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아침이다. 주말만큼은 알람으로 아침을 맞이하지 않는 게 원칙이지만, 평일만큼의 효율을 내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 간단히 세안을 하고, 전날 사놓고 미처 먹지 못 한 도넛을 챙겨 집 앞 투썸플레이스에 왔다. 늘 사람이 끊이지 않던 카페에도 주말 아침이란 특수성 때문인지 나와 앞전에 있던 테이블이 전부다. 편하게 작업할 수 있는 안쪽 소파에 앉아 아이패드를 만지작거리는데 나보다 먼저 와있던 옆 테이블은 들려오는 소리를 듣고 있자니 과외를 하고 있는 모양이다.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여자 아이와 푸근한 인상의 여자 선생님이 정답게 대화를 주고받는다. 내가 과외를 받던 때는 언제인지. 이제는 너무나 머나먼 과거가 된 추억 속에 나도 모르게 문득 빠지고 만다. 내가 살면서 과외를 한 건 딱 두 번뿐이다. 초등학교 6학년에서 중학교 1학년으로 넘어가던 시기, 그리고 중학교 3학년. 둘 다 남자 선생님이었고, 과목은 수학이었다.
두 남자 중 나보다 열 살가량이 많던 한 명은 피자헛에 데려가 주었고, 나와 몇 살 차이 나지 않던 한 명은 애슐리에 데려가 주었다. 그 시절의 나이엔 그저 맛있는 걸 먹게 돼서 좋은 마음만 있었지, 그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이 나이가 되어서 다시 되짚어보니 새삼 실감하게 된다.
생각해 보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연장자들에게 참 많은 고마움을 받았다. 예전에는 밥 한 끼 얻어먹는 것이 그저 어린 나이의 특권이라는 생각에 당연하다 여겨왔지만, 내가 내 힘으로 돈을 벌기 시작하니 그것이 결코 당연한 일이 아니라는 걸 통감하는 바이다.
그 와중 과외를 하는 내내 여자 아이는 좀처럼 집중을 못 하고, 염색을 하고 싶다느니 머리를 바꾸고 싶다느니 쫑알거리기 바쁘다. 그런 그녀를 보며 참 귀엽다는 생각을 하는 나를 보며, 나도 이제 제법 나이가 들었구나 하는 생각에 사뭇 달콤 씁쓸해진 커피를 연거푸 들이켜마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