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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콕맘 예민정 Aug 21. 2020

우린 어떻게 살아야 할까?

변화하는 시대의 시작에서 삶의 가치를 고민해 본다.

엄마가 되고 가장 먼저 세운 목표가 '책 읽는 아이'로 키우기였다. 이렇게 쓰고 보니 아예 틀렸음을 예감하는 것 같은 뉘앙스를 풍기지만 아직 속단하기에는 이르다고 믿고 싶다. 비록 엄마가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지금도 곁에서 유튜브를 보고 있는 아이를 두었지만 말이다.

많은 엄마들이 책 육아를 찬양한다. 그 이유를 파고들어보면 대부분이 우수한 성적을 낼 수 있는 기본이 되어준다는 점을 손꼽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런데 책을 읽는 이유로 성적을 꼽는 것이 과연 맞는 방향인 걸까? 나만 봐도 책 읽기를 그렇게 좋아했고, 책 욕심이 가장 많은 아이였지만 고만 고만한 성적을 유지했으면서 말이다.


Photo by Liana Mikah on Unsplash


코로나가 확산되면서 다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었다. 2학기에는 주 4일 등교를 할 수 있을 거라 들떠있던 첫째는 다시 주 1회 등교로 확정되었다. 이마저도 주말 확산세에 따라 변할 수도 있다 하니 답답하다. 

맞벌이나 한부모가 아닌 가정은 가정보육을 해달라는 서울시의 협조 공문이 내려와 둘째와 셋째도 집에서 지내는 중이다. 한창 노는 게 일인 아이들이 집에서 노는 거야 특수한 상황이니 그럴 수도 있는 거지만, 문제는 함께 계속 놀고 싶기만 한 첫째에게서 생긴다. 학교를 뜸하게 가는 만큼 집에서 엄마가 학교를 대신해야 하는 몫이 늘었다. 거기에 첫째의 학습 공백(공백이란 말이 맞는 건지, 그냥 학습이 무(無)인 상태가 아닌지)에 온라인 수업 등이 학습에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진심 의문인 요즘이다. 


집에서 하루 종일 공부를 했느냐 닥달하며 씨름을 할 수도 없고, 매일 마구 놀게만 둘 수도 없는 엄마는 마음이 지옥이다. '저대로 두면 우리 애만 바보처럼 되는 거 아니야?' '남들은 학습지도 시킨다고 하고, 학원도 보낸다는데 이대로 괜찮을까?' '나중에 엄마는 나를 왜 방치했냐고 원망하지는 않을까?' 즐겁게 놀고 있긴 하지만 사실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다. 


아침에 일어나 밥 먹을 때까지 멍하게 있다가 다 함께 논다. 동생들은 노는데 혼자 공부하라면, 나도 하고 싶지 않을 테니, 그냥 논다. 막내가 졸리기 전에 후다닥 점심을 먹고 잠시 더 놀이 시간을 가졌다가 다 같이 낮잠을 잔다. 낮잠이 필요 없는 나와 첫째이지만, 왠지 같이 자면 우리가 더 잘잔다.ㅎㅎㅎ

낮잠이 끝나면 간식을 먹고 나는 미뤄둔 설거지와 저녁 준비를 시작한다. 시간이 허락하면 그 중간에도 또 논다. 엄마가 집안일을 하는 동안에는 TV나 유튜브를 허락해준다. 가끔은 그것 없이도 놀긴 하지만.... 뭐 그런 일은 잘 없다. 


이렇게 하루 종일 놀다 보면 나도 아이도 특별히 공부하는 시간이 없다. 그나마 습관처럼 읽고 쓰고 있는 중이라 틈틈이 e-book과 종이책을 넘나들면 닥치는 대로 읽고 쓰기는 하지만, 그것마저 없었다면 나 역시 멍하니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지 않았을까 싶다.


서론이 너무 길었나? 그래도 이렇게 하루를 정리해보고 싶었다. 어떻게 보면 아이들과 보내는 자연스러운 하루 일과다. 같이 놀고 같이 먹고 같이 자는 것만큼 중요한 게 어디 있을까? 관건은 여기에 어떻게 어디에다 공부를 넣어야 하느냐 하는 점이다. 내 마음 편하자고 아이를 학원으로 돌리고 싶지는 않으니 어떻게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학원을 보내는 것을 비하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내가 목적 없이 학원을 보내고 싶지 않다는 의미임을 참고해주기 바란다.)




