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바뀌는 시기를 좋아한다. 겨울에서 봄으로, 봄에서 여름으로, 여름에서 가을로, 가을에서 겨울로 바뀌는 그 시기. 그 시기엔 지나가는 계절과 새로 오는 계절의 냄새가 공존하여 나를 왠지 모를 향수에 젖게 만들기 때문이다. 가끔 지나치는 순간순간 유독 특정한 냄새에 사무치곤 한다. 그 냄새는 옛 연인이 피던 담배 냄새 일수도 있고, 좋아하던 사람이 뿌리던 향수 냄새 일수도 있고, 낯선 여행지에서 자주 맡던 냄새 일수도 있다. 그것은 단지 콧속으로 들이키는 냄새임에도 불구하고, 나의 마음을 한참 동안이나 일렁이게 만든다. 내 마음속을 헤집고 들어와 과거의 기억들을 떠올리게 만든다. 그 모든 아련함은 몸에 치명적인 독처럼 퍼져 나를 미련의 늪에 허우적거리게 만든다.
나는 그럴 때마다 헤어진 지 오래된 옛 연인을 떠올려보기도 하고, 어리숙하던 20대 초반을 떠올려보기도 하고, 지난 여행의 즐거운 추억을 떠올려보기도 한다. 이내 얼마 안가 콧속에 남은 냄새가 희미해지고 나면 나는 아득한 꿈에서 깨어난 것처럼 다시 현실을 마주한다. 특정한 시기, 특정한 장소가 아닌 이상 같은 냄새를 맡는다 하더라도 과거의 추억을 완벽히 일깨울 순 없기 때문이다. 고로 나는 이미 지나가버린 무수히 많은 날들을 그저 가슴속에 묻을 수밖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