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다함 작가 선언
2015년 봄, 나는 작가가 되기로 각성했다. 사랑 때문에 실패한 인생을 에세이로 써서, 작가로 성공해 인생역전을 하겠노라 다짐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났다. 아직 '작가'라는 타이틀은 얻지 못했지만, 여전히 작가의 꿈을 꾼다. 쿠팡 물류센터에 다니며 출퇴근 통근버스 안에서 브런치 앱을 열어 글을 쓴다. 시나 소설 같은 장르에 관심이 안 가는 것은 아니지만, 작가로서 나의 베이스는 언제나 에세이다.
최근 요 며칠은 시를 썼다. 시가 떠오를 때가 있다. 자주는 아니지만, 인생의 결정적 시기마다 시가 나를 찾아온다. 에세이를 쓰는 내게 시는 일종의 외도다. 다만 나의 시는 정통 시와는 결이 다르다. 나는 내 시를 '에세이 시'라고 부른다. 에세이 같은 시. 에세이는 논픽션이고 시는 픽션에 가깝지만, 나의 시는 경험에서 길어 올린 소재들을 가공된 소재와 버무려 새로운 서사를 만든다. 시의 형태를 빌렸으나 본질은 에세이처럼 서사가 흐른다. 나는 밀리언셀러 에세이 작가가 될 것이다. 에세이를 주업으로 쓰며, 가끔 외도하듯 '에세이 시집'을 내고, 더 가끔은 소설이나 시나리오를 쓸지도 모르겠다.
나의 에세이와 시가 지향하는 지점은 명확하다. 문학성과 예술성이 아니다. 상업성과 대중성이다. 나는 글을 써서 부자가 되고 싶다. 유명세에는 욕심이 없다. 바라지도 않지만 피하지도 않는다. 그저 글로 돈을 벌고 싶을 뿐이다. 그래서 나는 '일기 같은 에세이'를 쓴다. 비평가들 사이에서 폄하의 대상이 될지도 모르겠으나, 나는 확신한다. '일기 같은 에세이'야말로 읽는 독자는 줄고 쓰는 독자는 늘어나는 출판 시장의 미래라는 것을. 소수의 문학도를 위한 글이 아니라, 읽든 읽지 않든 대다수 대중의 손에 쥐어지는 책을 쓰고 싶다.
사실 2025년을 마무리하며 작가의 꿈을 접으려 했다. 글을 멈추겠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쿠팡에 다니며 통근버스 안에서 매일 취미로 글을 쓰는 아마추어 작가로 남으려 했다. 하지만 2026년이 밝자마자 다시 작가가 되기로 했다. 작가가 되어야만 할 이유가 생겼고, 결국 내가 작가가 될 것이라는 확신이 차올랐다.
이미 작가로서 되돌이킬 수 없을 만큼 너무 많이 와 버렸다. 나는 작가가 될 운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