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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콕맘 예민정 Jun 27. 2020

라면 먹고 싶은데...

몸에 해롭다는 그 말 믿어도 되나요?

신혼 때 일이다. 하루는 남편이 끙끙거리며 일어나지를 못했다. 어디가 아프냐고 물었더니 일 년에 한 번쯤은 이런 날이 있다며 하루 이틀 쉬면 괜찮을 거라고 안심을 시킨다. 편도가 붓고 열이 나는 것이 몸살 같아 보였다. 부랴부랴 평소에 좋아하는 콩나물국을 끓이고 부족한 실력에 최선을 다해 밥을 차렸다. 

"라면 먹고 싶다 그랬잖아!"

평소에 거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법이 없는 사람이 짜증을 냈다. 순간 나도 화가 났다. 진땀을 빼가며 애를 돌보면서 몇 시간을 걸려 차린 밥상이다. 어떻게든 잘 먹여야겠다고 생각한 정성이 무시당한 기분이었다. 결국 나는 신랑이 밥을 먹는 내내 돌아서서 자리를 비웠고, 신랑은 넘어가지 않는 밥을 꾸역꾸역 먹었다. 그렇게 기나긴 두 시간의 냉전이 시작되었다.


[출처] 하이닥


같이 산 지 8년이 지났다. 이제는 남편이 컨디션이 안 좋아 보이면 내가 먼저 라면이 당길 것 같은데... 하며 물어본다. 그러한 짐작은 거의 틀린 적이 없고, 신기하게도 정말 라면을 먹으면 컨디션이 돌아오기도 한다.

흔히 라면은 안 좋은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나도 이게 건강한 음식이라고 말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그런데 우리가 알고 있는 몸에 해롭다는 것들이 정말 해를 끼치는 것일까? 그럼 라면을 먹고 컨디션이 좋아지는 이것은 무엇으로 설명해야 할까?




사람들은 지방이 심혈관 지환에 부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이유로 버터와 같은 고지방 식품을 외면해 왔다. 건강을 위해 마가린 같은 저지방 식품을 선택하라는 조언도 흔히 듣는다. 하지만 정작 버터와 마가린 중에 어느 것이 더 좋으냐고 물어보면 대부분 버터가 좋다고 대답한다. 몸의 지혜는 피토케미컬이 풍부한 초원에서 풀을 먹고 자란 소의 젖으로 만든 버터와 감칠맛이 부족한 마가린의 우열을 쉽게 구분한다.  <영양의 비밀> p.369



Photo by Sorin Gheorghita on Unsplash



어린 시절, 입맛이 없는 날이면 엄마가 해주시던 음식이 있다. 지금처럼 날이 더워지기 시작하면 더욱 자주 해 먹는 밥. 바로 마가린+간장 비빔밥이다. 다른 반찬 하나 없이 그저 마가린에 간장 한 스푼이면 밥 한 공기를 비웠다. 간혹 조미김이라도 함께 한다 치면 입맛이 없었던 게 맞는지 의심이 들만큼 잘 먹었다. 가끔 그때가 생각나서 아이들에게 계란 프라이+마가린 대신 버터를 올려해 주기도 한다. 

지금은 마가린을 먹을 일이 없다. 식품 구매 담당인 내가 한 번도 구입해 본 적이 없으니 아이들은 사 먹는 음식에 들어있는 마가린이 아니면 먹어본 적이 없을 것이다. 지금은 예전의 그 맛에 동조할 수 없지만 당시에는 마가린 넣은 밥이 너무 맛있었다. 그래서 흰 밥만 보면 마가린이 떠오르기도 했다. 플라스틱 통에 들어있는 굳은 마가린을 엄마가 숟가락으로 쓰윽 긁어내는 걸 보면 그저 군침이 돌았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그때는 버터가 비싸서 마가린을 사용했던 게 아니다. 버터는 몸에 별로 안 좋다고 하니 마가린을 일부러 구해다 챙겨 먹이신 거다. 이건 식물성이라 많이 먹어도 괜찮다며 뜨거운 밥에 듬뿍, 구운 식빵에 쓰윽 올려주시곤 했다. 


역사적으로 마가린이 버터의 대용품으로 인식된 이유는 버터의 포화지방이 단일 불포화지방이나 복합 불포화지방보다 함량이 높기 때문이다. 마가린은 불포화지방의 함량이 더 높고 콜레스테롤이 없다. 하지만 우리는 마가린의 트랜스지방이 우리 몸에 대한 심한 모욕이라는 사실을 안다. 트랜스지방은 염증을 악화시키고, 인슐린 저항성과 중성지방을 증가시키며, 좋은 지방 단백질을 낮추는 대신 안 좋은 지방 단백질을 높인다.  <영양의 비밀> p.370


요즘은 버터보다 마가린이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식물성이기 때문에 더 건강에 유익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없다. 일정 이상 양질의 지방을 섭취해야 한다는 점을 알고 있으나 조상들이 동물을 통째로 먹던 그 시절과 같은 양질의 지방을 섭취할 수 없으니, 그를 위해 질 좋은 기름을 찾아 챙겨 먹기도 한다. 주위에도 올리브 오일, 아보카도, 버터 등 이를 충족시켜줄 지방을 탐닉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진리였던 건강 상식이 시간이 지나면서 연구 결과에 따라 뒤집히는 경우는 이뿐 만이 아니다. 


