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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다혜 Mar 29. 2016

매일매일 긴장의 연속이었던 통역대학원 시절

통역사가 되겠다는 결심을 한 뒤로 한 번도 다른 길을 생각해본 적 없던 나는 대학교 졸업 후 너무나 당연하게 다른 길은 생각하지도 않고 통역대학원 입시 준비를 시작했다. 통대입시준비학원에 등록을 하고 매일 새벽 5시면 일어나 학원으로 갔다. 아침잠이 유난히 많았던 내가 그땐 어떻게 매일 아침 일찍 눈을 떴는지 지금 생각해도 정말 신기할 정도다. 아마 불안한 마음에 더 잘 수도 없었을 것이다.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수업 듣고, 스터디하고, 혼자 공부하며 소위 

“통대고시”

라고 부르는 시험 준비에 전념했다. 


통대입시준비학원은 마치 우리나라에서 영어 잘하는 사람들은 죄다 모아 놓은 곳 같았다.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들려주시는 영어뉴스나 칼럼을 듣고 이름이 불린 학생들이 막힘없이 한국어로 통역을 하는 것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사실 그 뉴스를 대충 알아들었을 때에는 그 내용을 한국어로 옮기는 게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될 수도 있다. 하지만 대략 알아듣는 것에서 그치는 것과 조사, 동사 하나하나 빠짐없이 섬세하게 듣고 기억하고 머릿속에서 프로세스 해서 다시 좋은 한국어로 깔끔하게 reproduce 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작업이며, 꾸준한 연습을 필요로 한다. 첫 시간에 충격을 받은 나는 다음 시간에 할 한-영통역 연습은 좀 쉬울 거라고 생각했다. 한국어를 못 알아듣지는 않을 테니까. 그런데 첫 시간에 받았던 것보다 더 큰 충격을 받고 말았다. 스터디 파트너가 한국어로 짧은 글을 읽어줄 때까지만 해도 내용을 다 기억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그 내용을 영어로 다시 말하려니 어떻게 시작을 해야 할 지도 모르겠고 계속 버벅거리기만 했다. 내 주위의 다른 학생들은 너 나할 것 없이 다들 거침없이 그리고 자신 있게 영어로 통역을 하고, 파트너와 빠진 부분과 틀린 부분을 이야기할 동안 나는 소위 “멘탈붕괴” 상태였다. 학원에 다니는 초기에 얼마나 좌절하고 속상해했는지 말도 못 한다. 수업시간에 긴장해서 발표를 잘 못했거나 모의고사 점수가 안 좋았던 날에는 침대에서 펑펑 울다 잠든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다른 길을 생각해 봤을 법도 한데, 무슨 이유에 선지 포기할 생각은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저 차차 나아지겠지. 내일은 오늘보다 더 잘 되겠지 하는 생각뿐이었다. 내 머릿속엔 오로지 통역대학원만이 유일한 목표였기 때문이다.


내가 졸업한 중앙대 통번역대학원의 커리큘럼은 다른 학교와는 다르게 국제학 수업을 함께 듣게 되어있었다. 간혹 통번역 공부만 하기에도 벅찬데 국제학 수업까지 듣는 건 무리라고 생각하는 학생들도 있다. 하지만 학부에서도 통번역학을 전공한 탓에 다른 전공에 대한 배경지식이 전혀 없던 나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였고, 내가 중앙대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였다. 통역과 번역을 잘하기 위해서는 물론 언어 실력이 뒷받침되어야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해당 분야에 대한 배경지식이다. 알고 통역하는 것과 모르고 통역하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이기 때문이다. 국제관계학, 경제학, 국제기구 수업 등 매 학기마다 다양한 국제학 수업을 들으면서 나는 무엇보다 영어로 강의하시는 교수님들이 생소한 개념을 설명하실 때 어떤 단어를 사용하고 어떻게 표현해서 풀어내는지를 귀 기울여 듣고 노트를 했다. 영어를 정말 잘하시는 경제학 교수님 수업시간엔 교수님이 말씀하시는 걸 살짝 녹음해서 나중에 듣기도 했다. 


“이 개념을 설명할 땐 이 부분에서 이런 동사를 쓰는구나. 이 단어는 내가 알고 있던 뜻과는 다른 뜻으로 쓰이네.”


