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목요일이다. 휴무일이다. 쿠팡 물류센터는 365일 돌아간다. 주 5일 일하는 것은 같으나, 토요일 일요일 출근하는 날도 있고, 평일에 쉬는 날도 있다. 조별로 돌아가며 스케줄 근무를 한다.
어젯밤 아내는 큰 방에서 혼자 자고 나는 아들을 데리고 작은 방에서 잤다. 아침에 아들을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와서 더 자고 일어나니 11시였다. 아내와 보건소에 가는 게 오늘 일정의 시작이었다. 보건소가 12시부터 1시간 점심시간이라, 오전에 일을 보려면 11시 30분까지는 가야 했다. 시간이 애매했다. 보건소 근처에서 점심식사로 염소탕을 먹었다. 보건소 건너편 큰 교회 카페에 가서 나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아내는 딸기 요거트 스무디를 마셨다. 예전에 네팔 예배드리러 다니던 큰 교회였다. 네팔 예배는 부진한 다른 외국인 예배들과 영어 예배로 통합이 되었고, 네팔 식구들은 큰 교회를 떠나 지금은 상관없는 교회가 되었다. 큰 교회는 새 성전을 지어 입당을 했고, 아내와 언제 한 번 구경 가고 싶었던 차에, 식후에 아내와 큰 교회 카페에 들어갔다. 마침 방문하려던 보건소 맞은편이었고, 식후에 시간이 있었고,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용이 가능했다.
보건소에 가서 임산부 등록을 했다. 엽산, 뱃지, 임산부 차량 표지 등 임신축하선물을 받았다. 은행에 가서 국민행복카드를 신청했다. 임신 출산 의료비에 쓰라고 나라에서 한 번 임신에 100만 원 바우처를 준다.
은행에서 나와서 은행 옆 스마트폰 대리점에 갔다. 스마트폰 교체할 때마다 단골로 다니는 대리점이다. 갤럭시 플립을 쓰던 아내의 폰이 2년이 훌쩍 지났고, 접는 폰이 접으면 전원 자체가 꺼지는 상태가 되었다. 아내는 이번에 약정 마치면 아이폰 16 프로 맥스로 바꾸고 싶었다. 나는 오늘도 그러라고 했다. 며칠 전까지 처럼 둘이 맞벌이라면 그랬을 테지만, 임신을 해서 둘째가 생겼고, 아내는 수리비가 10만 원만 나와도 고쳐 쓰려고 했다. 수리는 기술적으로는 간단한데, 액정을 통으로 갈아야 해서, 수리비가 40만 원이 나와, 고쳐 쓰는 사람은 실제로 아무도 없다고. 고칠 수는 있는데, 고쳐 쓰는 비용이 과다하여, 아내의 폰은 사실상 수명을 다 했다. 나는 아이폰 16 프로 맥스나 아이폰 15는 어떻냐 했는데, 결국 갤럭시 S25로 갈아탔다. 갤럭시라도 마음은 Ultra에 갔는데. 가격 때문에 선택할 수 없는 옵션이었다. 사실 아내는 S25도 고민을 했으나, 내가 갤럭시 S25는 지르라고 밀었다. 내가 돈 버는 재주는 영 없으나, 돈을 쓰거나 쓰도록 미는 재주는 좀 있다.
스마트폰 대리점에서 기존의 앱을 다 이동해 주었다. 기존의 쓰던 앱이 새 폰에 새로 깔리는 것이지, 로그인까지 되는 것은 아니다. 풀린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로그인해 주었다. 아내의 폰에 브런치 앱이 깔려 있다. 아내가 구독하는 작가는 나 하나다. 아내의 새 폰의 브런치 앱은 가만히 두고, 로그인 풀린 것을 다시 걸지 않은 채 두었다. 내 글을 아내에게 숨기고 싶은 마음까지는 아니고, 내 글과 발행 여부가 아내의 레이더에 안 잡혔으면 좋겠다. 근데 내가 간과했던 하나의 사실은, 접으면 꺼지는 폴드폰을 아내는 접지 않은 채 모니터 용으로 서브로 쓸 생각이고. 이 글도 읽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