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정치의 계절

by 최다함

재수를 하고 강원대 영어교육과 99학번으로 입학했다. 1학년 마치고 군대에 갔고, 스무 살 군대에서 조울증이 시작되었다. 조울증으로 방황하다가 13년 반 만에 대학을 졸업하고 중등 교원자격증을 취득했다. 임용고시를 봐서 합격하면 공립학교 정규직 교사 철밥통을 얻게 되는 것이고, 교원자격증이 있으면 학교에서 비정규직 기간제 교사는 할 수 있다. 당시 초등학교 교감 선생님이셨던 아버지께서는 내가 임용고시를 보기 어려울 것으로 보셨는지 초등학교에서 영어회화전문강사를 하라고 하셨다. 영전강이라고 부르는 영어회화전문강사는 이명박 정부 때 영어몰입교육 정책의 일환으로 도입된 비정규직 교육공무직인데. 실제 학교 현장에서 영전강의 하는 일은 영어 수업과 영어과 업무다. 비정규직일 뿐 학교 안에서는 그냥 영어 선생님이다.


2012년 여름 졸업을 하고, 그해 가을 아버지께서 TESOL 교육원에 보내 주셨다. TESOL은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사람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교수법을 배우는 과정이다. 영전강이 요구하는 TESOL 자격증은 국내 단기 테솔이 아니고 테솔 석사고, 사범대학 영어교육과를 졸업하면 나오는 교원자격증이 영전강이 요구하는 최상위 자격이기 때문에, 자격증 따려고 간 것은 아니다. 아버지께서는 학교에서 영어를 영어로 자유롭게 가르칠 수 있는 실용적인 영어교육 기술을 배우라고 TESOL에 보내주셨다.


그때는 마침 정치의 계절이었다. 서울시장을 박 원순에게 양보한 안철수가 강력한 대통령 후보로 국민에게 지지를 받으며 떠오를 때였다. 그전에도 그 이후에도 특정 정치인을 지지한 적이 있었고, 기독교 계열의 사회 정치 운동에 참여한 적도 있었지만, 그렇게 적극적으로 특정 정치인을 지지하는 팬클럽 한 것은, 안철수가 처음 정계에 등장했던 그때가 처음이었다. 지금도 자연인 안철수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생각하지는 않으나, 정치인 안철수에 대해서는 회의를 가지고 있는데, 그때는 안철수가 대한민국의 정치적 메시아라고 생각했었다. 나 혼자만의 생각은 아니었 다.


처음에는 안철수 팬클럽 안사모에서 활동했었다. 안사모도 막 시작하던 초창기였다. 안사모 사이트 지역별 게시판을 통해 지역 오프라인 모임이 자생적으로 생겼다. 수원에 사는 나는 경기남부지역 모임에 나갔고, 경기남부지역 임시 지역장으로 추대되었다. 중앙본부에서 지역의 조직과 리더십을 승인하기 이전이었다. 나에게 사람을 끄는 리더십이 있었는지는 모르겠고, 그 당시 어머니 소유의 분위기 좋은 카페를 내가 운영하고 있었고, 정기적인 모임을 가지기 딱인 장소여서, 내가 리더로 추대되었는지도 모른다. 카페를 운영했지만, 손님이 없는 장사가 안 되는 카페였기 때문에, 백수나 한량처럼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최다함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사랑 때문에 조울증에 걸렸고, 사랑 때문에 조울증을 극복했고, 사랑 에세이를 쓴다. 아내 에미마를 만났고, 아들 요한이의 아빠다. 쿠팡 물류센터에 나가며, 작가를 꿈꾼다.

688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11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58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이전 09화13년 반 만에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