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쉬어가도 좋습니다.
나는 무슨 일이건 '일단 시작'을 진짜 잘한다. 고민의 시간도 남들보다는 짧은 편이다. 마음속에 무언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썩거리면 얼마 지나지 않아 현실이 되어있다. 아마도 생각하는 순간부터 현실이 될 기회를 찾는 것이 아닐까 한다.
반면에 '꾸준히' '끝까지' '계속해서' 하는 것엔 굉장히 약하다. 뭔가 성과를 보일 때까지 해 본 경험이 별로 없다. 작심삼일도 힘든 편이고, '매일' 하는 건 밥 먹고 숨 쉬고 자는 것만 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자신 있게 과거형으로 쓸 수 있는 건 1년 넘게 운동을 해오고 있고, 10개월째 매일 책을 읽고, 두 달 이상 매일 글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씽큐베이션'과 '한달'은 끝까지 완주하는 경험을 쌓아주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일단 하고 보니 어느 사이에 책 읽고 글 쓰는 삶을 사는 '엄마'가 되어 있었다. 응원과 격려를 해 주시는 분들, 내 일상을 함께 해 주시는 분들이 생겨나고 있다. 직접 만나는 사람은 급격히 줄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사람들과의 교류를 느끼고 있는 요즘이다.
얼마 전부터 미라클 모닝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 아니 시작이 틀렸다. 얼마 전부터 '명상'의 필요성을 느꼈다. 시간을 쪼개서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짬짬이 생각하고 집안일하며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아이들의 소리에 정신을 쏙 빼고 하루를 보낸다. 잠자리에 누우면 기절하듯 잠들기 일쑤다. 알람 소리에도 일어나지 못해서 출근 준비하는 남편의 소리에 소스라치듯 깨서 비몽사몽 배웅하는 날이 대부분이었다.
데일리 리포트를 쓰면서 '이거 쓸 시간에 책을 한 페이지 더 볼 수 있는데' sns에 인증글을 올리면서도 '이 시간에 몇 분이라도 더 자는 게 좋지 않을까?' 이런 마음들이 나를 들쑤셨다.
비에센셜리스트는
'전부 다 할 수 있어'
라고 생각한다.
에센셜리스트는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포기해야 하는 걸까?'
라고 묻는다.
<에센셜리즘> p.77
'엄마'라는 역할과 '나'라는 본질에 관한 생각 해 본다. 비에센셜리스트라 '전부 다 할 수 있어'라고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 짚어볼 문제는 아닐까?
시간을 배분할 때 독서와 글쓰기를 최우선에 두지 않으면 어영부영 흘려보내는 시간으로 인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그렇지만 '엄마'로 아이들에게 충실해야 하는 시간 역시 지금이 아니면 안 되는 꼭 필요한 시간이다.
무엇이 먼저인지 스스로도 갈피를 못 잡는 건 아닌지. '일시정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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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을 위한 공간, 독서를 위한 공간
<에센셜리즘>의 저자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새벽 5시부터 오후 1시까지 하루 여덟 시간 동안,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는 나만의 시간적 공간을 만들어내는 방식을 이용했다. 덕분에 탐구하고, 생각하고, 글을 쓸 수 있는 여유가 크게 늘어났다고 한다.
링크드인의 최고경영자 제프 웨이너는 스케줄을 짤 때 하루 두 시간씩 비워놓는다고 한다. 그는 생각을 하는 것이 결국은 성과를 크게 높이는 최고의 방법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더 나아가 생각하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자신의 인생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게 되었다고 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기의 이점은 수도 없이 들었다. 몇 번인가 '30분만 일찍 일어나 보자'를 시도했지만 시도하지 않은 날 보다 더 일어나기 힘든 아침을 맞이하는 것으로 끝이 났다. 내가 야행성 인간에 가까운 것이 문제였다. 늦게까지 깨어있는 건 쉽게 할 수 있는데 일찍 일어나는 건 도무지 자신이 없다. 최근 몇 가지 시도 끝에 평균 수면 시간이 최소 8시간 이상, 9시간 정도는 자야 하루를 무리 없이 지낼 수 있다는 점도 알았다. (수면 시간이 긴 것에 많이 좌절했다.) 명상은 필요했고 가족들이 다 잠들고 난 후까지 기다려 명상을 할 수는 없다. 결론은 이미 정해져 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저녁에 일찍 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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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부터 <당신의 삶에 명상이 필요할 때>를 읽고 있다. 읽는 내내 '이 책을 완독 하는 날부터는 피할 수 없이 미라클모닝을 하겠구나.' 했다. '시작!'을 외치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핑곗거리가 필요하다.
한 달 놀이터에서 '미라클모닝 2기를 모집합니다.'가 눈에 들어온 건 우연이 아닐지도 모른다. 조만간 하리라 마음먹은 것이니 그 날이 오늘이 되는 것이 뭐가 문제가 될까.
번쩍 손을 들고 일단 가입을 했다. 한 달간 6시 기상을 목표로 한다. 주말은 아무래도 늦게 잘 테니 부족한 수면은 아이들과 같이 낮잠을 자는 것으로 대신하기로 마음먹는다. 최소 8시간 이상 수면을 확보하려면 10시에는 잠들어야 한다. 누워서 뒤척이는 시간까지 생각하면 취침 준비시간은 9시 반. 솔직히 실현 가능성이 아주 높지는 않다. (우리 집 평균 취침 준비시간이 10시~10시 반인걸 생각하면 진짜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럼 어떤가? 일단 해보자.
미라클 모닝 첫날. 아침에 눈을 뜨고 먼저 샤워를 하면서 몸을 깨운다. 아쉬탕가 요가의 태양숭배자세(수리야나마스카)를 세 세트를 한다. 10분간 명상이라 쓰고 멍이라 읽는 시간을 가지고 나니 6시 반이다. 핸드폰으로 잔잔한 음악을 틀어두고 타이머를 한 시간 맞춘 후 책을 읽는다. 30분이 지나니 집중력이 떨어진다. 평소보다 몸이 많이 무겁고 자꾸만 눕고 싶다. 자세를 조금 편안히 바꾸고 계속 책을 읽어나간다. 어느 사인가 타이머가 울렸다. 한 시간 독서를 완료한 것이다.
욕심이 많은 터라 명상에 아로마 향도 있었으면 싶다. 요가 매트를 꺼내서 수리야 나마스카를 해야 하나 고민도 된다. 다른 분들처럼 녹색이 푸르른 창 밖을 볼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잠들기 전에 명상이 쉽게 자리를 정리해두고 잘까? 별별 생각이 다 든다. 준비가 끝나길 기다렸으면 올 해에는 미라클 모닝을 시작도 못했을 것이다.
삶이 점점 모범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20대에 술 마시면서 살던 내가 봤으면 기가 막혔을 모습이다. 미라클 모닝으로 아침을 시작하고 나를 위한 명상의 시간을 갖는다. 몸을 위해 감사한 마음을 담은 물을 충분히 마셔주고 매일 운동을 한다. 책을 읽고 글을 쓴다. 이 모든 것을 위한 시간은 최소한 확보해 둔다. 분명히 '엄마'의 역할에서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리라 믿으면서 말이다. 내가 선택한 에센셜리스트가 되는 방법의 끝에 딸과 함께 명상하고 책 읽는 삶이 있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