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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콕맘 예민정 Aug 15. 2020

원래 외로운 것이 아니다

feat. 가재가 노래하는 곳

"혼자 태어나서 혼자 가는 것이 사람이야. 원래 그런 거야."


흔히 누군가에게 기대할 이유도, 기대해서도 안 된다는 의미로 이런 말들을 한다. 간혹 외로움이란 인간 본연이 지니는 당연한 본질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특히 태어날 때도 혼자, 죽을 때도 혼자라는 사실을 상기하면 맞는 말인 듯 고개를 주억거리게 된다. 그런데 왜 사람은 '그렇게 당연한 외로움'을 못 견뎌하고 누군가와 함께하기 위해 많은 것을 포기하기도 하는 걸까?


이토록 어렵고 깊은 이야기를 생각해 본 적도 없고 생각할 기운도 없지만 말이다. <가재가 노래하는 곳> 같은 책을 읽고 나면 이런 생각의 꼬리를 끊어내기가 쉽지 않다.



델리아 오언스는 외로움이 인간 본성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심리학적으로, 생물학적으로, 사회학적으로 인간은 외로워서는 안 되는 존재다. 따라서 사회적 약자와 소외 계급을 부당하게 격리하는 차별과 편견이 문제가 된다. 카야의 고립은 사회적 정치적 불의의 소산이다. 그러니 부모 형제에게 버림받은 늪지 쓰레기를 불쌍하게 여기고 거둬준 어른들이 '깜둥이'뿐인 것도 당연하다.  - 옮긴이의 말 중


외로움은 인간 본성이 아니라고 하는 그의 말에 위안을 받는다고 해야 할까? 

카야를 보면서 안타까웠던 마음. 테이트의 서툴지만 곧은 사랑을 보면서 안도했던 마음. 가정을 일궈낸 조디의 평범한 일상. 그리고 마지막에 보이는 카야가 자신을 지키는 모습. 작가의 호흡에 맞춰 모든 과정을 따라가면서 함께 울고 웃고 화냈던 마음은 '외로움'에 대한 사람들의 잘못된 시선에 맞서고 싶어서였기도, 그에 동조하고 싶어서이기도 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Photo by necometa on Unsplash


"나는 두 달이 아니라 한평생을 혼자 살았어! 그리고 온 마을이 나를 적으로 돌렸다고 생각한 게 아니야, 사실을 알았을 뿐이야!"

"난 한 번도 사람들을 미워하지 않았어. 사람들이 날 미워했어. 사람들이 날 놀려댔어. 사람들이 나를 떠났어. 사람들이 나를 괴롭혔어. 사람들이 나를 습격했단 말이야."  p.718


일평생 솔직했지만 알기 힘든 자신을 제대로 알기 위해 노력한 카야가 이렇게 외치는 순간. 그녀를 외롭게 한 건 대체 누구였던 것인지 생각해야 했다. 나는 누군가를 의도했건 그렇지 않았건 미워하고, 놀리고, 떠나고, 괴롭히는 방법으로 외롭게 한 것은 아닌지... 지극히 개인적이고 이기적인 나의 모습에서 외로움을 느꼈을 누군가가 정말 없었을까? 대체 어디까지를 폭력적이라고 하는 건지. 선명하게 답을 내릴 순 없지만 어렴풋이나마 알 것도 같은 느낌이다. 


가재가 노래하는 곳, 그냥 저 숲 속 깊은 곳, 야생동물이 야생 동물답게 살고 있는 곳. 사람이 사람답게 살고 있는 곳. 우리가 아는 사람답게는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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