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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콕맘 예민정 Aug 24. 2020

이제 우리 같이 쓰자.

feat. 하루 3줄 초등 글쓰기의 기적

서평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글을 쓰기 시작한 지 대략 1년쯤 됐다. 처음에는 기간 내에 책을 읽는 것도 힘들었고, 읽은 책을 어떤 식으로든 정리하는 건 더 어려웠던 것으로 기억한다. 물론 여전히 요약은 젬병이고, 서평인지 주절거림인지 알 수 없는 글을 쓰고 있긴 하지만 처음보다 글 쓰는 것 자체는 조금 덜 어려워졌다.


책을 읽고 떠올린 생각을 글로 남긴다는 것은 책을 조금 더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다. 글을 쓰려면 책 내용을 다시 떠올려봐야 하고 곱씹어야 한다. 밑줄 그어둔 부분을 다시 발췌해서 읽어보기도 하고 연관된 다른 것들을 찾아보기도 한다. 일부는 실생활에 적용해보고 어떻게 생각했는지, 어떤 변화를 느꼈는지를 정리해보는 과정을 거친다. 이러한 과정들이 책을 그저 읽은 글로 넘기는 것이 아니라 내 것으로 만들게 한다.


책을 읽고 그에 연관된 생각을 쓰는 것이지만, 글이라는 것은 결국 나의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들려주는 행위이다. 책을 읽고 든 생각이건, 책을 읽고 변화된 일상이건 결국 모든 것이 내 이야기다. 그 과정을 길게는 일 년, 매일 쓰기는 4개월가량 해 오면서 겪은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일까? 돌아보니 나의 생각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그것의 해결점이 있는지를 조금씩 뚜렷하게 알아채기 시작했다는 것이 가장 큰 변화인 것 같다.


Photo by Aaron Burden on Unsplash



코로나가 다시 확산되는 모습을 보이며 긴장감이 고조된 요즘이다. 학교는 개학을 했지만 언제 학교를 가지 못하는 상황이 닥칠지 모른다는 걱정으로 온라인 수업으로 학습을 진행하기를 시도하는 중이다.


이제는 '공부는 학교에서 하겠지... '하는 안일한 마음조차 가질 수 없게 되었다. 학습의 기초가 어느 정도 다져진 고학년이라면 모를까(그네들도 사정을 들여다보면 만만치 않겠지만) 공부가 어떤 건지 겪어보지도 않은 아이에게 온라인 교육은 소 귀에 경 읽기보다 못하다. 그렇다고 사교육이면 다 해결이 될까? 결국 자기 주도 학습이 아니라면 앞으로는 더욱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학습 공백이 생기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아예 학습의 필요나 의무를 전혀 느끼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더욱 무섭게 다가온다.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점은 아이의 학습이 어느 방향을 향해 진행되어야 하느냐는 것이다. 시험, 대학 입학, 취업 등은 더 이상 목표가 되어주기 힘들어 보인다. 어쩌면 지금의 변화가 아이가 삶의 주도성을 가져오기에 더욱 적합해진 것일까? 환영해야 할 것 같지만 그 과정을 이끌어 줘야 하는 엄마는 기본 양육의 무게에 교육의 책임까지 떠맡게 되어 마음이 많이 무겁다. 


그냥 생각해봐도 시험을 목표로 아이에게 공부를 강요하기에는 여덟 살 인생에는 너무 먼 이야기일 듯하다. 그냥 마냥 놀 수는 없고, 무엇을 함께 하며 학습의 습관을 길러야 할까? 고민이 길어져도 답은 하나인 듯하다. 결국 잘 읽고 잘 쓰는 연습이 밑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은 진리가 아닐까.




글쓰기는 학습에 중요한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삶 속에서 꼭 필요한 도구입니다. 아이들은 글을 쓰며 자신의 마음과 삶, 타인과의 관계를 가꿀 수 있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힘을 기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p.26


책을 쓴 저자는 초등교육 현장에 있으며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육아하는 엄마의 마음을 잘 헤아리면서도 '어쩌라고'에 대한 해답을 교사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제시한다. 


이상하게 기분이 나빠서 소리를 마구 지르고 싶은데, 그 이유를 아이 자신도 모릅니다. 기분이 왜, 어떻게 나쁜지를 알아야 감정을 다스릴 수 있습니다. 이럴 때 마음을 글로 쓰다 보면 내 기분은 어떤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게 됩니다. p. 27


루 3줄 초등 글쓰기의 기적

이는 내가 경험한 일이라 더욱 공감했다. 나 역시 처음에는 아이들에게 화를 내고 있는지 조차도 몰랐다. 어느 순간 화를 내고 있는 나를 보면서 '이건 아닌데' 했지만 원인도 해결점도 찾을 수가 없었다. 화내고 욱하는 나를 바꿔보려고 책을 읽고 글을 쓴 건 아니었지만, 다양한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과정을 거치면서 점점 '내'가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내 감정이 어떤지,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가 말이다. 그러면서 화를 내고 욱하는 과정이 줄었다. 

더불어 아직은 서툴지만 조금씩 아이들에게도 설명할 수 있는 횟수가 늘어나고 있다. "엄마가 지금 몸이 아파서 짜증이 좀 났어. 미안해. 엄마를 조금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쌩쌩이가 도와줄 수 있을까?" 비록 화를 낸 다음이라도 이런 과정은 아이의 상처를 보듬을 수 있고 부모 자식 간의 거리를 다시 원래대로 돌려놓기에 충분하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아가는 중이다.


감정선이 예민한 첫째도 나와 비슷한 과정을 거치다 보면 자신의 감정이 무엇인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 것인지 뚜렷이 알게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니 더욱 함께 읽고 쓰는 시간이 필요함을 느낀다. 어쩌면 엄마와의 학습은 이런 쪽으로 흐를 때 더욱 좋은 시너지를 낼지도 모르겠다. 가족 간의 대화가 아무리 많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늘 속속들이 서로의 마음을 알아차리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학교를 다녀온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앞으로 수업은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오늘 수업은 어땠는지.... 

"오늘은 내가 좋아하는 소떡소떡이 나왔어. 큰 거 하나랑 작은 거 하나랑 먹었어. 진짜 맛있었어!!"

잘 먹고 잘 놀고 오랬더니 정말 잘 먹고 왔나 보다. 자리가 바뀐 이야기, 수업 내내 졸린 이야기, 말을 걸어보고 싶은 친구가 생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엄마랑 함께 책을 읽기도 하고, 일기를 써보자고 했다. 다행히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림일기 쓰는 걸 본 적이 있다며 재미가 있을 것 같다고 해준다. 마음에 드는 공책을 고르고 나눈 이야기를 써보는 것으로 시작하자고 했다. 


이제는 내가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시간에다 아이와 책을 읽고 쓰는 시간도 확보해야 되게 생겼다. 동생들과 놀아주는 시간까지 하면 꽤나 하루가 더욱 분주해질 것 같긴 하지만, 언제나 '처음'은 설레고 신나는 순간인가 보다. 나도 아이도 슬쩍 일기 쓰는 시간이 기대된다. 그래 , 우리 이제 같이 읽고 쓰자.




참고서적 : 하루 3줄 초등 글쓰기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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