하며 전공과목의 내용보다는 그것을 전달하는 도구인 영어에 집중했던 것이다. 일반적인 내용이 주를 이루는 연설문 통역과는 달리, 각종 실무회의나 세미나 통역을 할 땐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만큼 배경지식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실제 그 분야에서 사용하는 단어와 표현을 적절하게 사용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통역을 할 수 없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기 때문에 국제학 수업도 통번역 수업 못지않게 열심히 들었다.  


2년 동안 월요일부터 토요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꽉 차 있는 수업시간뿐만 아니라 그 전후, 그리고 사이사이 틈을 내 동기들과 끊임없이 스터디하고 좌절하고 서로 격려하고 집에 오는 길에 막막한 마음을 애써 달래기를 매일매일 반복했다. 통역과 번역 수업은 100% 실기수업이기 때문에 매일매일 매 수업시간마다 각자의 performance를 평가받는 정말 피 말리는 과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단 하루도 긴장을 풀고 나태해질 수가 없었다. 아침에 눈도 뜨기 전에 TV 리모컨을 더듬어 찾아서 BBC 방송을 틀고, 방송을 들으며 학교 갈 준비를 하고, 하루 종일 학교에서 공부하고 스터디하고 집에 오는 길에는 그날 내가 통역한 걸 녹음해 둔 MP3를 들으며 좌절에 좌절을 반복하고, 집에 와서 과제를 끝내고 잠드는 순간까지 내 귀엔 이어폰이 꽂혀 있었다. 우리가 잠든 후에도 우리의 뇌는 한 시간 정도는 정보를 받아들이는 활동을 한다는 걸 어디서 듣고는 그 한 시간까지도 나의 뇌에 영어를 들려줘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 말이 사실이든 아니든 그래야 내 마음이 편했다. 그때 생긴 버릇인지 지금도 잘 때 영어로 된 오디오북, 각종 영어방송 podcast 등 장르를 불문하고 영어로 된 뭔가를 틀어놓지 않으면 잠이 잘 오지 않는다. 


단순히 영어를 잘하는 것과 통번역을 잘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이다. 영어실력은 통번역을 잘 하기 위해 필요한 여러 가지 요소 중 하나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어가 한국어만큼이나 편한 많은 해외파 친구들도 통역 또는 번역 수업시간에 수많은 난관에 부딪혀 좌절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통번역대학원에서 영어공부를 할 것이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다시 말하지만 영어실력은 입학요건 중 하나일 뿐이다. 통역대학원에서는 어학실력, 논리력, 분석력, 이해력, 순발력, 기억력 등등 여러 자질을 바탕으로 통역과 번역 “skill”을 훈련한다. 절대 벼락치기가 통하지 않는 전공이기 때문에 평소에 꾸준히 연습하고 실력을 갈고닦는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무조건 책상 앞에 오래 앉아 있는다고 해서 실력이 느는 것도 아니다. 책을 읽고 이론과 개념을 이해하고 분석하는 공부가 아니라 언어를 바탕으로 한 “기술”이기 때문에 적은 연습량에 비해 타고난 것처럼 잘하는 친구들도 있고, 굉장히 성실히 연습하는데도 실력이 잘 늘지 않는 친구들도 있다. 그래서 그렇게 어렵게 통역대학원에 입학해놓고 도중에 포기하는 학생들도 꽤 많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통역대학원 시절 2년이 내 인생에서 제일 열심히 공부한 기간이었던 것 같다. 지금 다시 하라고 하면 절대 못할 것 같다. 한 번씩 스트레스를 풀러 클럽에 가서도 외국인 친구들과 이야기하다 새로운 표현을 듣게 되면 새벽에 집에 오자마자 노트에 정리해 두고 외워서 연습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통역의 한 종류인 순차통역을 잘하기 위해서는 일단 섬세하게(섬세하게 듣는다는 것은 key word 몇 개 알아듣고 나머지 내용을 추론해서 이해했다고 자기만족을 하는 것이 아니라, 조사 하나하나, 동사의 축약형, 발음이 나지 않는 끝소리까지 every single word를 정밀하게 듣는 것을 말한다)  speaker(연사)의 말을 들어야 하고,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즉 논리를 파악하고 내용을 기억해서 노트 테이킹의 도움을 받아 다시 target language(도착 언어)로 풀어내야 한다. 마치 구글 번역기처럼 단어 하나하나를 단순히 바꾸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통역이다. 이론적으로는 평소에 비해 최소 다섯 배를 집중해야 이 모든 프로세스를 동시에 처리해 통역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연사의 말을 들으면서 이해하고, 논리를 파악하고, 동시에 노트 테이킹도 해야 하고(노트 테이킹을 할 때에는 연사의 말도 들어야 하지만 나중에 내가 영어로 또는 한국어로 옮길 것 까지 동시에 생각해야 한다), 또 그것을 다른 언어로 메시지 전달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순차통역은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통역사 혼자 말을 해야 하기 때문에 무대공포증이 있어서도 안되고, 뻔뻔함으로 무장한 performance 또한 좋아야 한다. 그리고 항상 돌발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순간 대처능력과 순발력, 센스도 좋아야 한다. 좋은 영어 표현을 익히기 위해 통대생들의 바이블이라 불리는 the Economist와 같은 영문잡지, 연설문, 영자신문 등등 좋은 자료들을 끊임없이 읽고 외우고, 한국어 또한 좋아야 하기 때문에 한국어 신문, 잡지를 읽는 것도 게을리하면 안 된다. 많은 사람들에게 나의 발화가 잘 전달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발성뿐만 아니라 diction 도좋아야 해서 내가 좋아하는 영어 및 한국어 아나운서의 방송을 보며 따라 말하는 연습을 하기도 했다. 또 순간 기억력 또한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메모리스팬을 늘리기 위해서 점점 텍스트 길이를 늘려가며 암기하는 훈련도 해야 하고, 노트 테이킹 또한 연습을 통해 익히지 않으면 오히려 통역에 방해가 되기 십상이기 때문에 연습을 부지런히 해야 했다. 통역사들이 침착하게 통역을 하는 모습을 보면 별로 어려운 일처럼 보이지 않겠지만, 사실 머릿속에서는 이렇게나 많은 프로세스를 동시에 처리하느라 물 밑 백조의 발차기만큼이나 바쁘다.  



