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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끝에서 아내 에미마를 만났다

by 최다함

세상에 없는 사랑이란 무지개를 쫓다 내 청춘이 쪽났다. 청춘이 쪽나면 인생도 쪽나는 쪽으로 흘러간다. 스무 살 군대에서 조울증에 걸렸다. 정신의학적으로는 조울증의 원인을 그렇게 단순하게 볼 수 없겠지만, 내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나의 조울증의 원인은 단순하다. 짝사랑으로 끝난 첫사랑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모든 게 내 탓이다.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와 인연이 아닌 소녀를 사랑한 죄.


내 마음속에서 소녀가 떠나간 이후에도 끊임없이 누군가를 사랑했다. 사랑 때문에 조울증에 걸려 이상한 남자를 어느 여자가 연민할지언정 사랑할리는 없었다. 그렇게만 생각했었는데. 그 이후로도 나를 사랑하지 않는 여자만 쭉 사랑했는지도 모르겠다.


서른 후반이 되고 마흔이 다가오니 내 인생에 사랑이 자연히 포기가 되었다. 내 인생에 사랑과 결혼은 오지 않을 것 같았다. 사랑보다 사람답게 사는 게 먼저였다. 내 인생의 사랑과 결혼을 나는 포기를 했는데, 부모님께서는 포기를 하지 않으셨다. 사랑 때문에 조울증에 걸린 내가 진정한 사랑을 만나면 회복될 것이라 생각하셨다.


아버지께서 교직을 은퇴하시면서 남은 인생 이웃을 사랑하고 섬기면서 사시겠다고 생각하셨다. 아버지께서 은퇴 후 돕기로 한 첫 번째는 이웃은, 귀농하셔서 철원에서 아로니아 오미자 농사를 짓고 계시는 둘째 고모 내외 분이었다. 아버지께서 나를 데리고 가셨다. 아로니아가 건강에 좋고 상품성이 있다고 소문나, 한때 너도 나도 아로니아를 심었다. 원산지에서 워낙 싸고 좋은 아로니아가 수입하여 들어오는 데다가, 아로니아가 생긴 것은 작은 포도처럼 생겼지만 열매로 바로 먹기에는 쓰고 맛이 없어 건강을 생각한 소비자들의 구매 수요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수요보다 공급이 넘쳤다. 둘째 고모 부부는 처음에는 아로니아를 주작목으로 오미자를 부작목으로 시작하셨는데, 지금은 아로니아 밭을 갈아엎어 오미자 밭으로 바꾸셨다. 오미자는 생과로도 팔지만, 오미자청으로 가공하여 판매하시고, 오미자 주스 용으로 음료회사에 밭떼기로 넘기시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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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때문에 조울증에 걸렸고, 사랑 때문에 조울증을 극복했고, 사랑 에세이를 쓴다. 아내 에미마를 만났고, 아들 요한이의 아빠다. 쿠팡 물류센터에 나가며, 작가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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