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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다혜 Mar 22. 2023

바이든 대통령은 왜 possible 이라고 말했을까 1

제일 좋아하는 인생영화 하나를 꼽으라면 아마 <행복을 찾아서, The Pursuit of Happyness>를 가장 먼저 떠올릴 것 같다. 감동적인 스토리 때문이기도 하지만 지난 십여 년간 대학원에서 법률번역 수업을 하면서 늘 첫 시간에 학생들에게 보여준 영화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미지 출처: www.intofilm.org]



그 영화의 한 장면에서 아빠가 일을 하느라 바빠서 자기와 놀아줄 시간이 없는 것이 불만인 어린 아들에게 주인공인 아빠가 주말에 스포츠경기를 보러 가자는 제안을 한다. 그 말을 들은 아들은 신이 나서 정말이냐고 되묻는데, 아빠는  


Possibly.


라고 짧게 대답한다. 뒤이어 나오는 장면에서 probably와 possibly가 비슷한 단어라고 생각하는 아들에게 아빠가 둘의 의미 차이를 설명해 주는데  


Probably means there’s good chance of we’re going, and possibly means we might or we might not.


즉, probably라고 말하면 경기를 보러 갈 가능성이 많다는 뜻이고, possibly라고 말하면 경기를 보러 갈 수도 있고 가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이라고 말한다. 그러고 나서 아빠는 아들이 이 의미 차이를 이해했는지를 물어보는데, probably가 무슨 뜻인지 물어보니 아들은 We have good chance.라고 정확하게 대답한다. 그런데 아빠가 이번에는 possibly가 무슨 뜻인지 물어보니 아들은  


It means that we are NOT going to the game.  


이라고 not을 강조해서 말하며 뾰로통한 표정을 짓는다. 아빠가 possibly라고 말하면 경기를 보러 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눈치껏 알아챈 것이다.


정말 신기하게도 이 장면을 보여주고 나서  학생들에게 물어보면 거의 대부분이 분명히 이 영화를 보긴 했는데 이 장면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대답한다. 영화의 스토리 전개상 중요한 장면은 아니니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질문을 바꾸어 평소에 probably와 possibly의 의미 차이를 정확히 알고 사용하고 있는지를 물어보면 이번에도 역시 그렇다고 자신 있게 대답하는 학생은 거의 없다. 간혹 가능성의 정도가 다를 것 같다고 대답하는 학생들은 있지만, 그렇다면 둘 중에 어떤 것이 그 정도가 더 큰 것을 가리키는지를 다시 물어보면 많이들 헷갈려한다.  


사실 나 역시 그랬다. 통번역대학원을 졸업하고 나서 법률분야에 처음 발을 들여놓기 전에는 이렇게 단어 하나하나의 의미 차이를 깊이생각해보지 않았다. 문장 전체의 의미만 이해가 되면 넘어가는 식이었다. 아마 우리 대부분은 그렇게 영어를 읽고 사용하고 있다는데 동의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그동안 접할 기회가 없었거나 굳이 필요하지 않아서 모르고 있었을 뿐이지 이렇게 섬세하게 영어를 사용하는 것은 우리의 일상 또는 업무와 동떨어진 전혀 새로운 접근법이 아니다.  


영화 <설리: 허드슨 강의 기적, Sully>에서도 이 단어를 언급하는 장면이 나온다. 주인공인 셀렌버거 기장은 US Airways Flight 1549편을 운행하던 중 버드 스트라이크로 인해 왼쪽 엔진에 문제가 생기자 라과디아 공항으로 회항하다가 본인의 판단으로 목적지를 변경해허드슨 강에 착륙을 시도하고 결국 155명의 승객 전원을 무사히 살려낸다. 하지만 그 사고 후 조사과정에서 셀렌버거는 라과디아 공항으로 가지 않은 이유를 설명해야 했는데, 한 조사관이 사고 당시와 동일한 조건으로 시뮬레이션을 해본 결과 A return to LaGuardia was possible. 즉, 라과디아 공항으로 회항하는 것이 가능했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뒤이어  


And not just possible, probable.


이라고 덧붙인다. 단순히 가능성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그 가능성의 정도가 컸다는 것을 강조해서 말한 것이다. 그리고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셀런버거 기장이 라과디아 공항으로 가지 않은 이유를 계속해서 추궁했다.  



[이미지 출처: www.rottentomatoes.com]



미국 형법상에도 probable cause라는 개념이 있는데 법정 미드나 영화에서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한국어로는 보통 “상당한 이유” 정도로 번역이 되고, 어떤 사람이 범죄를 저질렀다고 의심할 만한 합리적인 근거를 뜻한다. <Black’s Law Dictionary>는 미국 수정헌법 제4조상의  이 probable cause가 단순한 의심보다는 더 확실하지만 유죄를 입증할 만한 증거보다는 덜 확실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1] 범죄를 저질렀을 가능성이 단지 possible 한 정도보다는 더 큰 경우를 뜻하는 개념인 것을 알 수 있다.  


probable이 possible보다 가능성이 더 많은 경우를 뜻하는 단어라는 것이 이해가 되었다면 이번에는 possible을 조금 다른 시각에서 살펴보자. 가능성이 적다는 것을 뒤집어서 생각해 보면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뉘앙스로 이해할 수 있다.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직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일부 지역에서 병력을 철수했다는 발표를 했다. 이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 연설에서 러시아의 병력철수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으며, 침공의 가능성이 명백히 남아있다고 말했는데  


An invasion remains distinctively possible.


이때 possible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probable보다 가능성이 더 적은 경우를 가리키는 possible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으니 러시아의 침공 가능성이 적다는 뜻이고, 따라서 안심해도 되겠다고 이해하면 안 된다. 이 맥락에서의 possible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가능성이 많고 적음을 떠나, 가능성이 없는 것이 아니다, 즉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태로 여전히 가능성이 남아 있으니 아직 경계태세를 낮춰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이렇게 맥락에 따라 시각을 달리 해서 정확하게 뉘앙스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

[백악관 연설 영상]  



[이미지 출처: www.ny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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