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 없는 가게라는 것 말고도 이 가게의 특별한 점은 과하게 이윤을 남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로컬 푸드 매장이라고 하면 대량 생산되는 제품들에 비해 마치 유기농 제품처럼 비싸기 마련이다. 교환학생으로 프랑스에 머무르며 수업 후 장보기가 일상이었던 나날. 나조차도 비싼 가격 탓에 바이오 제품이 아닌 평범한 슈퍼마켓에서 식료품을 구입하곤 했었으니. (여행으로 탕진하고 일상에서 허리띠 졸라매는 흔한 교환학생;;)
그들은 그런 고정관념을 깨고, 누구나 쉽게 방문할 수 있는 로컬 푸드 음식점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한다.
실제로 가격을 살펴보면 결코 비싸지 않다. 평범한 프랑스의 펍 내지는 레스토랑과 비슷하다. 철저한 신념 하에 로컬푸드만을 꼭 고집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이런 가격이라면 부담없이 시도해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이어진 나의 질문은 '로컬 푸드'를 얼마나 사용하는지에 대한 것이었다. 그들의 대답은 다소 충격적이었다.
"우린 매장에는 코카 콜라도 없어요."
세상에, 코카 콜라라면 그야말로 만국 공통의 음료 아닌가. 이제 하나의 대명사가 된 수준이고, 그 어떤 매장에 가도 콜라를 주문하면 한국이던 프랑스던 코카 콜라 혹은 펩시를 만날 수 있는데. 심지어는 중국에 가도 이름 모를 중국어로 써있긴 하지만(!) 어쨌든 알맹이는 코카콜라를 맛볼 수 있는데 이 곳엔 없단다.
사진 속 음료들이 코카 콜라 대신 판매하고 있는 리옹 지역 인근에서 생산된 로컬 맥주라고.
문득 궁금해졌다. 펩시 콜라말고 코카 콜라만 고집하는 사람들도 있듯이, 꽤 두터운 팬층(?)을 형성하고 있는 콜라가 없는 가게.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처음에는 리옹 콜라말고 코카 콜라 달라고 하시는 분들도 계셨어요. 별로 탐탁치 않아하기도 하시고... 사실
모든 손님들이 다 저희가 로컬 푸드만 제공하는 매장이라는 것을 아는 건 아니거든요. 그런 거 모르고 그냥 방문하는 분들도 많아요."
"하지만 점점 저희가 이 가치관과 가게를 운영하는 신념, 우리 먹거리. 이런 것들을 알리다 보니, 점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분들이 많아졌어요. 일부러 저희가 로컬 푸드 전문 가게라는 것을 알고 방문하시는 분들도 늘고 있구요."
프랑스에서 잠시 살았던 나 역시도 흔히 가는 동네 마켓에서 이런 제품은 못 본거 같다. 주로 코카 콜라를 샀던 것 같은데- 의문이 생겨 물어봤다. 이런 제품, 슈퍼마켓에서도 흔히 파는지.
"사실 일반적인 슈퍼마켓에서 찾기는 좀 어렵고요. 오가닉 제품을 취급하는 몇몇 가게들에서만 찾아볼 수 있어요. 로컬/오가닉 식료품 매점들과 협업 중이거든요."
"저희가 펍인 동시에 레스토랑이잖아요. 레스토랑 식재료들도 다 로컬 제품만 사용해요. 메뉴에 항상 두 종류의 에피타이저, 메인 디시, 디저트가 준비되는데요. 한 세트는 꼭 비건 제품으로만 구성해요. 치즈와 달걀까지 없는 걸로요."
추가로, 다양한 문화예술 행사를 주최하는 Le Court Circuit은 가게 측에서 행사를 주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가끔은 외부에서 장소 대관을 하기도 한다고. 행사를 여는 이유에 대해 "단순한 음식점이 아니라 지역을 활기차게 만드는 곳으로 만들고 싶다"라고 답하던 그들. 콘서트, 여름 맞이 축제, 맥주 축제 등 다채로운 행사를 통해 사람들의 교류를 돕는다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덧붙인 한 마디.
"그리고 무엇보다... 재밌잖아요."
문화 행사를 개최하는 요식업 가게에다가, 로컬 푸드만을 사용하고, 항상 비건 옵션을 준비해두는 가게라니.
요즘 지속가능한, 교류를 꿈꾸는 혹은 진정 핫한 가게의 요소들을 죄다 가지고 있다. 단순히 외관만 인스타그래머블한 곳 말고, 뭔가 우리나라에도 모임을 진행하는 가게라던지. 비건 음식이 꼭 마련된 음식점이라던지. 그런 지속가능한-서로 교류하는 양상들이 자꾸 생겨나지 않나. 그런 가게들을 총집합해놓은 느낌의 이 가게, 참 멋졌다.
Le court circuit에서 인터뷰를 마친 뒤, 레오와 팀이 알려준 근처 로컬 푸드 직영점에 방문해보았다. 바로 몇 블록만 지나가면 있던 가까운 가게. 불어로 épicerie는 식료품점을 의미하고, équitable는 공평하다는 뜻이다. 단거리 순환, 즉 근처 지역의 식료품만 제공하는 로컬 푸드로 인한 선순환을 의미하는 Le court circuit처럼 이 곳 역시 지역 식료품을 취급하며 건강하고 공정한 먹거리 생태계에 기여한다는 뜻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