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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함 Dec 19. 2023

벌써 결혼 5주년이 되었다

5주년 결혼기념일이었다. 퇴근길 파리바게뜨에서 케익을 샀다. 나와 아내 우리를 위해 케익을 산 것은 아니다. 아들 요한이가 케익을 자르고 촛불을 불어 끄는 것을 좋아한다.


벌써 5주년이다. 사랑으로 행복하게 살아가는 부부도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를 더 이해하게 되고 좋아지는 것만은 아니다. 힘든 해가 있다. 올해가 우리에게 그랬고 그랬던 만큼 좋은 일도 있었다.



38살 에미마와 만나 결혼했다. 세상에 없는 사랑을 꿈꾸던 나는 그때 즈음에는 내 인생의 사랑과 결혼을 포기했을 때이다. 부모님께서 적극적으로 움직이셔서 둘째고모의 절친인 네팔 선교사님을 통해 아내 에미마와 인연이 되었다.


아내 에미마는 32살이었는데 네팔 기준으로는 결혼에 늦은 나이였고, 비혼주의까지는 아니었지만 주변에서 소개가 많이 들어와도 결혼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내가 국제결혼은 꿈도 안 꾸었던 것처럼 아내 또한 그랬고, 아내는 독신으로 일하고 공부하고 신앙생활하는 삶이 나쁘지 않았다.


스무 살 조울증에 걸려 내가 아직 폐허가 되어있을 때, 아내 에미마는 나의 모든 사정을 알고도 나를 사랑했다. 우리의 사랑과 결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남녀는 사계절은 만나봐야 한다지만 모든 사랑이 그렇지는 않다.


우리가 서로를 알게 되어 결혼하기까지 6개월 밖에 걸리지 않았으며. 처음 3개월은 카톡으로 사귀었으며. 처음 만나러 네팔에 갔던 날 양가 부모님을 모시고 상견례를 했다. 물론 처음부터 서로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양쪽 다 이 사람과 결혼을 해야겠다 생각한 후에 카톡으로 사귀기 시작했다.



우리가 인연이었으니 그렇게 만나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세상에 없는 사랑을 추구하다 모든 것을 잃었지만, 아내 에미마와 아들 요한이와의 사랑을 얻었다.


어떤 관점에서 나는 아직 실패자이지만, 어떤 관점에서 나는 이미 성공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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