫동안 깊은 물속에 잠겨있다 마침내 나온 기분이 들었다. 누군가의 마음 하나 못 얻어서 나의 정체성을 부정하고, 파괴하려 했던 나. 그게 뭐라고 병신같이 나를 버리기 위한 연습을 했던 나. 사랑 앞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는 것도 이 나이쯤이면 그만할 법도 한데. 나는 어째 그게 잘 안 된다. 생각해보면 내가 유튜브에 나온 것처럼 흉내를 내지 않아도 나 자체만으로도 좋아해 주는 사람들은 늘 있었다.
그러면서 차차 드는 생각. 내게 관심 없는, 나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며 장난치는 사람을 위해 내가 무진 애를 썼구나. 지금도 그 어딘가에는 나라는 사람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고, 원하는 사람이 있을 텐데.
요즘도 나는 나에게 묻는다. "내가 멘탈을 키우는 게 빠를까? 아니면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게 빠를까?" 그리고 이 질문에 "내가 있잖아"라고 답해줄 누군가를 슬며시 떠올리곤 한다. 그러니 이 글을 보는 누군들 나의 인연이 아닌 사람에 너무 마음 아파하지 않기를. 어딘가엔 당신을 열렬히 원하는 사람이 있다. 이 사실을 기억하며 뭉그러진 자존감을 같이 되살려보자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