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생일을 기념하여 속초 롯데리조트에 다녀왔다. 올여름에 영풍문고 이벤트에 당첨되어 숙박권이 있었다. 아내의 생일인 월요일 아내가 월차를 내고 일요일 월요일 여행을 다녀왔다.
동생 부부가 아내 결혼기념일 축하한다고 휘닉스 평창 숙박권을 토요일 날짜로 끊어 주었다. 우리가 속초 가는 걸 알고 끊어준 것은 아니다. 우연의 일치였다. 토요일 평창 갔다, 일요일 평창에서 속초 가기로. 1박 2일 일정이 2박 3일이 되었는데.
문제는 일요일이 추수감사절이었다. 아버지께서 개척하셔서 고모부가 하시는 가족과 같은 작은 교회다. 게다가 교회의 은퇴목사님이신 아버지께서 오셔서 설교를 하셨다. 일정을 변경해야 했다. 속초 일정은 롯데리조트 규정으로 취소 변경이 불가능했다. 원래는 아침 일찍 출발하려 했는데, 예배드리고 교회에서 점심 먹고 출발하기로 했다. 평창 일정은 동생에게 취소해 달라고 했다. 취소하고 대신 아내 생일선물로 돈을 보내 주었다.
바람 같이 달려 세 시간 조금 안 걸려 속초 리조트에 도착했다. 호텔 방에서 잠시 쉬다 호텔 찜질방에 갔다. 아들 요한이는 수영장에 가자고 하는데, 요한이 수영복은 있는데 내 수영복이 없었고, 나와 요한이가 코를 흘리고 기침을 해 갈 수가 없었다. 수영하자고 졸라서, 아내가 찜질방에서 몸을 지지는 동안, 요한이를 데리고 사우나 탕에 들어갔다. 세 살 요한이에게는 수영장이나 목욕탕이나 큰 차이가 없었다.
바다는 회지 하는 생각에 저녁은 리조트 바로 옆 외옹치항의 백승호횟집에 갔다. 모둠회 소자를 시켰다. 세 살 요한이가 회를 먹을 줄 알리가 없었다. 아주머니가 김을 가져다주셔서 밥에다 김을 싸 먹였다. 세 살 요한이는 '김밥'을 맛있게 먹었으나, 엄마 요한이가 아들 먹을 게 없는 횟집에서 회가 맛있을 리가 없었다. 그냥 설악산 한우집에 갈걸. 아기는 고기다.
그리고 근처 속초 해수욕장에 갔다. 가볍게 해변을 걸으며 사진을 찍었다, 밤바다는 사랑이다. 리조트 지하 엔제리너스에서 조각 케이크를 사 가지고 방에 들어와 해피버스데이를 불렀다. 생일은 케이크다.
아침에 일어나 호텔 지하 미니 골프장에 갔다. 아이들을 위한 9홀 골프였다. 세 살 요한이는 골프채를 제대로 잡는 신동은 아니었으나 재미는 있나 보다. 골프는 쳐 본 적이 없는 나는 미니골프라도 재미있었다.
그리고 호텔 1층에 키즈카페에 갔다. 처음엔 별것 없다 생각했는데, 요한이가 클라이밍에 꽂혔다. 미끄럼틀과 볼풀 등 다른 것에는 별 관심이 없었고, 클라이밍을 하고 소꿉놀이를 했다. 요한이는 하는 것만 한다. 내 아들이다.
체크아웃을 하고 전날 밤 갔던 속초 해수욕장에 가서 대관람차 속초아이를 탔다. 건축법에 문제가 있어 곧 철거가 될 것이다. 속초의 랜드마크인데 속초시민은 아니지만 아쉽다. 천천히 올라갔다 내려오는 것이라 무섭지 않다. 앞뒤로 동해바다와 설악산 전망이 좋다.
점심은 속초관광수산시장에 가서 오징어순대와 아바이순대국을 먹었다. 평소 순대국을 좋아하는 아내 에미마지만, 일반 순대국과 오징어순대 아바이순대가 순대국이 순대국이고 순대가 순대지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속초는 순대지만 여행 와서 순대는 평범했다. 차라리 미역국이 나오는 한정식 집에 갈걸 그랬다. 생일은 미역국이다.
점심 먹고 요즘 핫하다는 양양 서피비치에 갔다. 11월 월요일에 프라이빗 비치는 해변에 사람도 몇 없고 바다에 서핑하는 서퍼도 없고 휑했다. 사파리 투어를 갔는데 동물이 없는 느낌이었다.
3살 요한이가 앉기에 의자가 높아 불편한 선셋바에서 커피 한 잔 핫초코 한 잔을 마시고, 해변에서 사진 몇 장 찍었다.
갈 때는 서울양양고속도로를 탔고 올 때는 영동고속도로를 탔다. 대관령에서 나와 실버벨교회에 잠시 들렸다. 실버벨교회는 목사님이 있고 성도가 있고 예배드리는 교회는 아니다. 외식업체 사장님이 어머니 소원 풀이로 교회를 지었다는데. 언덕 위에 교회가 있고 언덕으로 올라가는 길에 아래부터 같은 외식업체에서 24시간 운영하는 김치찌개집 고기집 피자집이 나란히 서 있다. 구경 주차는 공짜다. 동물원이라기보다는 외양간에 가까운 미니 동물원도 있었는데, 요한이가 집에 안 올까 봐 패스했다.
마지막플랜은 근처에 대관령 삼양목장에 가는 것이었는데, 시간이 늦었고, 요한이 컨디션 때문에 패스했다.
어머니께서 며느리 생일 축하한다고 한 끼는 어머니 카드로 먹으라 하셨다. 화서역에 스타필드가 들어와 경쟁하느라 롯데몰 수원에서 이름을 가꾼 타임빌라스 수원에 가서 미역국 정식에 육전을 사이드로 시켜 먹었다. 훌륭했다. 점심때 속초에서 미역국 나오는 한정식을 엄카로 먹고, 저녁때 동네에서 순대국 먹을걸. 순서를 바꿀걸 그랬다.
대부분의 여행은 즐거우며, 집 나가면 고생이다. 즐겁기만 한 완벽한 여행은 생에 거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