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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스타필드

by 최다함


스타필드 수원우리 집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이니 우리동네 스타필드다. 2024년 1월 24일 수요일 PRE OPEN을 했고, 1월 26일 금요일 GRAND OPEN을 했다. 오픈한 점포 개수 차이도 있었지만 결정적인 차이는 24일 25일은 저녁 6시에 문을 닫았고 26일부터는 밤 10시까지 정상영업을 했다. 내가 7시 50분까지 출근해서 4시 50분에 퇴근하여 제 아무리 저녁 있는 삶을 향유한다고 해도, 저녁 6시까지 우리동네 스타필드에 들어갔다 나오기는 불가능했다.



26일 금요일 저녁 6시 즈음 집에서 일찌감치 저녁을 먹고 늦지 않은 시간에 우리동네 스타필드에 갔다. 이날은 차로 갔는데 첫날이라 인근 도로가 미어졌다고 하는데, 밤시간이라 그랬는지도 모르지만 우리 집에서 우리동네 스타필드까지는 신호등만 몇 번 걸리지 길이 막히기도 구조적으로 쉽지 않다. 지하 2층 다이소에서 아내가 요리학원에서 필요한 물품을 사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별마당도서관이 시작하는 4층에 갔다. 별마당도서관은 우리동네 스타필드 중앙부의 4층부터 7층까지 자리 잡고 있다. 별마당도서관에서 나는 사진을 찍고 아내는 틱톡 라이브를 하고 두 살 요한이는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4층에서 올려다 보이는 스타벅스 로고를 따라 6층 별마당도서관과 경계 없이 위치한 스타벅스에 가서 나는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아내는 이름도 긴 핑크 드링크 딸기 아사이 스타벅스 리프레셔를 마시고 두 살 요한이를 위해서는 꿀고구마 생크림 케이크를 사다 주었다. 다이소에 갔다가, 별마당 도서관에 갔다가, 스타벅스에서 음료 한 잔 하고 온 것이 우리동네 스타필드의 첫날밤에 우리 세 식구가 한 전부였다.


[한겨레] 스타필드 수원점을 가득 메운 인파.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17일 토요일 점심을 먹고 아내 친구 화서시장과 요한이 친구인 그녀의 딸을 만나 우리동네 스타필드에 갔다. 수원시청에서 스타필드 인근 도로 정체 경고 알림을 받고 차를 두고 갔다. 언론사에 사진으로 노출된 저 시간 저 현장에 내가 있었다. 물론, 1층에서 잠깐 구경하고 있으라 하고 나는 1층 스타벅스로 들어가 10분 만에 어른 셋 유모차 애 둘이 앉을 만한 자리를 맡아 전화로 부른 후에 주문을 했다. 주문 시점으로부터 나오기까지 50분이 걸렸다. 그 사이 나는 우리동네 스타필드를 위아래 둘러보았다. 내가 관심 있는 4층 영풍문고도 들렸지만, 그보다 아내랑 요한이랑 아내 친구 화서시장이랑 요한이 친구 오시니를 데리고 찍을 한 군데 점을 찾아 돌아다녔다. 3층 키즈 별마당도서관도 있었지만, 이 살인적인 인파에 엄마 둘과 유모차 애 둘을 데리고 여러 군데 찍고 찍고 다니는 것은 불가능했다. 저녁을 거기서 먹으면 되는데, 아내 친구 화서시장이 다른 데 가서 밥을 사기로 했다. 별마당도서관 전체가 내려도 보이는 맨 위층이기도 하고, 키즈카페 챔피언블랙벨트가 있고, 어른 놀이터 스몹이 있고, 영화관 메가박스가 있고, 푸트코트 잇토피아가 있고, 8층 정원으로 가는 계단이 있는, 7층으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7층에서 별마당도서관 전체를 한 번 내려다보고, 7층을 한 바퀴 돌고 우리동네 스타필드를 빠져나왔다. 나의 일행들에게도 눈에 보기에는 아름다웠지만 살인적인 군중 속에 1층을 10분 방황하다 주문하고 나오는데 50분을 기다리고 음료를 마시며 수다를 떠는데 1시간을 보내고 빠져나오면 딱 적당한 날이었다. 우리동네 스타필드이니, 어떤 날은 돈을 쓰고, 어떤 날은 스타벅스 음료 한 잔 마시고, 어떤 날은 이마트24 편의점에서 음료수 한 잔 사서 별마당도서관 계단에서 멍 때리고 앉아있다가 나와도 되니 말이다.



