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동생이 불렀고 응 했다

by 최다함

스무 살 조울증에 걸렸다. 조울증의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 유전, 스트레스 정도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명확히 밝혀진 것은 없으나, 세 가지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는 말이 모순적으로 들리지만. 나는 나의 조울증의 원인을 사랑과 군대의 실패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내가 그렇게 이야기하면 조울증의 원인은 스트레스보다 유전이다라는 게 최근 경향이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조울증 발병과 재발 예방의 핵심은 스트레스 관리라는 게 최근 경향이다. (조울증이 발병하면 증상을 관리하는 것은 약 외에는 없다. 정신과 상담도 약 처방을 위한 것이다. 여기서 재발 예방을 위한 스트레스 관리라는 것은, 약을 먹지 않아서 재발하는 경우를 제외한 경우다. 조울증 환자가 단지 관리에 실패해서 조울증이 재발하는 것만은 아니고, 심리적인 압박으로 또 다른 메커니즘으로 조울증이 재발할 수 있다. 조울증 환자가 보통 사람보다 그런 쪽에서 더 취약하니까.) 조울증의 원인은 유전이라면서, 조울증 예방은 스트레스 관리라는 말 또한 모순적으로 들리지만.


13년 반 만에 대학을 졸업했다. 초등학교에서 영어회화전문강사를 했다. 1학년 여선생이 예뻤다. 한 여자가 예쁠 때 조울증이 발병했고 조울증이 재발했다. 그때는 어느 정도 면역이 되어 있을 때라 1학년 여선생이 예뻐 바로 조울증이 재발한 것은 아니다. 나의 마음을 이미 아는데 부담스러워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극단적인 선택을 했으나 성격이 모질지 못해 실패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날 좋아하지 않아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은 아니다. 그때는 이미 그런 것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면역이 되어 있었다. 1학년 여선생을 좋아하는 동안 나의 내면세계는 완전히 무너져 있었다. 학교의 내 책상에는 업무가 쌓여 있고, 다음날 당장 수업을 해야 하는데 수업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고,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이 남아 있지 않았다. 그런 상태를 전문용어로 우울증이라고 한다. 우울증의 우울증보다 조울증의 우울증이 극단적 선택의 비율로 보았을 때 더 위험하다고. 직장을 그만두었다. 그 후에 약을 끊고 얼마 동안 좋다가 붕 떠 조증이 재발해 정신병원에 입원했다.


작가가 되기로 했다. 조울증으로 실패한 인생 에세이로 작가로 성공하여 인생 역전 하기로 했는데. 아직 작가가 되지 못했다. 대신 아내 에미마를 만나 결혼을 했다. 아내와 결혼을 하고 한국에 와서, 결혼 전 아버지와 준비하던 귀농 생활을 같이 했다. 그러다 우리는 수원으로 올라왔다. 농사일은 했지만 당장 소득이 나오는 게 아니라 부모님 용돈을 타서 생활하는 삶이었고, 농사의 희망이 보이니 그 희망을 키우기 위해서는 농사의 규모를 키워야 했다. 난 반 귀농 반 귀촌으로 부모님의 노후를 함께 보내며 해가 없을 때 반짝 농사하고, 해 있을 때와 해 떨어졌을 때 글을 써 작가로 떠서 도시로 돌아오는 게 희망사항이었다. 거기 있다가는 코가 꿰일 것 같았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최다함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사랑 때문에 조울증에 걸렸고, 사랑 때문에 조울증을 극복했고, 사랑 에세이를 쓴다. 아내 에미마를 만났고, 아들 요한이의 아빠다. 쿠팡 물류센터에 나가며, 작가를 꿈꾼다.

690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8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55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이전 17화12번 떨어지고 13번째 브런치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