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쓰다

혼자 산다는 것

by 최다은

비가 내리다 말다를 반복하던 2주 전쯤, 별안간 화장실 천장에서 물이 뚝뚝 새기 시작했다. 워낙 화장실이 좁아서 샤워를 하다 보면 천장까지 물이 튀는 경우가 있었기에 별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러나 천장에 맺혀있는 물은 시간이 꽤 흘렀음에도 나를 약 올리듯 뚝뚝뚝 떨어졌다. 혹시나 싶어 천장에 있는 홈을 들어 올려보니 배관이 보였고 그 좁은 공간이 모두 젖어있었다. 무슨 일이 나긴 났구나, 싶었지만 한편으론 이대로 조용히 지나가길 바라는 마음이 커 그저 이 현실을 외면하고만 싶었다.


양치를 하다가도 뚝. 세수를 하다가도 뚝. 머리를 감다가도 뚝. 홈 모서리 부분에 물이 고일 때마다 급한 대로 화장지를 뜯어 닦아 보았지만 종국에 이르러서는 물이 뚝뚝 떨어지는 게 아니라 비처럼 물줄기가 되어 ‘완전히‘ 새기 시작했다.




혼자 산다는 건 그렇다. 내가 직접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그 누구도 나서서 도와주거나 일이 뚝딱 해결되진 않는다. 며칠 동안 하지 못한 설거지며, 빨아야 할 빨랫감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어도, 널브러진 옷가지며 잡동사니들로 집이 어질러져 있어도 그걸 보며 ‘치워야지’ 하는 마음만으로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치워야 한다는 생각만으로 어질러진 집이 마법처럼 말끔해지는 법은 없다. 결국, 그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 이상 달라지는 건 없고, 치워야만 한다는 압박감과 그것을 미뤄둔 데서 오는 묘한 죄책감은 고스란히 내 몫이 된다.


이 집에 오기 전 첫 번째 집에 살 때에는 싱크대가 역류해 불순물로 흥건한 주방 바닥을 닦는가 하면, 삭을 대로 삭은 화장실 문틈에서 새는 물 때문에 틈새를 막으려 무진 애를 쓰기도 했다. 겨울에는 출근 직전 갑자기 생긴 동파 문제로 찬물로 대충 씻은 채 바깥에 있는 보일러를 드라이기로 녹이는 쌩쇼까지 했다.


오피스텔이나 신축 빌라가 아닌 서울의 여느 오래된 집에서 살면 생기는 고질적인 문제들이기 때문에 어쩔 수는 없다지만, 그에 따른 감당은 늘 내 몫이었다. 고물가 시대에 월세로 나가는 돈을 최대한 아껴보려 내린 선택이기 때문에 누구를 탓할 수도 없지만, 이런 골치 아픈 일이 벌어질 때면 내가 내린 선택의 합리성에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곤 한다.


특히 누군가와 마찰을 벌이는 일을 극도로 꺼리는 내 입장에서는 처음 집주인에게 전화를 거는 일조차 껄끄럽게 느껴졌다. 하지만 어쩔 수 있는가. 내가 하지 않으면 누가 내 불편을 알아주고, 해결해 주지 않는 것을.




기술자와 집주인이 몇 차례 집에 방문하고 상태를 살폈다. 낯선 이를 집에 들이는 일조차 불편한데 그동안 흘러내리는 물 때문에 화장실 전등마저 나간 상태로 더듬더듬 샤워를 하는 날이 이어졌다.


흔히 사람들은 말한다. 혼자서도 잘 살아야 누군가를 곁에 둘 수 있다고. 하지만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여운이 긴 영화를 볼 때, 가벼운 산책을 할 때, 유독 힘든 하루를 보냈을 때 누군가 곁에 있기를 바라는 마음은 어쩔 수가 없다. 특히 이런 골치 아픈 문제가 터졌을 땐 상황을 함께 나누고, 상의하고, 괜찮다고 위로해 줄 사람이 더욱 간절해진다.


사랑하는 사람과 맛있는 음식을 먹고, 좋아하는 영화를 함께 보고, 하루 있었던 일을 나누고, 지친 마음을 다독여주는 일상. 하나에서 둘이 된다고 꼭 행복해지는 것도 아니고, 어떤 때는 오히려 혼자일 때보다 퍽 불행할 때도 있다지만. 그럼에도 누군가의 존재가 내 일상에 덧입혀졌을 때의 행복과 만족이 혼자일 때보다 더한 나로서는 비어있는 마음 한구석을 늘 이처럼 빈번히 들여다볼 수밖에 없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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