<우리동네 스타필드>라는 이름의 새 브런치 매거진을 팠다. 사실, 우리동네 스타필드가 오픈하기 한창 오래전, 아니 우리동네 스타필드가 삽을 뜨기도 전, 내 꿈은 우리동네 스타필드에서 책 읽고 글 쓰고 유튜브 하고 강연하고 TV 출연하는 직업으로서의 작가가 되는 것이었다. 작년 6월 계획에 없던 퇴사를 하고 12월 마흔 중반의 나이로 신입 사회복지사로 재취업하는 사이 6개월간 열심히 글을 써 한 백만 권 정도만 팔리는 책 한 권을 내면 되었다. 그런 작가가 없는 것도 아니다. 내가 쓰는 에세이 장르의 작가 중에도 그런 작가가 있다. 이기주 작가라고. 그 시간을 나는 집에서 놀았다. 작가란 동물이 시간이 있다고 글이 써지고, 시간이 없다고 글이 안 써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어쨌든 우리동네에 상상초월의 엄청난 것이 들어왔고, 나는 어떤 날은 돈을 쓰고 어떤 날은 돈을 안 쓰고 상관없이 매일이라도 우리동네 스타필드에 갈 수 있는 그런 비현실적이고 초현실적인 상황에 본의 또는 본의 아니게 처하게 되었다. 물론 그렇더라도 매일 가지는 않을 것이다. 갈 일이 생길 때나 가고, 주말에나 가고, 아내는 요리학원 가고 아들은 어린이집 가고 나는 쉬는 주중에나 종일 나가서 글을 쓸 것이다. 그러한 이유로 <우리동네 스타필드>라는 이름의 새 브런치를 시작하기로 했다.


사실은 다른 진짜 이유가 있다. 스타필드 수원이라는 키워드와 주제로 글을 쓰면 다음이나 브런치 메인에 오르지 않더라도 검색 노출로 인하여 조회수가 폭발한다. 요즘 내가 브런치 글쓰기에 방향을 좀 바뀌었는데, 좋은 글도 좋은 글이지만 많이 읽히는 글이다. 그래서 안 하던 짓을 하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내 글만 썼지 남의 글은 읽지도 않았다. 나의 글을 사랑해 주시는 구독자들에게 찾아가 나도 구독과 라이킷을 해드리지 않았다. 노력하지 않아도 내 마음에 드는 작가님과 글에만 구독과 하트를 주었다. 그런데 지금은 영업활동을 시작했다. 나를 구독해 주시고 하트를 주신 분에게는 무조건 답방해서 구독을 하고 라이킷을 해 드린다. 그리고 내가 먼저 찾아가 구독과 하트를 드린다. 그러면서 구독자 수와 조회수와 라이킷 수가 눈에 보이게 늘기 시작했다. 물론, 구독과 하트만 드리는 게 아니라 가서 진짜로 읽는다. 브런치에 글을 쓰는 작가이면서 이제는 브런치의 글을 읽는 열혈 독자가 되었다. 물론 목적은 영업이지만 실제로 글도 진지하게 끝까지 읽고 댓글도 남긴다.



요즘 '쩐다' '대박' 등의 유의어 내지는 동의어가 '찢었다'라고 한다. 우리동네 스타필드에 두 번 가보고 내가 정리한 한 단어의 소감은 '찢었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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