동시통역은 순차통역과는 달리 통역 부스에서 연사가 말을 하는 것과 동시에 다른 언어로 통역을 하는 것을 말한다. 일단은 나의 존재가 눈에 띄지 않기 때문에 순차통역에 비해 남의 시선은 덜 의식해도 된다는 장점이 있지만, 한국어와 영어는 어순과 구조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이 두 언어를 동시에 처리하는 것이 결코 만만한 작업은 아니다. 헤드폰으로 연사의 말을 들으면서, 수치나 고유명사 등이 나와 필요한 경우에는 노트도 해가며, 동시에 target language로 통역을 해야 하는 동시통역을 하기 위해서 통역사들은 소위 


“뇌 쪼개기” 


연습을 한다. 한쪽 귀로 연사의 말을 듣는 동시에 머릿속에서는 그 내용을 분석하고 논리를 파악해서 입으로는 연사가 사용하는 것과는 다른 언어로 똑같은 메시지를 말해내야 하고, 동시에 다른 쪽 귀로는 내가 하는 통역도 듣고 모니터링해야 한다. 이렇게 동시에 많은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뇌를 쪼개야 하는 것이다. 직접 해보지 않고서는 어떤 느낌일지 감이 안 올 것이다. 동시통역의 느낌을 간접적으로 느껴볼 수 있는 쉬운 방법이 있다. 친구가 신문기사를 읽어주는 것을 들으며 나는 입으로 소리 내어 숫자를 100부터 1까지 거꾸로 센다. 그다음 들었던 기사 내용을 내가 다시 기억해내어 말해보는 것이다. 순차통역 강의를 할 때 동시통역이 어떤 것인지 살짝 경험하게 해주려고 학생들에게 이 연습을 시켜보면 다들 숫자도 몇 개씩 건너뛰고, 분명히 기사 내용을 다 들었는데도 다시 말해 보라고 하면 기억을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이렇듯 동시통역 스킬 또한 하루아침에 습득되는 것도 아니고, 또 조금만 연습을 쉬면 금방 감을 잃는 아주 냉정한 공부이다. 


