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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콕맘 예민정 Jan 08. 2021

당당해야지!

당당한 너의 모습이 영원하기를. 

아이들은 겨울 방학을 맞이했다. 학기 중에 온라인 수업을 해서일까? 예전에는 방학이 되면 탐구 생활도 하고 숙제도 있었던 것 같은데 1학년인 첫째는 아이는 방학이 되니 매일 하는 일과가 따로 없다. 허울뿐인 계획표만 벽면을 장식하고 있을 뿐이다.


점심 준비를 하는 중에 아침부터 계속 켜져 있는 TV가 눈에 거슬린다. 결국 첫째에게 한 마디 하고 말았다. 

“우리 딸. 약속한 공부는 언제 하려나?”

"응! 좀 있다 할 거야."

"좀 있다 언제?"

“글쎄?”

“너 되게 당당하다?”

“그럼, 엄마가 늘 당당하게 살라고 했잖아.”

“……!”


다소 소심하고 내성적인 성격인 아이다 보니 첫째에게는 종종 당부 어린 조언을 하기는 했다. 


무엇을 하더라도 당당하게 해라.
눈치 볼 필요 없다.
언제나 엄마 아빠가 지켜줄 테니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된다. 


[킵고잉]의 저자이자 유명 유튜버인 신사임당이 어느 영상에서 했던 말이 있다. 

‘아이가 화장실을 가고 싶으면 가서 볼 일을 보고 나오면 되는 거잖아요. 그걸 매번 허락받으며 살도록 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뉘앙스만 기억하고 있기에 정확한 딕션이 아님을 먼저 양해를 구하는 바이다.)


그의 말을 듣던 날. 모든 행동을 할 때 사전에 허락을 받는 것을 당연하게 가르치고 있었음에 소름이 돋았다. 

"엄마, 우유 마셔도 돼요?” 

“치즈 먹어도 돼요?” 

"창문 열어도 돼요?"

"이 옷 입어도 돼요?"


허락이 떨어진 행동이 아니면 하면 안 되고, 하라고 하는 행동은 꼭 해야 한다. 독재자도 이런 독재자가 없단 생각에 얼얼했던 기억이 난다.



창의적인 인재가 많은 이스라엘의 교육 방식을 엿보기 위해 읽은 [후츠파]에는 이런 메시지가 담겨 있다. 


실패의 경험을 쌓게 하라.
자율적으로 행동하고 책임지는 연습을 시켜라.
위험에 노출되어도 괜찮다. 스스로 행동을 제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라.


3살 아이도 미세먼지가 많아서 놀이터에 갈 수 없다는 사실을 아는 요즘. 미세먼지에 이어 코로나 바이러스에 노출될까 두려워하며 아이들은 집 밖을 나갈 일이 없다. 어디에서 아이들의 자율을 찾아줄 수 있는 것인지 공허한 고민만 하고 있단 생각이 들었다.


Photo by Bambi Corro on Unsplash


아이들이 내내 집에 있으면서 엄마는 잔소리만으로 하루를 보낼 수 있을 지경에 이르렀다. 어떻게 하면 간섭을 줄이고 제한된 영역이지만 자율적인 행동을 할 수 있게 환경 설정을 해 줄 수 있을까?


아이의 방학 계획표와 관계없이 방학이 시작되던 날 단 둘이 마주 앉았다. 방학 동안 매일 했으면 하고 엄마가 생각하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어 본인이 하고 싶은 것도 받아 적었다. 그렇게 우리는 완벽하지는 않지만 서로가 만족하는 합의점을 찾았다.


1. 매일 책 두 권을 읽는다. 한 권만 읽고 싶다면 독서 노트를 꼭 쓴다.

2. 수학 문제집 하루 분량은 알아서 한다. (수 감각이 부족해 늘 어려워하는 영역이다.)

3. 매일 피아노를 가르쳐준다.(학원에 가지 못해 엄마가 얼렁뚱땅 봐주고 있다.)

4. 방학숙제는 정해진 기한에 맞춰 미리 해 둔다. (많지도 않지만 몰아서 하지 않는 것이 핵심.)

5. 이 외의 시간은 노래를 부르건 하루 종일 TV만 본다고 해도 간섭하지 않는다.


그 결과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는 중이다. 어떻게 보면 너무 안일하게 아이를 키우는 것이라고 하는 분들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합의점을 찾았고 약속을 지키고 있다는 사실에 서로 만족하는 중이다. 


가장 먼저 왜 놀기만 하느냐는 비난이 사라졌다. 비난이 사라지니 아이가 반항하는 일도 없다. 서로가 얼굴 붉히고 목소리를 높이는 일이 없으니 평화로운 일상이 이어진다. 아이는 지겨우면 알아서 놀이를 찾는다. 재활용품을 모아놓은 통에서 깨끗한 것들을 골라 만들기에 전념하고, 그림을 그리고, 춤 연습을 한다. 배경음악처럼 TV가 틀어져 있는 것이 영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처음 약속에 TV를 틀어놓지 않는다는 조항이 없었기 때문에 간섭하지 않는다. 필요하다면 다음번 약속에 넣도록 하면 된다.


아이가 자유와 당당함을 가졌으면 했다. 말만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야 당당할 수 있음을 느끼는 요즘이다. “엄마가 당당하게 살라고 했잖아.”라는 말을 듣는 데 어이없으면서 뿌듯했다. '그래, 내가 아이에게 바라던 모습이었어.' 당당하게 놀고 당당하게 약속을 지키는 아이로 자라고 있음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축하해. 너의 당당함이 자라는 내내 지켜질 수 있도록 엄마도 많이 노력할게. 사랑한다. 내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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