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쓰다

서울에서 안산으로

본연의 나 자신으로 돌아오는 길

by 최다은

처음 서울을 놀러 간 때의 기억이 아직까지 생생하다. 그 기억은 2008년 서울역 롯데리아에서부터 시작된다. 나는 그 당시 서울의 중심은 서울역인 줄로만 알고 있었다. 결혼식 또는 가족과의 나들이가 아닌 서울행은 처음이었으니 그럴 만도 하다. 노숙자, 비둘기가 그득한 그곳을 거닐며 나는 서울을 향한 낯섦을 즐겼던 것 같다. 높은 고층 빌딩, 낯선 버스 번호, 혼잡한 도로 체계. ‘서울’을 이루는 요소들을 바라보며 나는 ‘아, 이곳이 바로 서울이구나.’하는 새삼스러움을 느꼈었다. 그것이 벌써 11년 전 일이 되었다. 경기도에 사는 내게 서울은 가까운 여행지로서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곤 했다.


밤새 담배 냄새가 흥건한 클럽 안에 있다 녹초가 되어 첫차를 타고 오는 때, 럭셔리한 호텔에서 와인 한 잔을 걸친 뒤 새하얀 침구에서 잠드는 때, 오랜만에 보는 이들과 지난날을 추억하며 끈끈한 결속력을 느끼는 때. 서울에서 보낸 수많은 기억들을 곱씹다 보면 쓸만한 추억들이 꽤나 많다는 걸 느끼게 된다. 친구의 비좁은 자취방이 있던 흑석동부터 3개월 동안 뺀질 나게 다니던 압구정 모델 학원, 유흥으로 지새우던 강남 일대 등. 내게 서울은 늘 새로웠다. 그래서인지 나는 늘 서울에서의 삶을 동경하곤 했다.



서울에서 꿈만 같은 하루를 보내고 집이 있는 안산으로 돌아가는 길, 나는 ‘돌아갈 곳이 있어 다행이야.’라는 안도감보다는 ‘결국엔 모든 게 제자리구나.’하는 우울에 젖곤 했다. 서울에서 안산으로. 어릴 적의 나는 본연의 나 자신으로 돌아오는 길을 지독히도 싫어했다. 무언가 있어 보이는 서울에서의 나날을 오래도록 영유하고 싶어 했다. 그러나 마음속으로 이 밤이 영원하기를 바라도 결국엔 햇빛이 투명한 아침을 맞이하는 것처럼. 아무리 남 흉내를 낸다 한들 결국 나는 본연의 나 자신으로 돌아오곤 했다.


아득한 꿈처럼 웃고 즐기는 시간이 지나면 본연의 최다은으로. 환상이 젖은 서울에서 현실이 묻은 안산으로. 너무나도 뻔한 풍경에 여느 때처럼 발을 들이는 순간. 그 순간은 비록 낡고 초라할진 몰라도 어느 순간부터 나는 이처럼 나 자신으로 돌아오는 일이 꼭 필요한 일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나이가 들수록 Fake보다는 Real에 초점을 맞추는 일은 중요하다. 그리고, 그 경계를 알아채는 일 또한 말이다. 허상을 덜어내고, 실상이란 옷을 입는 일. 그 일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닐지 몰라도 나는 남들에게 보이는 허상의 최다은보다 실상의 최다은이 이 세상에서 박수받는 일을 언제나 고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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