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입학 30주년 행사를 할까? 처음에는 이해되지 않았다. 10주년도 아니고 20주년도 아니고 말이야. 이제는 알 것 같다. 나이 50이 되기 전에는 각자의 인생을 살아내기에 온 힘을 다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의 대학시절은 다시 시작되었다.
다시 스무 살로 돌아갔다. 다시 대학을 입학한 학생이 되었다.
신입생 동아리도 다시 했다. 그때 하고 싶었지만 여러 이유로 못했던 동아리를 하는 친구도 있었다. 그때 함께 했던 동아리를 다시 한번 더 하는 친구도 있었다.
다경앤은 그때 하지 못했던 동아리 활동을 선택했다.
그렇게 우리의 다시 스무 살은 찬란히 빛났다.
나는 너와 함께 우리가 되어 더욱 빛났다.
코로나로 잠시 멈추었던 우리의 다시 스무 살은 치악산 단풍 나들이로 다시 시작되었다.
대학 입학 후 첫 MT에서 먹었던 밥이 생각난다. 산 위에서 갓 지은 꼬들꼬들 산밥에 참치김치찌개였다. 엄마가 해주는 밥이 아닌 다른 사람 즉 선배님들이 해주었던 밥이었다. 지금도 그 맛을 잊을 수가 없다. 너무 맛있었다. 그 맛은 두 번 다시 못 먹을 추억의 맛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밥도 설익었었고, 찌개도 들어간 것이 없었다. 그런데, 그 달콤한 맛은 진짜 두 번 다시 못 먹을 추억의 맛이 되었다.
마음은 20대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으니 둘레길로 정했다. 산이라면 잘 타는 친구들이라서 둘레길은 가벼운 맘으로 출발했다. 등산화가 아닌 트레킹화를 신고 온 친구도 있었다. 둘레길에 등산화는 사치라고... 다경앤은 요즘 관절을 아끼자는 맘으로 등산화를 신었다.
치악산 2코스 구룡길 출발선에 도착했다.
"오늘 치악산 2코스 구룡길은 가뿐하게 관악산 정도야."
코스를 정한 가이드 친구의 명랑한 이 말을 듣는 순간 일행은 모두 얼음이 되었다. 서울의 관악산을 아는 친구들은 원성의 함성을 질렀다. 관악산은 둘레길이 아니라며 투정을 부렸다.
"너희들에겐 이 정도면 둘레길이다."라며 출~~ 발을 외쳤다.
산길은 쉽지 않았다. 그래 치악산에 악자가 왜 들어있겠어.... 하지만, 치악산의 단풍은 정말 아름다웠다.
구룡사 가는 길에 있는 황장목 숲길은 정말 선물 같은 둘레길이었다. 치악산 등반을 마친 친구들은 이런 길이 둘레길이라며 행복한 걸음이었다.
황장목은 나무의 안쪽 색이 황금색을 띠고 있다. 나무 질이 좋아서 궁에서 신관을 만들 때 사용했다. 특히 치악산의 황장목은 유명하다. 둘레길을 걸으며 친구들과 함께 황장목을 찾아보았다. 하늘로 곧게 뻣은 황장목에서 임금과 같은 어떤 위엄이 느껴졌다.
황장목 이야기를 하면서 걷고, 살아온 이야기를 하면서 또 걸었다. 코로나 시기를 어떻게 지냈는지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풋풋했던 스무 살 때의 서로의 모습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렇게 걷는 둘레길은 힐링이었다. 걸으면서 눈에 담은 치악산의 가을 단풍은 한 폭의 그림이었다. 아침에 투덜거렸던 친구들도 얼굴 가득 행복한 미소로 가을을 만끽했다.
구룡사에서 내려다보는 가을은 또 다른 모습이었다. 아홉 마리의 용이 살던 곳에 의상대사가 절을 지었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다.
파랗고 높은 가을 하늘과 구룡사 기와와 함께 담은 사진은 환상적인 풍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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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스무 살의 젊음 대신 따뜻하고 건강한 다시 스무 살을 함께 하고 있는 친구들이다. 인생에서의 가을인 친구들과 함께 한 치악산 둘레길 가을 단풍 나들이였다.
정말 잘 살고 있어 주어서 고맙기까지 한 친구들이다.
입학 30주년에 다시 시작된 우리의 스무 살을 함께 하며, 40주년도 50주년도 우리 앞으로 쭈욱 함께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