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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쓰다

다시 한번 반가워

by 최다은

언젠가부터 익숙한 것에 싫증 아닌 싫증을 느끼게 되었다. 한 번 마음을 쏟은 곳에는 말마따나 문지방이 닳도록 드나드는 사람이라서. 한 번 마음을 쏟은 사람에게는 이별이라는 선택지를 미루고 미루는 사람이라서. 굳이 의도하지 않아도 좋아하고 아끼는 것들에는 늘 진득한 애정을 보이며 살아왔다. 그러나 요즘엔 그런 나임에도 불구하고 익숙한 선택이 아닌 새로운 선택을 해보려 노력하고 있다.


예를 들면 예전의 나였으면 해보지 않을 시도들. 별로 친하지 않은 사람에게 밥을 먹자고 해본다거나 인스타에서 우연히 본 낯선 모임에 눈독 들이는 일. 여행에 가서 혼자 소주를 시켜 먹거나 나름 길었던 머리카락을 하루아침에 싹둑 잘라버리는 일.


물론 이런 새로운 시도를 거듭한다고 해서 30년을 비슷한 방식으로 살아온 내가 180도 달라진다거나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되어버리는 건 아니다. 그러나 이런 시도들이 결국엔 내가 살아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하고 ‘그래, 난 이런 사람이었지’하며 시간 속에 퇴색된 나를 다시 꺼내 먼지를 털고, 새로 색칠해 보게 만든다.


결국 나는 똥인지 된장인지 찍어봐야 아는 사람이고, 경험이란 걸 그 무엇보다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니까.


별안간 사랑 없는 삶이 마음 한가운데 큰 구멍이 뚫린 듯 외롭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홀로 나를 찾아가고, 재발견하는 이 일련의 과정이 그리 나쁘지만은 않은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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