Photo by Jason Tuinstra on Unsplash


공중위생국 장관이 건강에 관한 지침을 발표하기 시작한 지 50여 년이 지나도록 우리는 소금을 적게 먹어야 한다는 조언을 무수히 들었다. 굳이 자료를 찾아보지 않아도 우리가 즐겨먹는 음식에 들어있는 과한 나트륨 함량이 문제가 된다는 말은 너무 많이 들어서 진리로 받아들여지고 있기도 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정말 들은 정보를 바탕으로 나트륨 섭취를 줄이고 있는 것일까?


<영양의 비밀>에 따르면 나트륨에 대한 연구결과는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한다. 커트 리히터는 실험을 통해 염소에게 인위적으로 인산염 섭취량을 제한했더니 다른 동물의 소변 등을 핥으며 부족한 염분을 채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것으로 미루어 볼 때 몸은 필요에 따라 소금 섭취를 어떤 방식으로든 조절을 한다고 볼 수 있다. 또 다른 실험에서는 사람들이 적당량의 나트륨이 함유된 음식을 먹으면 나트륨 섭취가 줄고, 나트륨이 부족한 음식을 먹었을 때는 나트륨 섭취가 늘었다. 


전문가들은 사람들이 과도한 소금 섭취가 건강에 위험하다는 메시지를 계속 접하고 소금 섭취를 줄이는 방법을 알게 되면 자연스럽게 소금 섭취를 줄일 거라고 가정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여전히 사람들은 비슷한 양의 나트륨을 섭취하고 있다. 사람들은 나트륨에 중독된 것일까? 아니면 전문가들의 말이 틀린 것일까?


<영양의 비밀>은 누구에게나 절대적으로 통하는 건강 기준이라는 것은 없다는 이야기로 시작했다. 그를 기반으로 나트륨 섭취의 항상성에 대해 해석해 보자. 사람마다 필요한 적정 나트륨의 양은 모두 다르다. 그렇기에 표준화하여 제시하는 권장량으로 충분한 염분 섭취가 이뤄지지 못한 사람은 다른 대체식품을 찾을 수밖에 없다.




우리 가족은 비교적 간이 세지 않은 음식을 주로 먹는다. 음식의 염도가 조리하는 엄마에게 맞춰져 있다 보니 특히나 염도에 예민한 남편과 막내의 반응이 남다르다. 남편은 주기적으로 라면, 햄, 조미김으로 염분을 채운다. 막내는 자기 입맛에 충분히 간이 되어 있지 않으면 도리질을 치고 딴청을 부린다. 


어릴 때부터 간이 된 음식을 먹이면 입맛이 짠맛에 익숙해져서 아이들은 자라면서 점점 더 짠 음식을 선호하게 될 것이라는 위협에 많은 엄마들이 이유식 단계부터 간을 하지 않는 음식들을 주로 먹인다. 넘쳐나는 정보는 모두 나트륨을 적으로 돌리고 있다.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모유도 맛보면 어느 정도의 염도가 있다는 걸 혹시 아는가? 

아이들 이유식을 조금씩 간을 해서 먹였다. 묽은 된장국도 먹였고, 아이들용 맛간장도 따로 끓여 음식에 넣었다. 비슷하게 먹이면서 키웠고 결과적으로 셋 모두 입맛이 다르다. 나트륨에 가장 민감한 건 막내. 최근에는 첫째도 조금씩 비슷한 입맛을 보이고 있다. 둘째는 라면을 좋아하는데도 불구하고 일반식의 염도 기준은 나와 비슷한 편이다. 세상에 '절대'란 없다는 걸 현실로 배우고 있는 셈이다.


단 걸 좋아하는 첫째. 라면을 좋아하는 둘째. 짠 음식을 좋아하는 막내까지 모두가 각자의 입맛이 있다. 배우지 못했던 엄마는 설탕은 해로워. 라면은 안 좋아. 소금은 적게 먹는 거라며 못하게만 했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그렇다고 설탕이 유익하고 라면이 건강한 음식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최선을 다해 자연식에 가까운 음식을 먹이고 있는 중이고, 아이들 역시 건강하다. 

오늘 텃밭에서 방울토마토를 몇 알 따왔다. 씻어서 먹어봤더니 사 먹던 토마토와는 맛과 향이 완전히 다르다. 아이들도 하나씩 먹어보더니 정말 맛있다고 한다.(첫째랑 둘째는 방울토마토를 즐기지 않는 편임에도 말이다.) 생각해보면 비교적 솔직한 입맛을 가진 아이들이다. 그렇다면 조금은 아이들이 말하는 맛있다에 귀를 기울여 줄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닐까?


시간이 흘러 어느 날에는 지금 안 좋다고 생각한 음식들이 사실은 필요해서 먹고 있었던 것이라는 점이 밝혀질지도 모른다. 단 맛을 좋아하는 첫째는 엄마 기준으로 조리한 음식들보다 당분이 더 필요한 이유가 있을 것이고, 짠맛을 좋아하는 막내는 염분이 더 필요한 것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생각하니 꼭 무조건 '안 돼'만 외칠 일도 아닌 것 같다. 가능하면 설탕 대신 다른 단 맛을 섭취하도록 유도해 줄 수는 있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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