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때때로 지금이라는 순간을 미뤄놓고선 향후 미래에 지금과 같은 순간을 마주할 수 있을 거란 착각에 빠지곤 한다. 하지만 지금이 아니면 뱉지 못할 진심이 있고, 지금이 아니면 맺지 못할 관계가 있으며, 지금이 아니면 이루지 못할 꿈들이 있다. 사람을 만날 때에도 지금 당장 내 앞에 있는 사람에게 집중을 하면 후회가 남거나 오해가 생길 일 따윈 없다.
지금 나누는 대화
지금 나누는 눈빛
지금 나누는 감정
지금 나누는 마음
지금 나누는 느낌
지금이라는 순간이 주는 것들에 집중하면 마음속에 남는 게 많아진다. 나는 지금껏 '지금'이라는 순간이 주는 것들을 얼마나 마음에 담았으려나. 한 치의 후회도 없었다,라고 말한다면 물론 거짓말이겠지만. 그래도 순간순간 내 감정에 충실하려고 노력은 많이 한 것 같다.
평소 모든 감정이 늘 새롭고 생생한 나는 정말 무딘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하곤 한다. 마음을 줘놓고서 잊어버린다거나 이별을 해놓고서 사랑해버린다거나 하는 것들. 하지만 나는 그런 사람이 될 수 없다는 걸 잘 안다. 그래서 습관적으로 마음속에 들어있는 감정을 버리는 일을 하려고 애쓰는 편이다. 버리고 버리고 버려도 손쉽게 차오르는 자질구레한 그런 감정들.
그러니 지금 당장, 지금이라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그를 껴안고 입 맞추고 싶다. 지금이 아니면 나는 견디지 못할 것 같거든. 지금이 있기에 내가 살고 있는 거거든.
지금을 몰라주는 이를 대신하여 나는 지금을 사랑하고 싶다. 어쩐지 봄이 찾아오는 듯한 매큰한 공기에 머리를 살랑이는 겨울을 닮은 바람. 이 모든 게 지금을 살아가기에 좋은 이유이기도 하니까.
그러니 나는 다시 한번 지금을 사랑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