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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콕맘 예민정 Apr 23. 2020

왜 쉬지를 못하니

지금 하는 모든 것이 당신을 만듭니다.

혹시 이 사람이 오늘은 글쓰기 쉬는 걸까? 하는 분이 있으셨을까 모르겠다. 혼자만의 약속이니 하루쯤 쉬어도 누가 뭐라고 할 사람이 없다. 솔직히 오늘은 건너뛸 마음을 먹었다. 그러면 뭘하나? 이 시간에 저녁 준비도 안하고 컴퓨터 앞에 앉고 말게 된 것을.



'한달'은 리프레쉬 기간이 있다. 덕분에 인증의 시간에서 벗어나 미뤄두었던 다른 일들을 해도 좋다. 원래는 오전에 글을 쓴 후 딸과 서점데이트를 계획했다. 일이 틀어진 건 밤사이의 일이다. 도저히 근육통(이 맞는지는 의심스럽게 아프지만)으로 잠을 이루지 못해 새벽에 깨고 말았다. 아직 풀리지 않은 몸 상태와 수면 부족으로 오전 시간은 그냥 기절해 있었다. 덕분에 글쓸 시간이 날아갔고, 서둘러 서점만 다녀왔다.


일년 넘게 운동을 해오고 있지만 일 년 내내 근육통에 시달리고 있는 중이다. 솔직히 이게 정상적인건지 모르겠다. 다만 그럴수 밖에 없다고 나름 생각하는 이유는 하나다. 평생 처음으로 근육이란 아이를 가져보는 중이다. 몸을 바르게 하는 것도 처음, 팔 다리에 근육이 만져질 정도로 운동을 해 본 적도 처음. 정상적인 범위를 벗어난 견갑골이 제자리를 찾은 것도 처음. 마흔이 넘어 몸이라는 걸 처음으로 사람답게 만드는 중이니 '환골탈태'의 고통이 어쩌면 당연하지 않을까? 글은 이렇게 쓰지만 지금이라도 당장 때려치고 싶다는 생각이 치밀어오를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다행히 전업주부라 충분히 아플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몸이 좀 안 좋으면 오늘처럼 쉴 수도 있고 하루쯤은 눈 감고 아무것도 안 해도 누가 잡아가진 않는다.(저녁에 남편이 대신 해주기도 한다.) 단지 아이들과 기운차게 놀아주지 못할 뿐이다. 운동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가 단지 일상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아서 일까?


20대에 바로 잡았으면 지금보다 훨씬 덜한 고통으로 몸을 만들었을거라 생각한다. 30대에만 시작했어도 1년 내내 근육통에 시달려서 밤잠을 설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만약 지금 포기하고 50대에 60대에 몸을 만들고 싶다면 만들 수 있을까? 만들 수 있다면 대체 얼마나 고통스러워야할까? 지금도 기절할만큼 힘들다는 점을 떠올려보면 상상도 하기 싫다.



Photo by Johannes Plenio on Unsplash



100세 시대는 이제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운이 나쁘면 120세까지도 충분히 살 수 있다고도 한다. 이제 3살인 막둥이를 둔 나로써는 다행인 이야기지만 병원에 누워 누군가의 도움없이 움직일 수 없는 몸으로 120세까지 살고 싶은 마음은 티끌만큼도 없다. 그렇게 멀리가지 않아도 사랑하는 남편과 사는 날까지 행복하려면 둘 다 건강해야 사는 것도 즐겁지 않을까? 몸도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니 어쩌면 오늘이나 내일 중 운동을 하루 쉴 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그만두는 건 아니니 불안해하지 않아도 된다. 오늘 서점에서 본 <더 해빙>에 그런 말이 있었다. 흔들려도 괜찮다. 목표를 향해 가고 있는 중이니 말이다.






어쩌면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운동을 한다고 해서 병에 걸리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꾸준히 운동을 하는 이유는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최고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인생을 성공한 사람들은 모두 책을 읽는다. 성공비결을 물어보면 하나같이 책을 읽는다고 한다. 꼭 부자가 아니라도 사람들이 훌륭하다고 칭송하는 사람, 어느 분야든 일정선 이상의 성과를 본 사람들은 모두 책에서 답을 찾았다고 한다. 살아가는 내내 길을 찾아야하는 힘겨움에 놓여진 우리에게 든든한 동반자가 책인 셈이다. 운동을 하지 않아야하는 이유가 없는 것처럼 책을 읽지 않아야하는 이유도 없다.


똑똑한 우리는 이제 안다. 책을 읽는 것에만 그치면 그저 문자 중독을 해소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읽은 책을 체화해서 삶의 변화를 일으키려면 꺼내보는 연습도 해야한다. 잘 자야한다는 책을 읽었으면 수면시간을 일정이상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하고, 움직임이 몸과 마음을 모두 지키는 하나의 방법이라는 걸 알았다면 움직여야한다. 거기에 글을 쓰면서 책이 밝혀준 불빛을 비추며 원하는 방향으로 맞게 가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운동을 하는 것, 책을 읽는 것, 글을 쓰는 것. 무엇하나 쉬운게 없다. 일정 이상의 물을 마시고 건강한 먹거리로 몸을 챙기는 것도 쉽지 않다. '그 어려운 걸 또 해내지 말입니다.' 하던 유대위의 말이 생각난다.

살다보면 저절로 알아지는 것들이 있다. 쉽지 않다는 이유 하나로 포기해 버리면 마흔 넘어 일년 내내 근육통에 시달리고도 아직 몸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는 매일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지금은 조금 많이 불편한 고통이지만 시간이 더 지나버리면 돌이킬 수 없는 고통으로 삶이 끝날지도 모른다. 이것이 만사를 제쳐두고 글을 쓰게 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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