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작가 신청, 나라면 이렇게 하겠다

by 최다함

나는 브런치 작가에 12번 떨어지고, 13번째 붙었다. 10개월 만에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브런치 작가 승인 이메일을 받은 것이 2020년 10월 초다. 이제 막 초보 브런치 작가를 막 벗어나지 않았나 싶었을 때, '건방지게' 브런치 글쓰기에 관련된 매거진을 만들어, 브런치 글쓰기에 대한 글을 연재하기 시작했다. 많은 분들이 관심을 보여 주셨고, 한 분께서는 '브런치 제안하기'를 통하여 어떻게 하면 브런치 작가가 될 수 있는지 조언을 구하셨다.


내가 드릴 수 있는 '브런치 작가가 되는 법'의 정도는, 브런치 작가의 서랍의 자신의 글을 쌓아 가면서, 붙을 때까지 계속 도전하는 것이다. 아무리 혼을 다해 글을 잘 쓴다 하여 되는 것도 아니다. 브런치가 동네 구멍가게도 아니고, 내부의 작가 승인 내규가 있겠지만, 그것을 우리가 정확히 알 수도 없고 말이다. 다만, 브런치팀에서 브런치 작가에게 요구하는 것을 짐작해 보면, 브런치 작가로서 매거진과 브런치북에서 지속적으로 좋은 활동을 보일 수 있을지가 심사기준이 아닐까 싶다.


브런치 작가 신청에는 세 단계가 있다. 1) 작가 소개 2) 활동계획 3) 저장 글 자료 첨부의 세 단계가 있다. 당연히 저장 글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저는 반대로 가장 중요한 것은 작가 소개, 그다음은 활동계획, 그다음은 저장 글이라고 생각한다. 작가 소개에서 작가에 대해서 기대가 되지 않으면, 작가 심사팀에서 활동계획과 첨부된 저장 글을 읽어보기나 할까? 작가 소개에서는 작가의 자연인으로서의 소개를 적으라는 것이 아니다. 앞으로 브런치 작가로서 활동할 작가를 소개하라는 의미다. 당신이 자연인으로서 누구인지 브런치는 아무 관심 없다. 브런치 작가로서 활동할 작가의 소개가 궁금할 것이다. 작가의 소개 속에 나타난 작가가 브런치에서 의미 있는 활동을 볼 수 있는지 볼 것이다. 작가 소개 30점, 활동계획 30점, 저장 글 40점 합해서, 100점 만점의 60점이나 80점을 넘으면 합격되는 시스템이 아닐 것이다. 각 단계에서 가/부를 결정할지도 모른다. 1단계 작가 소개에서 브런치팀이 작가로서 궁금하지 않고 기대가 되지 않는다면 가/부 간에서 부로 판단되어, 활동계획과 저장 글 자체를 읽어보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다음 단계도 마찬가지다. 활동계획에서 브런치 작가로서의 활동이 기대되지 않으면, 그다음 단계에서의 작성글조차 읽어보지 않을 것이다. 브런치팀에서 공식적으로 작성글이 가장 중요하게 본다고 한 말은 틀린 것은 아니지만, 조금 다르게 보아야 할 부분이 있다. 1단계 2단계를 클리어하고 3단계까지 간 신청자의 작품에서 작성글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1단계 2단계를 넘어가지 않았을 때는, 작성글조차 보지 않을 텐데 아무 의미 없다. 또한 브런치팀이 눈코 뜰 새 없이 바쁠 텐데, 작성글까지 검토해 보았다고 한들 오래 읽어볼까?


나는 12번 떨어지고 13번째 붙을 때까지, 단 한 번도 지난 신청서를 캡처하여 기록으로 저장해 두지 않았다. 그래서 뭔 내용으로 떨어지고 붙었는지 모른다. 아래 신청서는 내가 지금 브런치 작가 신청을 한다면 이렇게 쓰겠다는 것이다. 합격했을 때 저와 지금 저는 다르지만, 연장선상에 있기 때문에 대동소이할 것이다. 아래의 신청서는 브런치 합격한 신청서가 아니라, 12번 떨어지고 13번째 붙은 2년 차 브런치 작가가 예시로 보여주기 위해 다시 쓰는 브런치 작가 신청서다. 지금 쓴다면 이렇게 쓰겠다는 것이다.


1. 작가 소개


독실한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난 나의 꿈은 '하나님 사랑, 이웃 사랑'이었다. '하나님 사랑'의 꿈은 '하나님을 사랑하는 소녀 사랑'이 되었다. 나는 소녀를 사랑했지만, 소녀는 나를 사랑하지 않았다. 상사병은 군대에서 조울증이 되었고, 13년 반 만에 강원대 영어교육과를 간신히 졸업하였고, 초등학교에서 영어교사를 했다. 조울증의 재발로 직장을 그만두게 되었고, 집에서 요양하며 동생가 아버지의 일을 도우며 소일하며 지냈다. 사랑의 끝에서 아내 에미마를 만났고, 사랑의 힘으로 조울증을 극복했다. 낮에는 회사에 다니고, 밤에는 글을 쓴다.


