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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린트리 Sep 21. 2023

"왜 경기도로 이사가?"

#서울 생활을 정리하며(2)

 경기도로 이사를 가기로 결심하고 난 후 친구들과 지인들에게 소식을 전했다. 그러자 하는 질문이 "왜 경기도로 이사가?"였다. 순간 마음이 흔들렸다. 오랜 고민 끝에 이사 결심을 했지만 막상 질문을 받고 나니 할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그들의 질문의 뉘앙스는 왜 서울을 떠나서 경기도로 가느냐였다. 그 의미는 서울에서 하는 일이 잘 되지 않아서 경기도로 가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었다. 나도 22년간 서울 생활을 하면서 가지게 되는 생각 중에 나름 서울사람이라는 자부심(?)이 있었다. 그래서 다른 지역을 폄하하는 실수를 범하기도 했다. 



이러한 편견을 가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의 개인적인 생각을 말하자면 다음과 같다.  


서울은 모든 중요 기관과 대학, 문화, 경제, 교통 인프라가 집중되어 있어서 많은 유익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모든 정책과 집행이 서울에서 먼저 시행되고 난 후 지방자치단체로 전달된다. 서울은 단지 도시가 크고 인구가 많다는 것에서 벗어나 대한민국의 행정, 교육, 정치, 경제, 교통의 중심지이자 행정집행의 바로미터가 된다. 이것은 서울이 주는 매력이자 장점이다. 

서울에서 산다는 것은 지방 사람들에게는 하나의 로망(?)이기도 하다. 그래서 흔히 지방에서 서울로 가게 되면 성공했다고 칭찬해 준다. 그런데 서울에서 지방으로 가게 되면 왠지 좌천(?)의 분위기로 본다. 


이렇게 서울 생활을 하면서 나름의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왔다. 


그런데 서울 생활을 하면서 장점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여러 가지 단점들이 존재한다.  

나는 서울에서 여러 동네를 거치면서 살았다. 

처음 청년시절 지냈던 곳은 혜화동 대학로 고시원과, 노원이었다. 결혼하고부터는 서초동(서초구), 길동(강동구), 장안동(동대문구), 인헌동(관악구)이었다. 그러고 보니 한강 북쪽과 남쪽에서 골고루 살았다. 


직장 업무상 운전하는 일이 많아서 서울 곳곳을 누비고 다녔다. 그래서인지 서울지리는 잘 알고 있다. 아마 택시운전을 해도 잘할 것 같다. 여러 동네를 다니면서 살았기 때문에 동네마다의 특성들도 있다. 나는 경제상황이 좋지 못해 주로 다세대 연립주택이나 빌라에서 전세로 살았다. 대부분 연식이 오래된 집들이었다. 사실 고향집에 살 때는 낡은 주택이었지만 우리 집이 있어서 맘 편하게 살았다. 그러나 서울에서 계속 이사하면서 산다는 것은 곤욕이었다. 오래된 빌라의 경우 주변환경이 잘 정리되지 않았다. 쓰레기로 인한 악취와 흡연과 자동차 매연으로 공해가 자주 있었다.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기 때문에 주차문제도 늘 있었다. 차를 주차하기에도 불편하고 나가려고 하면 앞에 주차된 차에 전화를 해서 빼야지만 나갈 수 있었다. 이렇게 주거환경이 좋지 못하니 점점 스트레스가 쌓여갔다. 서울은 지방과 달리 인구밀집도가 높아서 사람과 차량이 넘쳐난다. 그래서 여러 가지 불편한 상황이 벌어진다. 

그러면서 내 집 마련에 대한 로망이 커져갔다. 그러나 집값 폭등으로 인해서 어차피 서울에서는 내 집 마련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이것이 서울을 떠나기로 한 원인 중에 하나가 되었다. 


친구들에게 이러한 내막을 다 설명하기에는 변명처럼 들릴 것 같아서 하지 않았다. 나는 막연한 기대감을 쫓기보다는 손에 잡힐 듯한 현실감을 신뢰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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