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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을 걷는 여자 Aug 14. 2019

20년 지기 친구

 집으로 돌아가기까지 남은 거리는 작은 다리 하나.
겨우 이 짧은 다리를 지나는 동안에도 하루의 끝으로 달려가는 하늘이 짓는 표정은 가지각색-

 
  잔잔한 분홍 빛이 하늘을 적시는가 싶더니 금세 터질듯한 붉음이 세상을 물들이고, 이내 산자락 너머 부스러지는 주홍빛 그림자 뒤로 바싹 따라온 검푸른 밤이 온 세상에 침묵을 내린다.



노란 가방을 메고 등원하던 코흘리개 시절부터

또각또각 뾰족구두를 신을 나이가 되기까지

수없이 건넌 작은 다리와

백(百)의 표정을 지어주던 하늘.

소중한 추억들이 모두 이곳에서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웠구나.  


 다리를 건너 고요에 잠긴 작은 마을을 돌아보았다.  멋모르는 이들은 이런 촌구석에서 어떻게 사냐고들 묻는다. 뭐, 제 눈에 안경이라 해도 좋다. 어딜 봐도 정겨운 추억 흠뻑 묻어있는 이 동네가, 내 눈에는 마냥 어여쁘다.

 

하나둘 불이 켜지는 다리를 한참 바라보다 씩- 웃음 짓고 뒤돌아섰다.


 아마 내 20년 지기 친구는 '고마워'라고 말하는 내 입모양을 봤을 거야, 암.




 오랜만의 한국, 오랜만의 글입니다.

태풍 덕에 여기저기 땜빵으로 불려 다니느라 글 쓸 틈도 없이 지쳐 잠드는 날의 연속이었네요.


한국, 생각보다 더- 덥네요.

그래도 고국 땅을 밟은 지금, 저는 기분이 너무 좋아요.

사실, 승무원이 되기 전까지만 해도 저는 익숙한 일상이 주는 그 소소한 감사를 잘 모르고 살았어요. 아마 지금도 “한국 날씨 지옥불이다!”라고 투덜대고 있었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저는 지금 이곳에서의 일분일초가 너무나도 소중해서 더운 날씨를 탓할 시간이 없어요.

좀 더우면 어때요, 내가 사랑하는 내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데요 =)


한국에 있는 동안은 열심히 또 연필을 잡아봐야겠어요.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힘 잔뜩 얻어서 따듯한 글들로 돌아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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