2. 브런치 활동 계획


제목 : 다함스토리 / 주제 : 최다함의 사랑 에세이 / 소재 : 짝사랑, 조울증, 작가, 국제결혼 / 목차 : 1. 서시 - 나의 마음에 어느 고을엔 2. 프롤로그 - 다함스토리 3. 하나님 사랑, 이웃 사랑 4. 소녀 사랑 5. 스무 살, 군대에서 조울증 환자가 되었다 6. 사랑이 끝나면 다른 사랑이 찾아온다 7. 아리따운꽃 8. 아듀, 한효주! 9. 13년 반 만에 강원대 영어교육과를 졸업했다. 10. 1학년 여선생은 너무 예뻤다 11. 매트 깔고 요가하는 12. 사랑 끝에서 사랑을 만나다 13. 낮에는 회사원, 밤에는 작가


3. 자료 첨부



4. 활동 중인 홈페이지



하나 사족을 붙이자면, 브런치 작가 신청서와 첨부 글은 독자나 출판사 에디터에게 보여주는 글이다. 심사 목적으로 브런치 심사팀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그래서 작가 소개를 쓸 때도 브런치 작가로서 좋은 활동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다고 심사진에게 어필할 내용을 써야 하고, 활동계획의 목차도 목차만 읽어도 작가와 작가가 쓰고자 하는 글의 내용이 부곽 되게 써야 한다. 실제 책을 낼 때 목차와 브런치 심사 때 목차는 달라야 한다. 실제 출간 도서의 목차는 제목을 통하여 글을 읽도록 유혹하고 궁금증을 유발하는 낚시성 제목이 좋을 수도 있지만, 브런치 작가 신청서의 목차는 목차 안에서 브런치북 한 권의 내용의 줄기가 한눈에 보여야 한다. 추상적인 제목을 피하고 한눈에 무슨 글인지 알 수 있는 직관적 제목이어야 한다. 그리고 첨부 글 세 개의 제목은 활동계획의 목차 중 세 개의 제목과 일치시키는 게 좋다.


작가 소개와 활동계획과 첨부 글이 따로 노는 것은 좋지 않다. 작가 소개와 활동계획의 주제 소재 목차와 첨부하는 3개의 저장 글이 긴밀하게 하나로 연결이 되어야 한다. 작가 소개에 나타난 작가의 캐릭터가 활동계획의 주제 소재 목차에 녹아나야 하고, 작가 소개의 작가 캐릭터가 첨부 글의 스토리 속에서 강렬하게 나타나야 한다. 역설적으로 그렇기 때문에, 작가 소개 -> 활동계획(주제/소재/목차 -> 첨부 글 순으로 쓸 게 아니라, 반대로 첨부 글 -> 활동계획 -> 작가 소개 순으로 써야 한다. 시간적 순서로는 작가 소개 -> 활동계획 -> 글 첨부 순으로 해도 좋고 나 또한 그렇게 했는데, 의미적으로 먼저 작가의 서랍에 글을 쌓아두고, 이를 구조화하고 요약하여 주제 소재 목차로 활동계획을 정리한 후에, 작성 글과 활동계획 계획 속의 앞으로 쓸 글의 구조에 나타난 작가를 요약하여 작가 소개로 쓰는 게 좋다.


지금까지 내가 쓴 팁은 브런치 작가가 되는 가능성과 스피드의 확률을 높이는 것이다. 브런치 작가가 되는 정석은 <작가의 서랍>에 글을 쌓아가면서, 될 때까지 신청을 하는 것이다. 브런치팀이 장기간 신청했다고 받아주는 온정주의적인 팀도 아니고 그런 면에서는 도시적으로 차갑고 냉혈 한데, 계속 글을 쓰다 보면 글의 군살이 빠지고 작가의 문체가 나타나고 독자를 유혹하는 신경이 발달한다. 브런치 심사진이 원하는 기준에 가깝게 접근한다.


브런치 작가가 되면 글을 쓰겠다 하며, 브런치 글쓰기가 아닌 신청서 쓰기만 반복하지 말고, <작가의 서랍>에 진정성 있는 글을 쌓아 가다가, 어느 정도 다른 이와 나눌 수준이 되었다 싶을 때, 그동안 쌓아둔 글을 정리하여 제출하는 게 좋다. 절대로 브런치 작가 당선 이메일이 끝이 아니고 시작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당선이 된 후에 잉시 발행할 글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준비된 작가와, 브런치 작가 신청을 위해 쓴 딱 세 개의 주제만 돌려 쓴 작가와, 브런치 작가가 된 후의 행보가 다른 것이다.


브런치 작가 신청자 입장에서는 빨리 브런치 작가가 되는 게 시급하지만, 나중에 돌아보면 얼마나 빨리 되었나는 큰 의미 없는 부질없는 것이다. 브런치 작가가 되는 지난한 과정 속에서 자기 글을 쌓아놓아 작가로서의 국물을 미리 만들어 두고, 자신만의 글 쓰는 역량과 노하우 패턴을 계발하는 게 중요하다. 브런치 작가는 되었는데, 글 쓸 내용이 없고, 글 쓰는 게 어려우면 처음 반짝하고 말지, 직접 돈도 안 되는 브런치 글쓰기를 장기간 하기 힘들다. 브런치로 직접 돈을 벌지는 못하지만, 브런치를 통해 출간 작가가 되고 화제인물 셀럽이 되고 글쓰기 강연 코칭 등으로 간접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 플랫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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