얼마 전 긱 경제에 관한 책을 읽었다. 책을 읽다 보니 직장이 없는 시대가 오긴 오겠다 싶었다. 하지만 직장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대체되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도 했다. 누군가는 긱 경제를 움직이기 위해 일을 해야 한다. 우리 아이가 긱 경제에 발을 담글지, 긱 경제를 움직이는 쪽에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 아닌가. 생각해보니 교육의 방향부터 실행까지를 모두 엄마가 해야 하는 시대라는 것은 점점 확실해지는 것 같다. 


https://brunch.co.kr/@dagirl2000/136


늘 그래 왔지만 언제나 미래는 지금까지 살아온 것과는 많이 다를 것이다. 그 어느 누구도 지금과 같은 팬더믹 상황을 예측하지 못했듯이, 이로 인한 사회의 변화 역시 짐작만 할 뿐 누구든 확신할 수는 없다. 어떻게 보면 가장 민감하게 변화에 반응해야 하는 곳이 교육이지만 알다시피 교육은 가장 늦게 변화한다. 그 간극을 줄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독서가 될 수 있진 않을까?




오늘 아침 함께한 경제 방송 중 현실을 직시하게 만드는 방송이 있어 공유해 본다. 다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며 생계를 걱정하는 소리가 들리기도 하지만, 이번에 어떤 기회를 잡을 수 있을까 두리번거리는 모습을 보이는 사람도 있다. 


한 치 앞도 예측할 수는 없지만 대응하며 살아가는 것이 우리의 삶이라고 한다. 무엇이 정답인 것도 없고, 이것만 성공이라는 삶도 없다. 누구에게서 듣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는 것이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인 것을 깨달으면서 가치 있게 살아가는 것이 더욱 중요한 시대가 되어가는 건 아닐까?


더 나아지기 위해 노력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만약 노력해서 꿈꾸던 모습이 될 수 있다면 그렇게 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단, 열심히 노력하는 중에도 삶은 이어진다.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p.346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만나게 된 많은 사람들 중에는 나이가 어리고 많고를 떠나 내면이 단단하고 아름다운 이들이 참 많다. 그들을 보면서 많은 것을 느꼈지만 그중에 가장 많이 했던 생각이 '어쩜 저들은 저렇게 이쁘게 살까'였다. 당장 돈벌이가 막힌 이도 있었고, 이 어려운 시기에 취준생이라는 어려운 타이틀을 단 이도 있었다. 손주들을 돌보면서도 책을 읽고 지혜를 나누는 분도 계셨고, 아이를 키우면서 봉사를 다니시는 분도 있었다. 모두가 상황이 어떻든 간에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이 살고 있는 삶을 충분히 가치 있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그들의 힘은 독서와 사색에서 오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었다. 돌아보니 나는 아이가 쉽지 않은 세상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자신만의 무기를 책을 가까이하면서 찾길 바랬는지도 모르겠다. 


정답이 없는 세상이라는 것을 인정하기. 꼭 목표한 대로만 되는 것이 성공이 아님을 알 수 있는 넓은 시선. 위에 인용한 저자의 말처럼 열심히 노력하는 중에도 삶은 이어진다. 고군분투하는 지금의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위로와 응원이 아닐까. 어떻게 살아갈야할지 꽤나 막막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오늘 하루 잘 먹고 잘 자고 즐거웠으니 오늘만큼의 삶은 가치 있게 빛낸 것이 아닐까? 숨 쉬는 내내 나의 삶이 이어져가고 있는 중임을 잊지 않는다면 힘든 순간도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순간도 잠시 쉬어가는 순간까지도 모두 가치 있음을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바란 책 읽는 아이는 그런 모습을 가지기 위한 시작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내일은 오늘보다 책 한 줄이라도 더 읽어줘야겠다. 부디 책을 좋아하는 아름다운 사람이 되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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