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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지나가면 또 다른 사랑이 찾아온다

by 최다함

스무 살 군대에서 조울증에 걸렸다. 군입대 6개월도 채 안 되어 군병원 정신과에서 의병 제대했다. 군복 전투화 양말 빤스 등 군대에서 받은 모든 보급품을 실오라기 하나까지 전부 벗어 놓고, 부모님께서 집에서 가져오신 싸제를 입고 제대했다. 나는 군대 조직생활에 어울리지 않는 인간형이었지만, 적어도 당시엔 끝까지 군생활을 마치고 싶었다. 군대에서 집에 가라 해서 왔을 뿐이다. 군병원에서 퇴원이자 전역하는 날 군의관은 부모님께 꾸준히 병원 다니며 약 먹으라고 당부하셨다.


조울증도 경중이 있는데, 병증이 정상생활이 불가능해 정신병원에 입원할 지경이 되었다가 진정이 되어 퇴원할 때가 되면, 대개 보호자와 본인이 알아서 한동안은 꾸준히 병원에 다니고 약을 챙겨 먹는다. 그게 대개는 끝까지 가지 않아서 문제가 된다. 가벼운 조증이 오고 증세가 조금 나빠지면, 오히려 잘 모르는 사람에게는 더 좋아 보이기도 하는데, 그럴 때 내가 왜 약에 조종을 당하나 하고 약을 끊게 된다. 그리고 얼마간은 요새 기분이 좋구나 에너지가 넘치는구나 창의력이 샘솟는구나 싶다가 정상 범위를 치고 넘어가게 된다. 그러면 생활이 불가능 해 다시 정신병원에 강제입원 당할 수밖에 없는 상태가 된다. 꾸준히 병원 다니고 약 먹는다 해서 모든 조울러가 괜찮은 것은 아닌 것 같다. 다만, 약 먹을 때가 안 먹을 때보다 확실히 좋다. 최소한의 인간의 품격을 유지할 수 있다. 돌아보면 오랜 시간이 필요한 병이지만, 그것도 꾸준한 관리와 조절이 전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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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때문에 조울증에 걸렸고, 사랑 때문에 조울증을 극복했고, 사랑 에세이를 쓴다. 아내 에미마를 만났고, 아들 요한이의 아빠다. 쿠팡 물류센터에 나가며, 작가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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