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쓰다

외로움의 도시, 안양

대학이란 집합체에서 살아남는 법

by 최다은

안양이란 도시는 내게 참 애증의 도시다. 익숙함에 반갑기도 하면서도 어느 순간 갑자기 퍽 외로워지는. 며칠 전 안양을 가게 되었다. 이제는 그곳에 간다 해도 별다른 감정을 느끼지 않지만, 불현듯 지난 기억들을 떠올리다 보니 나는 순식간에 외로움의 홍수에 잠식되어버렸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나는 살아남기 위해 참 부단히도 애를 썼다. 남들이 다 각자의 무리 속에 어울려 지내는 동안 나는 저 멀리 떨어진, 외딴섬이 되어 홀로 쓰디쓴 외로움을 삼켜내곤 했다. 나는 언제나 혼자였다. 지금도 종종 그때 그 순간들을 떠올리면 코 끝이 찡해지곤 한다.


남들이 다 각자의 무리 속에 어울려 지내는 동안 나는 저 멀리 떨어진 외딴섬이 되어 홀로 쓰디쓴 외로움을 삼켜내곤 했다. 나는 언제나 혼자였다.



남들이 섞여있는 행복의 물결에 쉽게 휩쓸리고 싶진 않았다. 그러므로 나는 나를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방어선을 마련해야만 했다. 학교에서 15분은 걸어야 나오는 오래된 백화점 푸드코트, 그곳에서 나는 줄곧 혼자 밥을 먹곤 했다. 그리고 가끔은 인적이 드문, 학교 근처 카페에 앉아 읽다 만 책을 읽곤 했다. 그것마저 허용이 되지 않는 시간엔 7층 매점에서 파는 컵라면과 시장 김밥으로 초라하게 배를 채우곤 했다. 나 홀로 표류하는 것이 너무도 지칠 때엔 어쩔 수 없이 얄팍한 친분에 기대곤 했다. 새어 나오는 어색함을 감춘 채 가식적인 웃음을 드러내곤 했다.

강의실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몰라 지각을 하고, 떠들 사람이 없어 스마트폰에 머리를 파묻고, 뚜레쥬르에서 사 먹는 커피 한 잔으로 위안을 얻고. 다른 이들이 회상하는 대학생활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내게 지난 대학생활은 공허함과 외로움, 그리고 쓸쓸함 그 모든 것의 집합체다.


다른 이들이 회상하는 대학생활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내게 지난 대학생활은 공허함과 외로움, 그리고 쓸쓸함 그 모든 것의 집합체다.



그렇게 안양일번가를 활보하는 많은 대학생들을 지나치며, 나는 새삼 내가 ‘대학생’이 아니란 사실에 안도했다. 그러고 나서 이제는 그들과 내가 다른 부류에 속한다는 걸 깨달았다. ‘대학생’이란 타이틀을 쥐고 있는 그들이 누군가에겐 부러움의 대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내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지난 5년 동안의 시간이 내겐 목적 없는 고행이나 다름없었으니까. 힘겹게 건네받은 졸업장에 아무런 감흥이 없는 건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나는 아마도 어딘가엔 나와 같은 대학생활을 한 이들이, 아니면 나와 같은 대학생활을 하는 중인 이들이 분명 존재할 것이라 믿는다. 나는 후자에 속한 이들에게 꼭 말해주고 싶다. 영원한 불행은 없다고. 결국 끝은 정해져 있다고. 그러니 지금 당장 힘들더라도 어떻게든 버텨보길. 고난 끝에 얻은 자유는 더 달콤할 것이다.


나는 후자에 속한 이들에게 꼭 말해주고 싶다. 영원한 불행은 없다고. 결국 끝은 정해져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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