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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다혜 Oct 20. 2023

바이든 대통령은 왜 possible 이라고 말했을까 2

이번에는 이 두 단어가 법률 맥락에서는 어떻게 사용되는지 살펴보자. 프리랜서로 일하기 시작한 초기에는 법정통역을 굉장히 많이 했다. 아직도 기억에 남는 사건 중 하나는 캐나다 경비행기 제조사와 이 회사의 경비행기를 구매한 한국 회사 간의 손해배상 소송이었다. 캐나다 회사가 만든 경비행기에서 화재가 발생했고, 한국 기업은 당시 그 사건 경비행기를 정비한 엔지니어들의 과실을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캐나다 회사 소속 엔지니어 두 명이 증인으로 소환되었고 나는 증인신문을 통역하기 위해 재판에 출석했다. 쉬는 시간도 없이 무려 다섯 시간이나 넘게 신문이 이어질 정도로 양측의 주장은 팽팽하게 맞섰다. 두 명의 증인 중 한 명이 특정 부품을 조립해서 어떤 장치를 비행기에 부착하는 과정을 설명했는데, 그 부품이 해당 부착과정에서 중요하다는 말을 하면서  


“It will make it possible.”  


이라고 했다. 나는 크게 고민하지 않고 한국어로, “(그 부착과정)을 가능하게 한다”는 취지로 통역을 했다. 그때 캐나다 회사 측 변호사 한 분이 청중석에 앉아서 듣고 있다가 갑자기 손을 번쩍 들고는 내 통역이 잘못되었다고 지적했다. 그 부품이 단순히 그 장치를 부착하는 과정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 아니라 그 부품이 없으면 그 장치를 부착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의미라고 다급히 설명했다. 물론, 일반인이라면 사소한 뉘앙스 차이라고 여길 수도 있겠지만 이 장치의 부착과정이 이 사건에서 중요한 쟁점이었고, 본인이 대리하고 있는 클라이언트 측에 유리한 방향으로 증언을 이끌어 가야 하는 그 변호사 분의 입장에서는 이런 뉘앙스의 차이가 결코 사소할 수 없었던 것이다. 


국가 간의 분쟁에서는 단순히 possible과 probable을 가능성의 정도 차이로 구분하는 차원을 넘어서 훨씬 더 복잡한 해석이 문제가 되기도 한다. 회원국 간의 통상분쟁을 해결하는 역할을 하는 WTO(국제무역기구)에 제소된 사건 중에서도 이러한 해석을 두고 다투는 경우가 자주 있다. WTO 보조금협정(Agreement on Subsidies and Countervailing Measures, SCM Agreement) 제1조 정의조항에서는 “잠재적인 자금의 직접 이전”, 영어로는  


a potential direct transfer of funds 


도 보조금에 포함되는 것으로 보고 있는데, [2] 여기서 potential의 해석이 쟁점이 된 적이 있다. 일반적인 맥락에서는 어떤 일이 앞으로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즉 잠재적이라는 의미 정도로 이해하고 넘어가면 충분하겠지만, 서로의 국익이 달려있는 국가 간의 무역분쟁에서는 이 단어를 어떻게 해석하는지에 따라 승패가 갈릴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협정문의 해석이 중요하다. 이 협정에서 금지하고 있는 보조금에 해당하는 것으로 간주될 경우 협정 위반을 구성하게 되기 때문에 해당 정부의 조치가 potential 한 것인지 여부를 따지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쟁점이 된다. 여기서는 단순히 potential이 possible 한 정도를 말하는 것인지 또는 probable 한 정도를 말하는 것인지 그 가능성의 정도 차이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보다 더 정교한 해석이 이루어진다. 


관련 해석에 관한 내용이 직접적으로 언급된 부분만 단편적으로 살펴보면, 먼저 Brazil – Aircraft 케이스에서 패널은 단순히 보조금 지급이 실제로 이루어질 것이라는 높은 가능성(high probability) 만을 이유로 “잠재적인 자금의 직접 이전”이 있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하면서, potential의 사전적 정의를 언급한다.  


possible as opposed to actual


즉, 실제가 아니라는 의미에서 가능성이 있다는 뜻으로 쓴 것이지 그 가능성의 정도가 많고 적음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는 취지이다. 그리고 만일 추후에 보조금이 지급될 가능성의 정도(degree of likelihood or probability)에 따라 어떤 정부의 조치가 “잠재적인 자금의 직접 이전”인지 여부를 판단하도록 할 것이었으면 애초에 협정문을 만들 때 potential이라는 단어가 아닌, 높은 가능성(high probability)이 있다는 것을 더 잘 나타내 주는 단어를 선택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3]


물론, WTO의 분쟁해결절차에서 패널 및 상소기구는 potential이라는 단어의 언어적인 해석 외에도 여러 관련 요건들과 함께 종합적인 분석을 통해 판단을 하지만, 그 과정에서 협정문에 포함된 단어 하나의 해석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를 엿볼 수 있다. 


이렇게 섬세하고 정교하게 영어를 사용하는 것은 비단 국가 간의 분쟁에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새로운 시각으로 영어를 볼 수 있게 되면 영어는 우리들 각자가 직면하게 되는 모든 경쟁에서 그 어느 때보다 더 강력한 무기가 되어줄 것이다.    


-----                 

[1] Black’s Law Dictionary, abridged ninth edition, 2010

[2] Article 1. Definition of a Subsidy 

1.1  For the purpose of this Agreement, a subsidy shall be deemed to exist if: 

(a)(1) there is a financial contribution by a government or any public body within the territory of a Member (referred to in this Agreement as "government"), i.e. where: 

(i)  a government practice involves a direct transfer of funds (e.g. grants, loans, and equity infusion), potential direct transfers of funds or liabilities (e.g. loan guarantees); (emphasis added)

[3] Brazil – Aircraft, panel report, para 7.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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