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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은 Jul 27. 2023

중성적인 여자로 사는 삶

 파마를 하고 나서 이전보다 부쩍 나를 쳐다보는 시선이 는 것을 느낀다. 젠더에 구분을 굳이 분명하게 두지 않는 요즘 사회에서 나의 모습은 어쩌면 그저 머리가 긴 소년의 모습일 것이다. 특히, 나이가 많은 노인들은 나를 여자인지 남자인지 구분하려 노골적으로 쳐다보는데 부담스러울 정도다.


 ​스크린 도어를 지나는 나의 모습은 내가 봐도 소년의 모습에 가깝다. 178cm를 살짝 넘는 큰 키의 쇄골이 좀 안 닿는 파마머리, 그리고 낮은 목소리. 중성적인 여자로 사는 삶은 나를 호기심으로 바라보는 시선 속에 익숙해져야만 하는 삶이다. 하지만 나쁘지 않다. 오히려 좋다.



 ​왜냐하면 뭐니뭐니해도 여자라고 나를 얕잡아 보거나 우습게 보는 이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일단 키가 크다 보니 아무나 나를 쉽게 만만하게 보지 않는다. 이 점은 험한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꽤 유리하게 작용하는 중이다.


 ​그 외 좋은 점이라 하면, 나를 다양한 스타일로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여성스러움을 강조하고 싶은 날엔 딱 달라붙는 탑이나 짧은 하의를 매치하고, 편하게 입고 싶은 날엔 캐주얼하고 스포티하게 옷을 매치해주면 된다. 나름 여자와 남자의 경계를 자유롭게 드나드는 재미가 있다.



 가끔 나는 내가 서양권의 나라에서 살아도 나를 여자인지 남자인지 궁금해하는 듯한 눈초리와 질문을 받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여자와 남자의 체구가 비슷한 동양권에서는 숏컷을 한 여성이나 키가 큰 여성은 유독 더 젠더의 도마에 잘 오르는 것 같다. 그게 아니면 아직 우리나라가 개인의 다양성을 허용해주는 인식이 부족한 걸지도 모르겠다.


 ​어찌됐든 “여자에요? 남자에요?”라는 질문에 “여자에요”라고 쿨하게 대답할 수 있게 된 걸 보면 나도 꽤 많이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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