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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콕맘 예민정 Aug 13. 2020

사회성도 배울 수 있다면

경험과 예습 그 중간 어디쯤에서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당연하다고 여겨온 사실이지만 이 명제가 성립하기 위해서 우리가 얼마나 많은 직간접적 경험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책장이 넘어가는 것이 아쉽기도 하고(그만큼 재밌다) 그렇기에 더 빨리 읽고 싶은 책 <가재가 노래하는 곳>이다. 이야기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일곱 살에 버려진 카야가 열다섯을 훌쩍 넘겨 이성을 알만큼 자랐다. 부모로부터 사회를 경험하지 못한 아이가 어떻게 사람들을 만나는지 책은 몇 가지 상황에서 우리가 너무도 당연히 여겨왔던 것 또한 학습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사람들이 모여서 밥을 먹는 식당

아버지가 카야를 데리고 바클리코브 다이너로 들어갔다. 카야는 외식이 처음이었다. 식당에 들어가 본 적도 없었다. 짧아진 멜빵바지에 말라붙은 진흙을 털어내고 헝클어진 머리를 가다듬는데 심장이 쿵쾅쿵쾅 요동쳤다. p.145


또래 친구들과의 일상

카야는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 저 사이에 함께 있으면 어떤 기분일까. 깊어지는 하늘 아래 소녀들의 즐거움이 오라처럼 눈에 보일 듯 환했다. 엄마는 여자들은 남자보다 서로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지만. 그렇게 자랑스러운 우정을 가꿀 수 있는 방법은 말해주지 않았다. p.175


첫 포옹

카야는 포웅을 받을 줄 몰라 몸이 빳빳이 굳었지만 메이블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결국 카야도 힘을 빼고 포근한 베개 같은 품에 폭 안겼다. p.256



Photo by Priscilla Du Preez on Unsplash



자연스럽게 아이들 손을 잡고 식당에 들어가서 주문을 하고 결제를 한다. 예의를 갖춰 주문을 하고 필요한 것이 있을 때에는 무례하지 않게 요청하는 법을 알고 있다. 

여의치 않을 경우 배달을 한다. 배달앱을 켜고 아이들과 메뉴를 고른다. 한글을 읽는 아이는 읽는 대로, 모르는 아이는 그림으로 메뉴를 선택하고 기다릴 줄 안다. 카드가 있으면 무엇이든 살 수 있다는 것을 안다. 그 카드에 아빠가 열심히 일한 돈이 들어가는 것까지 알까? 어찌 되었건 이 모든 과정이 아이들에게는 경험이 된다.


우리의 일상 모든 것이 직간접적 경험으로 쌓여 가능한 것임을 새삼 깨달으면서 현실을 돌아보게 된다. 코로나 19로 또래 집단을 잃어버린 딸아이는 유튜브를 통해서 같은 학교의 다른 반 친구를 알게 되었다. 친구 대신 로봇 장난감과 함께하는 아들을 보면서 다시 한번 부모가 메워줄 수 없는 빈자리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자연을 통해 생존의 방법을 배우는 것이 가능하다면, 동영상으로 보는 사회의 모습에서 사회성의 일부를 키울 수 있을까? 한 번의 포옹으로 다른 이와의 포옹이 조금 더 자연스러워질 수 있다면 친구를 사귀는 것 또한 한 번만 해보면 다음은 조금 더 수월해지는 걸까? 


고민도 되고 걱정도 된다. 그러면서 동시에 막연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잘 해낼 것이라 믿고 싶다. 다들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는 중일 테고, 간절한 만큼 더욱 빠르게 습득할 수 있지 않을까? 


아쉽지만 오늘은 마음먹고 이 책을 다 읽고 싶은 욕심이 있다. 가능할 진 모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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