회의가 끝난 후 동시통역부스 안의 모습


한 번은 동시통역 수업시간에 교수님께서 한 시간 가량의 한국어 강연을 과제로 내주셨다. 다음 시간에 영어로 동시통역을 할 테니 미리 배경지식과 용어 등을 공부해오라고 하셨다. 상공위원회 웹사이트에 올라온 강연이었는데 금융분야의 한 전문가가 동종업계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강연이었기 때문에 전공자가 아닌 내가 들었을 때 한국어로 그 내용을 이해하기도 어려웠을뿐더러 생소한 용어와 표현도 너무 많았다. 이렇게 어려운 내용을 영어로 어떻게 통역을 할 수 있을까... 하고 걱정만 가득했다. 마침 명절 연휴라 고향인 부산에 내려가면서도 스크립트를 프린트해서 들고 가서 내내 붙들고 있었다. 외갓집에 갔을 때도 다른 가족들은 거실에 모여 오랜만에 즐겁게 이야기도 나누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명절을 즐길 동안 나는 은행에 근무하시는 작은 이모부께 부탁드려 방에 들어와 내가 모르는 부분을 질문하고 이모부의 설명을 들으며 1:1 과외를 받았다. 그러고 나서 서울로 돌아와서는 이모부의 도움으로 이해한 내용을 적절한 영어 표현으로 바꾸는 작업을 했다. 의지할 건 역시 구글 검색밖에 없었지만, 어떻게든 말을 만들어 내려고 열심히 검색을 해서 내 나름대로 영어 스크립트를 구상했다. 그다음에는 내가 준비한 영어 표현들이 입에서 자동적으로 나올 때까지 계속 반복해서 거의 밤을 새우다시피 하며 연습했다. 그러다 보니 나중에는 그 스크립트를 거의 다 외워버렸다. 다음 수업시간이 되어 학생들이 차례로 통역 부스에 들어가 통역을 하고 교수님과 다른 학생들이 크리틱을 하며 수업이 진행되었다. 내 차례가 되었을 때 긴장되었지만 교수님께서 틀어주시는 한국어 강연을 들으며 내가 연습했던 대로 차분히 영어로 통역을 했다. 물론 연습 때처럼 완벽하게 다 따라가지도 못했고 미리 연습했던 표현이 순간 생각이 나지 않아 다른 표현으로 얼른 바꿔서 말하고 넘어가는 부분도 있는 등 모자란 점이 많았다. 그런데 통역과 크리틱이 모두 끝나고 교수님께서는 나 혼자 다시 통역 부스에 들어가 그 강연의 일부를 통역하라고 하시고 다른 학생들에게는 내가 통역하는 것을 들어보라고 하셨다. 나는 이유는 모른 채 다시 부스에 들어가 조금 전에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영어로 통역을 하고 나왔고 교수님께서는 잘했다고 칭찬을 해주셨다. 물론 놓친 부분도 있었지만 같은 한국어 표현이라도 여러 다른 영어 표현으로 그때그때 순발력 있게 처리를 잘 했다고 하셨다. 명절 연휴까지 고스란히 반납하고 한국어 스크립트를 열심히 공부하고 여러 가지 영어 표현들을 외우고 연습한 덕분이었던 것 같다. 동시통역 수업은 매시간 끝날 때마다 좌절감과 절망감에 가득 찬 채 무거운 발걸음으로 강의실을 나섰는데, 그날만은 기분이 좋았다. 어려운 과제가 주어지면 걱정하고 불안해하기만 할 것이 아니라 조금은 무식한 방법이긴 하지만 

스크립트를 통째로 외워 버릴 때까지 연습해버리는 습관


이 그때 생겼다. 지금도 회의에서 어려운 내용을 통역해야 하면 그 준비과정에서 불안하고 긴장이 되면 될수록 더 반복해서 연습하려고 한다. 자면서도 중얼거리며 잠꼬대를 할 정도로. 


순차통역을 연습하려면 텍스트를 불러주는 파트너가 있어야 하지만, 동시통역은 사실 부스에 들어가 연습하지 않더라도 귀에 이어폰을 꽂고 아무 방송이나 들으며 내가 한국어로 또는 영어로 동시에 말하며 연습할 수 있다. 동시통역 수업을 듣기 시작한 후로는 학교와 집을 오가는 길에 항상 방송을 들으며 영어로 또는 한국어로 동시통역 연습을 했다. 그게 습관이 되어 버스나 지하철 안에서든 길을 걸으면서든 나도 모르게 무언가를 들으면 입으로 중얼중얼거리게 된다. 그러다 누가 쳐다보면 그제야 깨닫고 깜짝 놀라 그만두곤 한다. 하지만 그렇게 연습한 게 알게 모르게 차곡차곡 쌓여 나에겐 큰 도움이 되었다.  







[법과 영어 연구소 아우디오 랩]

https://www.instagram.com/audiolab.chlo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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