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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쓰다

통제 밖에서

by 최다은

요즘 들어 부쩍 짜증이 늘었다. 바쁜 시즌이 다가오면서 업무가 쏟아지고, 그 안에는 내가 아무리 손을 대도 속도가 나지 않는 일들이 대부분이다.


평소에도 내 통제 밖의 일에는 스트레스를 크게 받는 편인데, 그것이 업무가 되니 더 예민하게 다가오는 듯하다. 특히 내가 혼자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여러 부서를 거쳐야만 마무리되는 직무라 더욱 그렇다.


애써 시작을 잘해도 중간에서 반려되면 모든 게 처음으로 돌아간다. 최근에는 3개월이 넘도록 166건의 지출 목록을 정리하고, 재요청하고, 기안을 올리고, 회송을 당하며 동료들에게 참 많은 하소연과 불평을 늘어놓았다. 문제는 그게 오늘 또 한 번 회송을 당해서 도무지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어떤 일을 맡든 내가 가진 역량보다 더 잘 해내고 싶은 욕심 때문일까. 통제할 수 없는 일들의 연속에 멘탈이 터지고, 스스로를 들볶는 하루가 이어지고 있다.


짜증을 낸다고 달라질 건 없다. 그래봤자 나만 손해다. 그걸 알면서도 무너진 마음을 바로 세우는 일은 어째 쉽지 않다.


하지만 아무래도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녹슬고 닳아버린 마음에 다시 기름칠을 해야만 한다. 사소한 일에 흔들리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중요한 건 스트레스를 어떻게 흘려보내느냐니까. 어쩌면 그것만이 내가 온전히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영역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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