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처음 쓰기 시작한 순간부터 그랬던 건 아니지만, 글의 길이가 제법 길어지기 시작한 즈음부터 맞춤법 검사기를 돌리기 시작했다. 그즈음부터 공적인 일뿐만 아니라 누군가에게 편지를 쓸 때나 짧든 길든 내 글을 쓸 때, 뭔가 헷갈리는 표현이 있을 땐 무조건 맞춤법 검사기를 돌렸다. 그렇다. 나는 맞춤법을 사랑해 마지않는 인간이다. 맞춤법을 사랑한다.
그렇기 때문에 난 맞춤법을 지키는 사람을 좋아한다. 나에게 맞춤법을 지킨다는 건 용모를 단정히 하고, 지저분한 냄새를 풍기지 않는 것처럼 일종의 예의인 셈이다. 사람을 만났을 때 말투, 체형, 걸음걸이, 향기 이런 사소한 것에서부터 그 사람에 대해 알 수 있듯이 나는 맞춤법을 지키는 여부 또한 그 사람을 알 수 있는 꽤나 중요한 키포인트라 생각한다.
누군가가 나에게 메시지를 보냈을 때, 그 메시지의 내용도 물론 너무 중요하지만 말끔하게 정돈되어 있는 맞춤법을 보면 난 이 사람이 나와 비슷한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에 한 번 더 눈길이 가곤 했었다. 맞춤법을 지키는 사람은 아마 섬세한 성향에 더 가까울 것이다. 그와 동시에 완벽주의적 성향 또한 가지고 있을 것이다.
카톡을 보내다가도 뭔가 헷갈리는 거 같으면 곧장 네이버로 달려가 맞춤법에 맞는지 확인하곤 하는데 가끔은 이런 내가 너무 병적으로 맞춤법에 집착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긴 한다. 하지만 글을 쓰고 나서 맞춤법 검사기를 돌렸는데 고칠 게 하나도 없을 때 그것만큼 짜릿한 쾌감은 또 없다. 그렇다. 나는 맞춤법을 사랑해 마지않는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